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적인 도시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도시를 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공간임과 동시에 이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운동체적’ 공간으로 규정한 바 있다. 우리 역시 국가나 자본이 그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도시공간을 상품화하고 또 사람들의 ‘사용가치’의 집적공간으로서 도시가 ‘교환가치’로 대체되는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사람들이 도시로부터 점차 소외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본이 도시화를 추동하는 근본적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에 불만과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이 현상을 시민 차원에서 통제하면서 보다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대안 도시’를 구축해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바꿔 말해,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시민들의 계급투쟁이 상실된 지 오래다.

도시에 대한 권리. 이는 도시를 뜯어고치거나 아니면 새롭게 만들어내는 시민의 집단적 권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자본과 그 추종세력들에 의해 배타적으로 독점되고 있는 이 권리를 현실적으로 우리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과 관련해 우리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면 ‘도시권’이 시민에게 공평하게 부여되는 일은 어쩌면 요원한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송도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현황을 보라. 모든 시민이 접근, 이용해오던 공공적 공간으로서 갯벌 위에 생겨난 이곳에 투기자본만이 난무하고 있고 또, 이곳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가 빚 청산을 위해 멋대로 매각하려들고 있지 않은가. 결국 자본과 지자체만 그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 이 현실을 고려하면 세계 여러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권리를 위한 시민의 반란은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현실과 ‘도시권’을 위한 운동 사이에 명확한 접점이 성립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도시권’의 단서를 어디에서부터 추출할 수 있는 것일까? 도시 재생에 관한 시민의 집단적 권리를 고찰하는데 먼저 ‘집단’이 창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또 그것이 어떻게 자본에 의해 독점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의 역사성이 풍부한 공간 일대가 어느 날 갑자기 고급 아파트단지로 재개발됐다고 하자.

일상다반사인 이러한 변화 속에서는, 그저 땅 주인이 토지소유권을 넘겨준 것 이상으로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관계를 맺으며 창출해온 일종의 ‘공간적 질’을 잃게 된다. 이러한 공간의 성과는 결코 혼자서는 창출해낼 수 없다는 특징을 갖는다는 점에서 ‘집단적으로 생산된 가치’로 간주할 수 있다. ‘공동적(common) 가치’로 부르기도 한다. 또 이러한 집단적 가치는 사라질 뿐 아니라 고급 아파트 입주자들에 의해 배타적으로 소유되고 활용돼버린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도시 공간을 ‘공동화하는(commoning)’ 사회적 실천이 중요하다. 도시는 여러 차원의 이해관계의 ‘공동화’가 서로 대항하는 공간이어서 원리적으로 투쟁이 내재돼있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결국 ‘도시권’ 되찾기를 위한 첫걸음은 ‘집단적으로’ 창출되는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그 가치가 창출되는 공간이 ‘사적으로’ 영유되지 않는 상황을 지켜내는 투쟁에서부터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