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는 비만 오면 오수 유입, 하류는 오니 쌓인 저수지

지방하천인 굴포천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굴포천의 국가하천 승격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다만, 국가하천 지정 시기와 규모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재부와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고, 국토부가 중앙하천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달에 지정ㆍ고시할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와, 국가하천 지정을 요청한 인천시와 부평구, 계양구 등은 반기는 분위기다.

굴포천은 만월산 중턱에 있는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해 인천시 부평구와 계양구, 경기도 부천시와 김포시, 서울시 강서구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방하천이다. 총연장 길이는 15.31㎞로, 이중 인천 8.75㎞, 경기 6.18㎞, 서울 0.38㎞이다. 유역 면적은 131㎢다.

▲ 굴포천 유역 현황도.
굴포천 유역 대부분이 한강보다 수위가 낮은 저지대라 침수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홍수조절용으로 경인아라뱃길과 만나는 지점에 설치한 귤현보와 좁아진 하천 폭으로 인해 굴포천 하류의 흐름이 막히면서 굴포천 중류까지 수질오염과 악취가 심화됐다.

이에 굴포천 유역의 인천시(부평구ㆍ계양구)와 경기도(부천시ㆍ김포시), 서울시(강서구) 등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하천 관리를 위해 지난 2008년 국토부에 굴포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굴포천 유역 면적은 131㎢이고, 유역 인구는 약 214만명, 범람구역 거주 인구는 약 16만명으로, 굴포천은 ‘하천법’이 정하고 있는 국가하천 승격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국가하천으로 지정할 경우 정부가 부담할 하천 유지ㆍ관리 예산이 증가한다며 국가하천 지정을 반대했다. 그러나 최근 기재부가 굴포천 국가하천 지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국가하천 지정을 눈앞에 뒀다.

굴포천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되면 관리주체가 3개 광역시ㆍ도에서 국토부(한국수자원공사)로 일원화돼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인아라뱃길 지하터널로 흐르는 굴포천

현재 굴포천을 살펴보면, 발원지인 칠성약수터부터 인천가족공원 입구까지 자연하천으로 보전돼있고, 만월로로 내려오면서부터 부평구청 앞까지는 복개돼있다. 그래서 복개가 끝나는 지점인 부평구청 앞이 굴포천 본류 시점이다.

인천시는 지난 1992년부터 2년간 부평구청 앞부터 계양구 귤현천이 합류하는 지점까지의 하폭(=하천의 너비)을 곧게 하고 넓히는 ‘굴포천 치수 사업’ 공사를 진행했다. 그 뒤 홍수 조절을 위해 굴포천 본류의 원래 흐름과 달리 현재의 경인아라뱃길과 만나게 왼쪽으로 굽어지게 하는 ‘방수로 사업’ 공사를 진행했다. 경인아라뱃길은 원래 굴포천 유역 홍수를 막기 위한 방수로였다.

이어서 인천시는 지난 2007년에 굴포천 본류 시점(=부평구청 앞)부터 부천시 송내대로와 접하는 구간을 ‘자연형 하천’으로 정비하는 공사를 약 450억원 들여 진행했다. 복개된 상류 구간은 오수와 우수가 섞여 흐르기 때문에, 한강 물을 관로로 끌어와 부평구 갈산동에서 흘려보내 부평구청 앞으로 흐르게 했다.

이와 같은 치수 사업과 방수로 사업에서 귤현천 합류지점부터 굴포천의 종점인 신곡펌프장까지는 제외됐다.

그 뒤 경인아라뱃길이 준공(2011년 10월)된 이후 굴포천 김포터미널 부지 구간이 사라졌고, 굴포천은 계양구 하야동(벌말)부터 경인아라뱃길 바닥 밑으로 ‘U’자형으로 뚫린 지하터널로 경인아라뱃길을 가로질러 신곡펌프장까지 우회하게 조성한 수로를 따라 현재 모습처럼 흐르게 됐다.

▲ 자연형 하천으로 정비된 부평구 삼산동 구간 굴포천의 모습.<사진제공ㆍ부평구>
저수지나 다름없는 굴포천 하류, 오니만 계속 쌓여

굴포천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되면 본격적인 굴포천 살리기가 요구된다. 당면 과제인 하류 구간 정비가 시급하고, 장기적으로는 복개된 상류구간을 복원해 오수와 우수를 분리할 수 있어야한다. 나아가 본류로 흘러드는 소규모 하천들을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소하천’으로 지정해 관리해야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하류 구간 정비다. 하천은 하류로 갈수록 하폭이 넓어야하는데, 굴포천은 좁아진다. 게다가 경인아라뱃길을 지날 때는 지하 6m 아래 터널을 통과한 뒤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야한다.

굴포천 본류의 하폭은 귤현보 부근까지 조금씩 넓어진다. 하지만 귤현보 수문을 통과하면 급격하게 좁아진다. 이 때문에 물 흐름이 정체돼 하류는 저수지나 다름없다. 병목현상으로 하천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보니 하류에 오니가 쌓이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악취가 발생한다.

부평구와 계양구의 하수 100%, 그리고 부천시 하수의 60%는 굴포천 하류 중간에 있는 굴포하수종말처리장(=북부수자원생태공원)에서 처리돼 굴포천으로 방류된다. 그런데 정화 처리된 하수가 앞서 지적한 것처럼 병목현상으로 흐름이 거의 정체돼있는 하류의 물과 섞여 수질이 다시 오염되고 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귤현보 인근 수문부터 굴포천 종점인 김포시 신곡펌프장까지의 하폭을 넓혀, 굴포천 하류의 물이 원활하게 종점까지 흐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년 전부터 제기 됐다. 이는 국토부만의 몫이 아니라, 지자체가 같이 나서서 정비해야하는 사업이다.

‘상류 복원과 지류 오염원 제거’ 과제

굴포천 하류 하폭 정비와 함께 상류와 지류에서 본류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하류를 정비하더라도 상류와 지류의 오염원을 제거하지 않으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현재 굴포천은 강수량이 20㎖ 이하처럼 적을 때는 상류의 오수를 차집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그 이상일 경우 오수가 본류로 흘러들어 수질을 오염시킨다.

본류 시점인 부평구청 앞에는 복개구간(인천가족공원~부평구청)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차집 하는 시설이 있다. 차집한 물을 관로를 통해 굴포천 하류 중간에 있는 굴포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낸다. 그런데 복개구간은 오수와 우수가 섞여 흐르고 있고, 강수량이 20㎖ 이상일 경우 이를 차집 시설이 일부만 수용해 나머지는 본류로 유입된다. 이 하수에 섞인 오염원이 하류에 가서 오니로 쌓인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복개된 상류 구간을 복원하고 우수만 흐를 수 있게 하수관을 설치해 오수를 부평구청 앞 차집시설까지 따로 빼야한다.

상류 구간만 복원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류에서 유입되는 오염원도 굴포천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류는 목수천ㆍ세월천ㆍ산곡천ㆍ삼정천 등이다. 이 지류들의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차집되지 않고 굴포천으로 유입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굴포천 하류는 치수 사업 이후 퇴적된 오니를 한 번도 준설한 적이 없어 수질오염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각 지류가 굴포천과 만나면서 지류에서 차집되지 않은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 매우 심각하다. 국토부가 국가하천으로 지정하는 것은 굴포천만 해당하는 만큼, 각 지류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지방소하천’으로 지정해 관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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