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수조사 후 기자회견 열어 개선 촉구
안전 바(bar) 없고, 짧은 정차에 자동출입문이라 ‘문 끼임’ 우려

장애인 차별을 없애기 위해 인천지역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구성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인천장차연)는 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도시철도2호선(이하 인천2호선) 역사 27개와 전동차 내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뒤,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에 개선을 촉구했다.

인천장차연은 먼저 인천2호선이 지나는 서구와 남구, 남동구에 거주하는 장애인 수만 2016년 6월 기준 6만 5256명으로 인천시 전체 장애인 13만 4793명의 48%를 차지하는 만큼, 인천2호선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울러 시가 인천2호선 개통에 맞춰 시내버스노선을 변경했는데, 28번과 28-1번 등 저상버스가 많았던 노선 또한 변경함으로써 저상버스를 이용하던 장애인들이 인천2호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천장차연은 인천2호선 개통(7월 30일) 후 이틀간 역사 27개와 전동차 내부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전수조사 했다. 그 결과 ‘즉각 개선이 필요한 부적합 시설’이 124개소, ‘개선이 필요한 미흡 시설’이 46개소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우선 엘리베이터 개폐시간이 약 10초에 불과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탑승과정에서 문에 끼이는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천2호선 모든 역사에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무인발권기가 한 대도 없었으며, 독정역과 시민공원역의 경우 화장실로 유도하는 점자블록이 중간에 끊기거나 벽으로 안내하는 등, 잘못 설치됐다고 했다.

아울러 역사 13개의 장애인화장실 내 비상 통화 장치가 등 뒤에 달렸거나 너무 뒤에 부착 돼있어 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천장차연은 또, 역사 10개에서 역무원이 장애인에게 탑승 안내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부족하게 설명했고, 모든 역사에서 엘리베이터 고장 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체시설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전동차가 고장 또는 사고로 긴급 정차할 경우 대피할 수 있는 대피로의 폭이 30cm 정도에 불과해 휠체어장애인은 전 구간에서 사고 시 대피가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햇다.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도시철도2호선 역사 27개와 전동차 내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뒤,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에 개선을 촉구했다.
전동차 내 안전시설도 턱없이 부족했다. 인천1호선ㆍ경인선ㆍ공항철도 등의 전동차 휠체어석에는 가로 또는 세로로 장애인이 붙잡을 수 있는 안전 바(bar)가 설치돼있지만, 인천2호선은 없었다. 같은 경전철인 부산ㆍ용인ㆍ의정부경전철 휠체어석에는 안전 바(bar)가 설치 돼있어 대조를 이뤘다.

인천2호선은 무인운행으로 최고 80km/h로 주행하다가 곡선이나 경사구간에선 속도를 줄이고, 다시 구간이 끝나면 속도를 끌어 올린다. 시험운전 때도 휠체어가 심하게 흔들리고 밀렸다.

안전 바(bar) 대신 비장애인들이 앉을 수 있게 접이식 좌석이 설치됐다. 이로 인해 안 그래도 좁은 휠체어석은 더욱 작아졌고, 인천장차연이 조사를 위해 탑승했을 땐 노인과 비장애인 승객이 이미 접이식 좌석을 펴고 차지하고 있어 휠체어 장애인은 장애인석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인천장차연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전동차 출입문의 짧은 개폐시간이다. 인천2호선은 환승역에서 30초, 나머지 역에선 20초 정차하게 프로그래밍 돼있다. 이는 약속한 하루 수송인원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출퇴근시간대 3분 배차(그 외 6분)와 같은 이치다.

인천장차연은 “기관사가 운전하는 인천1호선과 경인선에서도 장애인이 문에 끼이는 사고가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승하차할 때 시간이 더 걸리기 마련인데, 인천2호선의 경우 30초 또는 20초가 지나면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시스템이라 사고 위험이 높다”며 “조사 과정에서도 문에 끼이고 탑승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인천장차연은 “전수조사에서 드러났듯이 현재 인천2호선은 장애인의 안전과 이동권을 책임질 수 없는 지옥철이다”라며 “인천시와 인천도시철도본부, 인천교통공사는 장애인의 안전과 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최우선으로 개선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0일 개통에 앞서 ‘안전한 인천2호선 개통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시승식 때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자, 시는 지난 1일 인천2호선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시는 5일까지 조사한 뒤,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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