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권자들의 선택이 남았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계파 갈등으로 인한 공천 파행은, 마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기고만장에서 비롯한 것처럼 보였다.

제1야당과 제2야당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공천을 적지 않게 했다. 또한 이들의 분열은 집권세력 평가라는 선거 본연의 성격을 흐리게 했다.

특히 선거일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았을 때, 집권여당은 ‘잘못했다.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읍소 작전’에 돌입했다. 특히 대구지역 새누리당 후보 열한 명은 아스팔트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잘못한 걸 피눈물 나게 반성하고 있다. 후보자가 마음에 덜 들어도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이른바 ‘진박’을 자처한 이들이다. 2년 전 지방선거 때 본 모습과 흡사했다.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자, 머리를 조아리고 기회를 달라니, 한 편의 코미디와 같았다. 그런데 ‘이 순간만 모면하면, 다시 군림할 수 있겠지’ 하는 속내를 눈물 속에 숨기고 있는 것 같아 섬뜩하기도 했다.

최근 선거는 늘 이랬던 것 같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선거, 정책이나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선거, 쟁점이 있는 선거는 보기 어려웠다. 대신에 ‘이미지 정치’와 ‘프레임 선거’가 만연했다.

이 때문에 정치와 국민의 삶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퇴행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 때마다 ‘정책 선거를 해야 한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되뇌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체와 퇴행이 아닌 변화와 발전을 갈구하는 인간본성 때문이다.

그 본성을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달렸고, 그것은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현 집권세력에게 불리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선거란 집권세력의 잘잘못을 국민이 평가하는 과정이다. 집권세력뿐 아니라 야당도 자신들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노선과 행동을 수정해야한다. 그래야 선거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다.

다행히 20~30대 젊은 층의 투표 의사가 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29세 이하의 적극 투표 의사가 55.4%로 19대 총선 때보다 19.3%포인트 높았고, 30대 역시 12.5%포인트 올랐다고 한다. 극심한 양극화와 구직난 때문이 아닌지, 추측된다.

현실 정치의 질이 어떠하든 죽고 사는 문제, 먹고사는 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정치라는 점에서 높은 투표율은 바람직한 일이다. 투표하지 않고 선거의 의미를 찾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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