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운송사업조합과 협의 한 차례도 못해…내년 초 구축 물 건너 가

인천시의 버스운행정보 통합시스템 구축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사와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한 지 두 달이 넘게 사업 개시를 못하고 있다.

시가 시내버스 소유주인 인천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버스조합)과의 협의를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하면서 내년 초쯤 완료될 것으로 전망한 이 사업의 완료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는 한국스마트카드와 버스운행정보 통합시스템 신규 구축과 관련한 총괄 협약을 지난 6월 30일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한국스마트카드는 인천 버스 전 차량 통합단말기(교통카드단말기+버스운행정보관리시스템+자동운행기록계) 신규 개발 설치, 버스운송관리시스템 신규 개발과 관련 시스템 연동체계 구축, 운송수입금(교통카드ㆍ현금)과 환승 정산, 시스템 관리 등을 맡는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시와 한국스마트카드, 버스조합 간 협의가 이뤄져야한다. 시와 한국스마트카드 간 협의가 끝났어도 버스조합이 협의에 나서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가 협의를 요청했지만, 버스조합이 응하지 않고 있다.

시와 버스조합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내년 초 완료를 목표로 추진한 버스운행정보 통합시스템 구축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사업은 시스템 구축 기간(6~7개월 소요)에 시범운영 기간(약 2개월 소요)을 더하면 최소 8~9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와 버스조합이 당장 협의를 거쳐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 사업자인 인천스마트카드(롯데이비카드)와의 법적 분쟁도 새 시스템 구축의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인천스마트카드는 지난 2012년 버스조합과 연장계약을 맺어 사업이 2026년 5월까지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2012년 인천스마트카드와 버스조합이 맺은 연장계약은 무효이고 올해 5월로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한국스마트카드와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 인천시버스정보관리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시와 인천스마트카드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가 새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내자, 인천스마트카드는 법원에 ‘입찰 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가처분 신청이 상고심까지 이어진 가운데, 지난 7월 서울고등법원은 “통합교통카드시스템 구축을 위한 계약체결권은 버스조합에 있지만, 이러한 버스조합의 계약체결권이 인천시의 보조금행정 시행을 위한 계약체결권을 배제하지 못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인천스마트카드는 이 가처분 신청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지 아니면 본안 소송을 벌일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는 현재 제기된 법적 대응은 없다고만 밝히고 있다.

시는 2009년부터 시행한 버스준공영제를 위해 매해 570억원, 환승 지원을 위해 매해 890억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와 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버스운행정보 통합시스템 신규 구축사업은 버스준공영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버스(카드) 환승요금 정산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것이다.

시는 이번 사업으로 노후화한 기존 버스운행정보 통합시스템을 교체해 시스템을 한 단계 개선함과 동시에 계약기간인 10년간 예산 약 46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는 또, 단말기 사업자 교체로 그동안 인천스마트카드가 받던 ‘선불 1.5%(연간 약 20억원), 후불 1.8%(연간 약 40억원)’의 카드 정산수수료율이 ‘선불 1.5%, 후불 1.5%’로 낮아져 버스업체의 가맹점 수수료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스마트카드에서는 하지 못하는 수도권통합 정산을 한국스마트카드는 하기에, 인천스마트카드 대신 지불한 수도권통합 정산수수료(0.64%)도 내지 않아도 되는 등, 추가 예산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새 버스운행정보 통합시스템 사업이 내년 초쯤 완료됐을 것”이라고 한 뒤 “한국스마트카드와 계약을 체결한 뒤 현재까지 버스조합과 협의하지 못해 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 버스조합과 협의를 이끌어내 사업이 조속히 완료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버스조합 관계자는 “시가 단말기 사업자 공모를 할 때조차 우리와 아무런 협상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한국스마트카드와 일방적으로 협약을 체결한 후 우리와 협의하자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라며 “현재 인천스마트카드와 계약이 돼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새 업체와 계약하라고 몰아붙이는 식으로 해놓고, 시에 협조하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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