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 왜곡” VS “하나의 퍼포먼스”

▲ 2015년 동구 화도진축제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을 재현하는 모습.<사진제공·동구>
동구가 주최하는 화도진축제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을 재현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장소가 동구 화도진공원이 아니라, 중구 자유공원 팔각정 아래라는 사실이 지난해 밝혀졌다. 새로운 세관문서 발굴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ㆍ내항살리기시민연합ㆍ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ㆍ인천노사모ㆍ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ㆍ중동구평화복지연대는 조미수호통상조약 134주년을 맞아 지난 20일 오후 3시 중구 자유공원 팔각정 아래에 있는 다비 웨딩 스튜디오 앞마당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 역사 바로알기 한마당’을 열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인천시 역사자료관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장소에 관한 학술회의까지 열어 체결 장소가 동구 화도진이 아니라 중구 자유공원 언덕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고 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구는 그동안 잘못 알려져 온 역사적 사실을 수정하는 작업에 나서기는커녕,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을 재현하려한다. 이는 역사의식이 전혀 없음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독단행정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5월 20~21일 열린 화도진축제에서 이 재현을 개막행사의 메인으로 배치한 것은 축제의 문화적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구는 지난해 화도진축제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 재현 행사를 처음 했으며, 올해도 진행했다.

이흥수 동구청장은 지난 3월 17일 <인천일보>에 ‘조미수호통상조약 재현 장소 엉뚱 논란, 반갑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구청장은 이 글에서 “조약이 이뤄진 장소가 화도진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이 보다 명확히 규명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한 뒤 “시민들에게 화도진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고 인천 가치 재조명과 인천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또한 화도진축제를 보다 재미있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퍼포먼스(조인식 재현행사)를 도입하게 됐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조인식의 재현공연을 화도진에서 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영국의 대문호인 셰익스피어 작품의 연극 공연은 항상 영국에서만 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고 본다”라며 “재현식 장소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인천의 가치와 화도진축제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는 ‘동구의 조미수호통상조약 역사 왜곡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네트워크는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거행하는 조인식 재현행사는 축제가 마을주민을 위한 소통과 축제의 장이 아닌, 위정자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문화동원의 한 방식일 뿐”이라며 “역사와 예술을 구분하지 못하는 엉뚱한 주장”이라고 평했다.

또한 “조미수호통상조약은 우리나라가 서양 국가와 맺은 최초의 조약이고, 조약과정에서 조선이 철저히 배제된 불평등 조약”이라며 “화도진축제의 조인식 재현행사 개최를 계기로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의 역사적 의미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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