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차량 6대 추가 요구…현대로템, 묵묵부답
“3년 전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 이제야 요구”

▲ 인천도시철도 2호선<사진제공ㆍ인천시>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하 인천2호선)이 차량 일주시간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대한 특혜 시비가 다시 점화하는 모양새다.

시 도시철도건설본부(이하 도시철도본부)가 차량 일주시간을 줄이기 위해 차량 6대 추가 납품을 요구했지만, 현대로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호균 도시철도본부장은 최근 열린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주요 업무 보고에서 “인천2호선 개통 후 준공 검수과정에서 계약서에 명시된 차량 일주시간을 약 5분 9초 맞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차량 일주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14일 현대로템에 차량 6대를 추가 납품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차량 일주시간은 열차가 기점에서 종점을 돌아 기점까지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시는 현대로템과 전동차 74량으로 차량 일주시간 99분을 맞추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인천2호선을 개통해 운행해본 결과, 74량(2량 1편성)으로는 차량 일주시간 99분을 맞출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통 후 각종 사고, 개통 전 예견된 일

지난 7월 말 개통한 인천2호선은 개통 첫 날부터 단전으로 운행이 15분 지연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전체 구간(검단오류~운연역) 왕복 시간인 99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정차시간을 줄여 승객이 문에 끼일 번한 상황도 발생했으며,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운행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는 개통 전부터 예견됐다. 지난 2012년 12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철도 운영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현대로템이 제안한 표정속도 37.515km/h보다 훨씬 느린 33.66km/h로 조사됐다.

표정속도는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소요된 시간으로 나눈 속도로 정거장 수와 간격, 정차시간, 차량가속능력, 곡선구간 비율, 신호체계 등에 따라 결정된다. 표정속도가 높으면 배차간격이 짧아져 그만큼 수송능력이 향상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3월 현대로템이 직접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에서도 표정속도가 33.66㎞/h에 불과했다. 현대로템은 이처럼 차량이 더(74량→84량) 필요하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를 도시철도본부에 알리지 않았다.

도시철도본부 역시 현대로템과 지난 2009년 2월 24일 계약 체결 후 3년 8개월이 지난 2012년 10월까지 인천2호선 운영에 필요한 차량의 부족분 10량을 추가로 제작ㆍ납품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당시 감사원은 “차량 수가 부족해 2016년 개통 초기부터 운행시격(출ㆍ퇴근 시 3분 간격) 등을 맞출 수 없어 개통에 차질을 빚거나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고 예견했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지적된 문제가 개통 이후 현실로 드러나자, 도시철도본부가 뒤늦게 차량 추가 납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추가 납품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도시철도본부의 ‘차량 일주시간 99분을 입증하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행정소송 등,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 ‘특혜 시비’ 다시 수면 위로

현대로템이 도시철도본부의 차량 추가 납품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2013년 감사원 감사 결과로 불거졌던 특혜 시비가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들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현대로템이 차량 구매 등을 위해 산출한 추정가격상 차량 수(84량)와 계약한 차량 수(74량) 간 차이에 해당하는 496억여원의 특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차량운행시스템 공급자인 현대로템이 임의로 산출해 제안한 소요 차량 수(74량)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추후 차량 수 증감으로 인한 계약 당사자 간에 부당한 이익이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운행시스템 일괄구매를 위한 제안요청서 작성 시 추정가격을 산출할 때 적용했던 소요차량 수 84량만큼 공급자가 납품하게 하고, 구매 예정 차량 수의 변동이 발생할 때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조건으로 약정해야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도시철도본부는 차량 1량 당 23억 6500만원 기준으로 총84량에 해당하는 차량 구매비용 1986억여원을 포함해 차량운행시스템 일괄구매 추정가격 6405억여원을 산출하고서도 84량을 명시하지 않은 채 현대로템과 계약했다.

특히 도시철도본부는 노반 공사의 설계 내용에 의해 변동될 수 있는 표정속도(최소 32㎞/h)와 소요 차량 수를 도시철도본부가 아닌, 현대로템이 산출ㆍ제안하게 했다.

이에 현대로템은 인천2호선 기본계획상의 노선 계획(연장, 정거장 수 등)과 차량 제원을 기초로 표정속도 37.515㎞/h로 산출했고, 이 계획에 따라 소요 차량 수도 당초 84량보다 10량이 적은 74량만 제작ㆍ납품하는 것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도시철도본부의 안일한 처사가 현대로템이 마음대로 계획을 수립하게 했고,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더 적은 양의 열차를 받아 운행하는 현 사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한구 시의원은 “지난 2013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온 후부터 지속적으로 시 집행부에 인천2호선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수년간 모르쇠로 일관해왔다”며 “애초 계약 체결 때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3년 전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음에도 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제야 차량 추가 납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감사원의 지적조차 수용하지 않는 시와 담당공무원이 있을 수가 있느냐”며 “개통 초기 차량 일주시간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운행한 탓에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시민 세금을 투입해 만든 인천2호선이 제대로 운행되기 위해서는 추가 차량 납품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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