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지도 아래 기자회견 했는데 불법? 공안탄압 표적수사”

▲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고, 현장에 나중에 도착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지부 소속 윤대기 변호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이 20대 국회의원선거 때 ‘2016총선네트워크(이하 총선넷)’가 전개한 낙천ㆍ낙선운동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총선넷 사무실로 사용된 참여연대 사무실과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을 비롯한 총선넷 활동가의 집 등, 모두 10곳을 16일 오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제시한 영장의 압수수색 목록은 낙선운동에 사용한 현수막ㆍ피켓ㆍ확성기ㆍ관련 회의록과 문서ㆍ컴퓨터ㆍ노트북ㆍ외장 하드ㆍUSB 등 저장매체ㆍ통장ㆍ휴대폰 등이다. 경찰은 휴대폰과 컴퓨터 등을 뒤져 관련 자료를 복사해갔다.

압수수색을 단행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지난 14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4월 12일 총선넷 활동가 10여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한 뒤 이어진 조치다.

당시 서울시선관위는 총선넷의 활동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안진걸 총선넷 공동운영위원장,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 신우용 서울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상임이사,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 사무국장, 최고운 부산반빈곤센터 활동가와 정태철 민주노총 경북본부 조합원, 용산 참사 유가족인 전재숙ㆍ김영덕ㆍ이충연ㆍ정영신씨 등, 모두 1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이 이광호 사무처장 집을 압수수색할 때 제시한 영장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라고 돼있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공모해 20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해 2016년 4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최악의 후보 10인을 선정하고 기자회견 방식으로 발표한 후 각 후보자의 선거 사무소를 돌아다니며 진행한 낙선운동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총선넷이 ▲기자회견을 빙자한 낙선운동 목적의 집회 개최 ▲확성장치 사용 ▲후보자 성명이 들어간 현수막 설치 ▲선거사무소 간판 등에 시민낙선증 부착 ▲선관위 사전 신고 없이 설문조사 실시한 것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은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계획해 범죄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되고,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이며, 현재까지 확인된 피의자들 외에 배후세력 등, 추가 공범들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압수수색 배경을 밝혔다.

경찰은 또, “이뿐만 아니라, 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총선넷 설립 배경, 운영, 유지, 관리업무 등을 직접적으로 담당한 피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피의자들의 범죄사실을 특정할 증거를 확보하고, 또 다른 배후 세력이나 공범 등의 확인을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밝혔다.

▲ 인천평화복지연대는 16일 오후 2시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탄압하는 것이자 시민운동 탄압을 위한 표적수사’라고 경찰의 압수수색을 비난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시민운동 탄압 위한 표적수사”

경찰의 압수수색 후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탄압하는 것이자 시민운동 탄압을 위한 표적수사’라고 경찰의 압수수색을 비난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낙선 기자회견은 선관위에서 공지해준 대로 특정 정당명과 후보자 등을 명시하지 않았고, 기자회견 또한 선관위의 현장지도 아래 진행했다”고 한 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두 달이 넘은 지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이것은 지난 총선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선거참여와 정치참여를 방해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라고 선관위와 경찰을 규탄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또, 서울시선관위가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을 ‘총선넷 공동사무처장’이라는 직책으로 고발한 것에 대해서 “사실과 다른 이유로 고발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시민운동 탄압을 위한 표적수사다”라고 했다.

이광호 사무처장 또한 “총선넷에 공동사무처장이 아닌 당연직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서울시선관위에도 수차례 공동사무처장이 아닌 운영위원이라고 정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도 ‘총선넷 공동사무처장’이라는 허위 직책으로 발부됐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저와 인천평화복지연대를 표적수사하기 위한 공안탄압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당한 유권자운동에 대한 탄압과 표적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수사당국의 과잉수사에 대해 총선넷과 함께하는 모든 단체와 함께 서울시선관위와 서울경찰청 등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 총선넷과 인천유권자위원회는 지난 20대 총선 때 여야 후보자들 중에서 낙선운동 대상자를 선정한 뒤, 해당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선관위 지도 아래 진행했는데, 이제와 위반이라면 모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드러난 주요 혐의는 ‘총선넷의 낙선 기자회견은 기자회견을 빙자한 낙선운동 목적의 집회라 선거법 위반’이고, ‘총선넷이 후보자 성명이 들어간 현수막을 설치한 것은 특정 후보자를 명시했기에 불법’이라는 것이다. 또, ‘총선넷이 집중 낙선운동 대상을 선정한 것은 선관위에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여론조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총선넷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서울시선관위가 ‘특정 정당명과 후보자 이름을 명기한 문서 등의 배포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총선넷은 이 지침을 충실하게 따랐다”고 한 뒤 “기자회견 또한 선관위의 현장지도 아래 진행했다”며 선관위의 고발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또, 지난 4월 2일부터 5일까지 총선넷 등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악의 후보 10인(Worst 10), 최고의 정책 10개(Best 10)’ 선호도 투표를 서울선관위가 ‘여론조사 규정 위반’이라고 한 것도 반박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여론조사는 특정 지역구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후보 간 선호도나 지지도를 알기 위한 조사를 의미한다, 그러나 총선넷의 ‘Worst 10 투표’는 가장 집중적으로 심판할 대상을 정한 온라인상의 낙천ㆍ낙선운동일 뿐이다”라며 “즉, 특정 지역구가 아니라 전체 후보 중에서 몇몇을 선정한 것을 두고 여론조사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법 적용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의당 인천시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시민사회단체가 선관위의 지침을 따르고 현장에서도 선관위의 지도 아래 기자회견을 했는데, 느닷없이 압수수색을 했다, 이는 선거법 위반에 맞추려는 끼워 맞추기식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이는 총선 결과로 드러난 민심을 왜곡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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