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시민기자의 영화읽기 - 도리를 찾아서

앤드류 스탠튼 감독│2016년 개봉

2003년 개봉한 ‘니모를 찾아서’를 본 관객이라면 아들 니모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말린 옆에서 쉴 새 없이 수다를 떨던 도리를 기억할 것이다.

방금 전 자신이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건망증이 심해 웃음을 자아내던 개그 담당 파란 물고기 말이다. 말린과 니모가 재회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방금 전 기억마저 잃어버리기에 무모하고,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는, 웃긴 물고기 도리 덕분이었다.

‘니모를 찾아서’ 이후 13년이 흐른 2016년, 바로 그 도리를 찾아 떠나는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가 다시 관객을 찾았다.

‘도리를 찾아서’는 말린과 도리가 천신만고 끝에 니모를 찾은 지 1년 뒤의 이야기다. 말린과 니모 부자와 함께 마치 가족처럼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도리는 어느 날 빠르게 지나가는 가오리 떼를 보고 부모의 기억을 떠올린다. 까맣게 잊고 있던 어릴 적 기억의 조각들이 불쑥 떠오르면서 부모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도리. 말린과 니모 부자는 도리의 부모 찾기 대모험에 흔쾌히 동행한다.

 
전작 ‘니모를 찾아서’가 인간에게 포획된 자식을 구하기 위한 부모의 이야기라면, ‘도리를 찾아서’는 어릴 적 잃어버린 부모를 찾아가는 자식의 이야기다. 둘 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도리를 찾아서’가 특별한 것은, 도리가 심각한 단기기억상실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리뿐 아니라 부모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난 문어 행크는 다리가 일곱 개이고, 고래상어 데스티니는 고도근시로 시도 때도 없이 벽에 부딪히기 일쑤이며, 흰돌고래 베일리는 자신의 음파탐지 능력을 불신한다. 여기에 말 못하는 바다사자와 물새까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바다생물들은 모두 ‘정상’ 범주에서 조금씩 비껴난 일종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바다생물들이 가진 장애는 ‘정상 아님’이 아닌 ‘특별함’과 ‘개성’이 된다. 이들은 서로 빈 부분을 채워주고 서로 응원하며 위기를 헤쳐 나간다. 특히 수족관에서 혼자 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도리를 돕는 문어 행크의 시크함, 자신에게 ‘각인’된 이의 부탁은 어떻게든 들어주고 마는 물새 베키의 앞뒤 재지 않는 충실함 등, 이들의 매력은 끝이 없다.

여기에 장애를 가진 자식 도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부모 제니와 찰리의 태도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도리와 친구들이 도리의 부모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지만, 제목이 ‘도리를 찾아서’이다. 도리의 부모를 찾아가는 여정은 도리의 친구들에게도, 도리 자신에게도 도리를 찾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도리와 떨어져 도리를 찾아 헤매던 말린과 니모는 막막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도리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질문하며 도리를 향해 나아간다. 도리 역시 방금 전 일도 기억나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마다 “도리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스스로 질문하며 위기의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 대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암과 치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택하겠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모두 입을 모아 “암”이라고 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평생 맺어온 모든 관계, 즉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기에 그만큼 더 무섭게 느껴졌던 것이리라. 그러나 도리는 방금 전 기억마저 바로 잊어버리는 단기기억상실증 때문에, 역설적으로 순간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매 순간 자신에게 던지는 “도리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은 매 순간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확인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니모를 찾아서’를 볼 때는 그저 귀엽고 신났는데, ‘도리를 찾아서’는 전작보다 더욱 섬세하고 아름다워진 바다 속 풍경과 스펙터클한 여정이 이어지는데도 보는 내내 애잔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자꾸만 질문한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기는 하는 걸까?’

이제 질문을 바꿔야겠다. 매순간 “영주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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