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는 동상 건립 예정

힘든 삶에도 끊임없이 인간애를 노래한 천재 시인 한하운(1920~1975)을 재조명하는 특별기획전시회를 부평역사박물관이 마련한다.

부평역사박물관은 천형(天刑)이라 불리는 한센병(나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인간의 존엄성을 주옥같은 글로 표현했던 시인 한하운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주제로 한 ‘고고한 생명, 한하운 전’을 5월부터 8월까지 열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부평역사박물관 관계자는 “‘보리피리’와 ‘파랑새’ 등의 시로 잘 알려진 한하운 시인은 한센병 환자들의 자활과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해 만년에 십정동에 머물렀다. 그런데 시인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동기를 그동안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 뒤 “이번 특별기획전으로 지독한 외로움을 숭고한 인간애로 승화시킨 그의 생전 활동과 문학작품들이 다시 회자돼, 우리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평구는 올해 한하운 시인의 동상을 건립할 예정이다.

한하운 시인은 한센병 환자들의 권익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인천에 성혜원과 신명보육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함경남도 함주군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936년 한센병 확진판정을 받았다. 해방 이후 월남해 1949년 4월 잡지 <신천지> 4월 호에 ‘전라도 길’ 등, 시 10여 편을 투고하며 본격적인 시작(詩作)에 들어갔다. 그가 신인으로 등단하고 한센병 환자 수용소 대표들이 찾아와 함께살기를 원했다. 한하운 시인은 사회와 정부로부터 어떠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한 한센병인들의 집단부락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정부와 교섭해 서울시ㆍ경기도ㆍ강원도 등의 환자들을 부평 공동묘지(현 인천가족공원) 골짜기에 정착시켰다.

한센병 환자 70여명을 이끌고 부평에 도착한 그는 성혜원이란 요양소를 만들었고, 곧바로 성혜원 식구는 600여명으로 불어났다. 전쟁 중인 1952년엔 한센병 부모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신명보육원을 설립, 원장으로 취임했다.

한센병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은 경인농장(경인전철 동암역 근처)과 청천농장(인천나비공원 부근)에 정착했는데, 그때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오지였다. 경인농장에서 생산한 달걀이 인천 생산량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는 부산의 한 주간신문으로부터 ‘불온한 사상을 가진 시인’이라고 지목받아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1975년 2월 십정동 산 39번지 자택에서 간경화로 죽을 때까지 한센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의 유해는 경기도 김포 장릉 공동묘지에 묻혔으며,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에 그의 시비가 건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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