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의 강화된 설립기준에 미달
인천시, “불소급 원칙…문제없어”

인천시가 제출한 인천복지재단 설립계획안에 대해 행정자치부가 설립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고 했고, 시가 보완해 제출한 설립계획안 또한 행자부가 기존 기준보다 강화한 ‘지방 출자ㆍ출연기관 설립 기준’에 어긋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시는 지난 2월 2일 출자ㆍ출연기관 운영 심의위원회를 열어 ‘인천복지재단 설립ㆍ운영 타당성 검토(안)’을 원안대로 가결했고, 같은 달 24일 행자부에 인천복지재단 설립 타당성 협의를 신청했다.

이때 시는 ‘인천복지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해야한다’는 절차를 생략했다. 이에 행자부는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고 했고, 시는 지난 3월 초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고 그달 24일 행자부에 다시 신청했다.

인천복지재단 설립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행자부는 지난달 25일 외부 전문가를 위원으로 참여시켜 인천복지재단 설립 타당성을 검토했다. 그런데 이보다 일주일 앞선 4월 18일 행자부는 출자ㆍ출연기관 설립 요건을 강화한 ‘지방 출자ㆍ출연기관 설립 기준’을 시행했다.

출자ㆍ출연기관 설립 절차는 ‘설립 방침 결정 단계→설립 타당성 검토와 심의 단계→설립 협의 단계→조례ㆍ정관 제정 단계→설립 단계’로 돼있다.

행자부는 설립 기준을 강화해 우선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 지자체 입맛에 맞는 연구용역을 차단하기 위해 지방연구원의 타당성 검토를 금지했다. 그런데 시는 지난해 12월 인천복지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시 산하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했다.

행자부는 또, 불필요한 출자ㆍ출연기관 설립이 가져올 예산과 행정력의 낭비를 막기 위해 설립 방침 결정 단계에서 ‘다른 방식으로 사업 추진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하게 했다. 기존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검토해 행자부와 사전에 협의하게 했다.

이와 관련, 사복지종사자권익위원회ㆍ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ㆍ인천여성회ㆍ인천YMCAㆍ 인천평화복지연대 등,단체 15개가 구성한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인천복지재단의 기능이 인천사회복지협의회ㆍ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능과 중복된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는 ‘해당 기관과 적절한 협의’ 외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12월 17일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인천 사회복지사의 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출처ㆍ인천시> 유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인천복지재단 설립을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인천지역 사회복지계에서도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시로부터 운영비 등을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을 뿐이라는 게 인천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인천복지재단 설립, 행자부 구조개혁 시금석 될 듯

게다가 시의 복지사업 대부분은 보건복지국과 여성가족국에서 담당하고 있고, 여성가족재단이 여성가족국의 정책을 연구ㆍ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 개발 수요는 여성가족재단의 기능을 강화하고, 인천발전연구원의 복지 분야 연구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는 게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의 주장이다.

기능 중복 논란이 확산되자, 시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특화사업 발굴을 위해 인천복지재단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인천복지재단 설립 시 공무원 여러 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정부가 ‘사회보장기본법’을 시행하며 추진하는 ‘지자체의 특화사업과 유사ㆍ중복사업 정비’ 정책에 반하는 일이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시 사회복지봉사과 안에 정책전담팀을 만들어 시가 강조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특화사업 발굴 업무를 담당하면 된다”며 “인천복지재단 설립은 중복투자이자 전시성 예산낭비다”라고 비판했다.

행자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 남발로 출자ㆍ출연기관이 무분별하게 설립되고, 또 설립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립한 기관들이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지자체 재정을 악화하자, 이를 막기 위해 출자ㆍ출연기관 설립기준을 강화했다. 그래서 인천복지재단 설립에 대한 행자부의 최종 의견은 강화한 설립기준의 시금석이나 다름없다.

김명희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강화된 설립기준을 보면, 검토 위원들의 심사 점수를 종합한 점수가 70점 미만일 경우 행자부는 시에 ‘설립 지양’ 의견을 주게 돼있다. 또한 유사ㆍ중복 사업 등으로 사업의 적정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점수와 관계없이 ‘설립 지양’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한 뒤, “행자부가 강화한 설립기준을 적용하면, 인천복지재단 타당성 검토 보고서는 엉터리다. ‘설립 지양’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인천복지재단 설립은 타당성이 없음에도 유정복 시장이 사실상 선거 때의 논공행상을 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는 행자부의 출자ㆍ출연기관 구조개혁 정책에 따라 시가 경제 분야 출자ㆍ출연기관 3개를 통합하면서 다른 쪽에선 새로운 출자ㆍ출연기관을 설립하는 모순을 보이는 데서 드러난다”며 “행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천복지재단을 내년 초에 설립한다는 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일정대로 공청회를 열고, 하반기에 조례를 제정해 설립을 마무리 짓겠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행자부의 최종 의견이 나오면 그 의견을 반영해 재단 설립 방향을 수정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할 부분을 보완하고 공론화하면서 큰 틀에서 인천 복지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행자부 지침 강화로 ‘엉터리 타당성 검토’ 논란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행자부가 지침을 강화한 것은 4월 18일이고, 인천시가 보고서(보완)를 제출한 때는 3월 24일이다. 법률에는 불소급의 원칙이 있다.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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