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전단지에 불참 단체들을 참여 단체로 표시 ‘물의’

▲ 마당이나 장터에 명기된 단체 상당수는 이번 나눔장터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SNS에 유통된 홍보물.
지난 21일 남동구청 체육광장에서 열린 ‘남동구 자원순환 나눔장터(이하 나눔장터)’가 취지에 맞지 않게 일부 새 물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홍보 전단지상 참가단체 명단에 참가하지 않은 단체들도 포함하는 물의를 빚었다.

나눔장터는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중고물품을 판매ㆍ교환함으로써 이웃 간 ‘나눔과 자원순환’을 실천하고, 주민 환경의식을 고취해 건전한 소비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2008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다.

프로그램으로는 개인이나 가족, 동호회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물건을 파는 ‘개인장터’가 있고, 어린이 장난감이나 도서, 학용품을 이웃과 나누는 ‘어린이장터’, 재활용이나 환경보호 관련 참여나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참여마당’, 다양한 재능기부 공연이 열리는 ‘문화마당’, 간식류 등 먹거리를 판매하는 ‘먹거리마당’ 등이 있다. 장터엔 상업적이지 않은 개인이나 단체면 참가할 수 있고, 참여마당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4월과 5월, 9월과 10월 모두 네 차례 열렸고, 매번 150여개 팀 1000여명이 참여했다. 그런데 주관단체가 바뀐 올해는 이를 대폭 줄여 상ㆍ하반기 한 번씩, 총2회만 개최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번 나눔장터에선 중고물품이 아닌 새것이 일부 판매돼, 행사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관단체에서 배포한 행사 홍보 전단지에 마당에 참여하지도 않은 단체가 적혀있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이 나눔장터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여성회 남동구지회에서 주관했다가 올해 한국자유총연맹 남동구지회 주관으로 바뀌었다.

구순례 인천여성회 남동지회장은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올해 2월에 공모가 떠 지원했더니, 담당공무원이 ‘공모에 한 단체만 참가해 다시 공모해야한다’고 했고, 다시 공모했다. 재공모에는 우리 단체 포함 두 단체가 참가했고, 다른 단체가 선정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주관단체가 바뀐 뒤 마당에 참여하는 단체가 거의 전부 바뀌었음에도, 홍보 전단지에는 주관단체 이름만 바뀌었을 뿐 작년에 참여한 단체들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글씨체만 바뀌고 내용은 거의 바뀌지 않은 것이다.

구순례 지회장은 “깜짝 놀라 당황스러웠지만, 이에 대해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나눔장터에 참가하지 않았는데도 홍보 전단지에 참여단체로 표시된 한 단체 대표는 “본인의 의사를 묻거나 협의하지 않고 명의를 넣은 건 명의도용이라고 생각한다. 남동구의 이런 행정은 문제가 심각하다. 향후 지양해야한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또한 “지난해에는 나눔장터를 하기 전, 프로그램이나 운영 등에 대해 의견을 묻고 논의를 했는데, 올해는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역시 참가하지 않았는데 참여단체로 표시된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홍보물에 우리 단체가 적혀 있는 걸 보고 나눔장터에 간 회원이 우리가 없는 걸 알고 연락해, 사실을 알게 됐다”며 “황당하다. 우리 단체의 신뢰도가 떨어졌다. 남동구에 항의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사를 주최한 남동구 청소과 담당공무원은 “재공모한 것은 한 단체만 응모해서가 아니라, 공모 계획이 변경돼서다”라고 답했다.

홍보전단지 문제나 새 물건이 판매된 것에 대해서는 “남동구는 주관단체와 계약하면서 내용이나 홍보를 자체적으로 하기로 했다. 주관단체에서 만든 홍보물이라 내용과 관련해 잘 모른다. 또한 나눔장터는 재활용이나 수제품 중에서 가정에서 나온 것을 판매하고, 신상품은 판매를 할 수 없게 한다”는 원칙만을 강조했다.

주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남동구지회 관계자는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원칙적으로 자원순환이라는 행사 취지에 동의하고 그런 기조로 행사를 치른다. 자원봉사자들이 행사 운영을 돕고 있는데 많은 수가 참여하다보니 일일이 확인하긴 힘들었다”고 말했다.

홍보전단지와 관련해선 “참여하지 않은 단체를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단지 내용 확인을 요청했더니, “사무실에 와서 보라. 외부 유출은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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