인천지방경찰청, “경찰청 업무연락 받아 경찰서에 하달”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까지 동원해 ‘고 백남기 농민 추모’ 분향소 설치를 막는 데 매우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때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69)씨가 지난 25일 운명했다. 같은 날 경찰청은 ‘고 백남기 농민 추모’ 분향소 설치를 막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경찰청은 25일 경비국장 명의로 ‘백남기 농민 사망에 따른 지역별 분향소 설치 등 대비 철저’ 업무연락을 지방경찰청에 하달해 분향소 설치를 적극적으로 차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방경찰청은 바로 관할 경찰서에 분향소 설치를 적극 차단할 것을 지시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경찰청이 지시한 내용을 25일 오후 일선 경찰서 경비과장과 정보과장에게 하달했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업무연락에 나와 있는 내용 그대로다. 경찰청에서 지방경찰청으로 업무연락이 왔고, 그래서 같은 날 오후 각급 경찰서로 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연락을 보냈다”고 말했다.

▲ 경찰청은 분향소 설치 차단을 골자로 한 업무연락을 지난 25일 각 지방경찰청에 하달했고, 인천지방경찰청은 같은 날 오후 일선 경찰서에 같은 내용을 하달했다.
이 업무연락은 백남기 농민 사망으로 지역별 분향소 설치가 예상되는 만큼 대비를 철저히 하라는 것으로, 주된 요지는 분향소 설치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보면, 우선 선제적 조치로 ‘관할 행정청ㆍ관리자(소유주) 측에 관련 내용을 사전 고지해 시설관리권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이를테면 자체 인력을 동원해 분향소 설치가 예상되는 장소를 선점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집시법을 적용해 신고 집회일 경우 천막 등 분향소 설치 용품을 미신고 용품으로 차단하고, 집회 신고 없이 분향소를 설치할 경우 미신고 집회로 간주해 차단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도로와 인도 등, 공공 부지는 관리주체가 사전 제지하게 하되, 폭력 등 불법행위 발생 시 대비경력이 적극 개입해 불법 행위자를 현장검거 하는 등’ 엄정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경찰은 또, 공공 부지 관리주체가 분향소 설치를 방관하더라도 ‘교통 방해 등 공공안녕질서에 심각한 침해가 우려되는 경우 경직법 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에 의거해 대비경력으로 적극 차단’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이 시민분향소 설치를 차단하는 데 조직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사실이 드러나자,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인천지역연대 관계자는 “경찰이 겨냥해 직사한 물대포에 백남기 어른이 쓰러졌고 결국 숨졌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추모행사까지 매우 조직적으로 방해하기로 계획했다. 이는 분노를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이다. 매우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와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를 비롯한 인천지역 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로 구성한 인천지역연대는 고 백남기 농민 장례 일정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시민분향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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