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국래 중국 산동대학교 교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쟁이 점점 더 가열되고 있다.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한 사안은 대체로 보안을 이유로 관련 정보의 공개가 제한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논쟁에 제약이 따른다. 과거의 예에서 보듯이 한국 정부당국은 민간에서 제기하는 의문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아 ‘괴담’이 생겨나는 원인제공을 하면서 종국에는 ‘애국이냐 매국이냐’는 잣대로 으름장을 놓으며 맹목적 애국을 강요하곤 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쟁도 이미 맹목적 애국을 강요하는 단계로 접어든 지금, 수구냉전세력 집권 8년간 끊임없이 퇴보하고 있는 한국 사회를 보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다른 사안들과 달리 사드 배치와 관련한 문제는 국내의 논쟁으로 그치지 않고 주변 국가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이 엄청난 후과를 감당해야하는 것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하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늘 하던 방식대로 일방적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하고 발표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발표는 서툴렀고 성급했으며 잘못된 결정이다.

사드가 한국 방어용이라는 논리는 이미 여러 논객에 의해 그 허구성이 드러났으며, 일관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 않은 정부당국의 말장난은 기존의 언론보도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의 사드 배치 발표로 인해 동북아 지역에서 신냉전의 질서가 구축되고 있고, 한ㆍ중 관계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위치가 동등한 위치에서 수세적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드의 한국 배치 발표 이전까지 한국 정부와 수구언론은 한ㆍ중 관계를 ‘역사상 최상의 한ㆍ중 관계’라며 현 정부의 외교성과를 추켜세웠다.(기실 그 화려한 수식어의 이면에는 별다른 구체적 내용도 없었고, 양국 관계에서 획기적 변화를 확인할 징표도 없었다) 그러나 7월 8일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국에서는 하루아침에 ‘중국의 보복’이니 ‘중국의 한국 제재’니 하는 단어를 접해야하고, 중국의 눈치를 보는 관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중국의 본격적인 한국 제재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음에도 여러 방면에서 중국의 비공식적 한국 제재가 확인되고 있으며, 필자처럼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의 여론도 중국 눈치 보기에 숨소리를 죽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되리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었는데 정부 당국은 예측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떨어지는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위험한 ‘색깔도박’을 벌이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한ㆍ미 관계의 특수성에 기인한 결정일까? 외교부 등의 당국은 그저 사태를 관망하고만 있다.

앞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양국 국민들 간에 배타적 민족주의 감정이 폭발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양국 관계는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책도 없는 듯하다. 기세 좋게 발표하던 정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영역의 몫이 되는 현 상황은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하던 때와 흡사하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주변국과 밀접히 연관돼있고,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그 규모와 범위는 상상을 예측하기 힘들다.

동북아 지역에 신냉전 체제가 구축되면 상호간의 군비(軍備)경쟁은 한층 더 가열될 것이다. 당장 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가 결정돼 수도권 방어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한국 국방부는 패트리엇 팩-3로 수도권 방어가 가능하다고 하면서 이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북한이 실전 배치한 1000기가 넘는 중ㆍ단거리 미사일의 사거리와 요격미사일의 명중률을 감안한다면 한국에 수만 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해도 모자랄 판이다. 미국 무기상들과 제조업자들의 입이 귀에 걸릴 일이다.

한ㆍ중 관계가 적대 관계로 전환되면 한국 경제도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고가의 무기 도입이 가능하기는 한 일인가? 거기에 더해 러시아는 쿠릴4도(일본명 북방4도)에 한반도를 사정권으로 두는 미사일부대를 배치한다고 하니, 한국과 일본의 반발과 군비 증강,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여기에 중국이 모종의 군사조치를 취한다면 결국 박근혜정부가 꿈꾸던 북한을 고립시켜 붕괴시키려는 꿈을 실현하기 전에 한국 경제가 먼저 파탄을 맞이할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 조성되고 있는 긴장정세는 주변 강대국 간 패권싸움의 과정에서, 특히 미국의 동북아 패권 유지전략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와중에 한국은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는 미국의 MD체제에 편입되고 신냉전 체제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남한에서 군사력 위주의 전통적 안보를 중시하는 수구냉전세력이 집권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긴장은 높아지고,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입지가 좁아지며, 강대국의 눈치를 봐야하고, 역사문제 청산보다는 일본군과 협력이 중시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20세기, 한반도를 지배하며 사람들의 의식을 가둬놓고 모든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던 ‘냉전’이라는 괴물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수구냉전세력이 집권함으로써 벌어지고 있는 이 재앙을 유권자들은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뜨거운 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사드 반대’라는 시위를 할 수 있는 자유마저도 빼앗기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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