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시민기자의 영화읽기]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416연대 미디어위원회|2016년 제작

 
4월이다. 어김없이 4월이 왔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벌써 두 번째 4월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7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니 처벌된 책임자도 없다. 죽은 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셈이다. 심지어 진도 앞바다 검은 물속에는,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는 실종자 가족의 절규만 바다 위를 떠돌 뿐, 아직 사람이 있다.

아… 2년. 나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어떻게 맞아야하는 것인가. 막막한 마음을 안고 ‘인디다큐페스티발2016’을 찾았다. 그곳에서 416연대가 참사 2주기를 맞아 기획한 프로젝트인 ‘망각과 기억’ 첫 상영이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국가를 뒤흔든 참사를 바라보는 화두는 여러 갈래가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망각하자는 유혹과 기억하자는 의지의 충돌이 일상을 잠식하면서 현재의 지형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망각과 기억의 지형을 정면으로 맞서서 돌파하는 것이며, 미디어위원회는 ‘인양’, ‘도둑’, ‘교실’, ‘살인’, ‘자국’ 그리고 ‘선언’으로 그 지형도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한국사회 곳곳을 누비며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온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구성한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밝힌 기획 의도대로, ‘망각과 기억’은 이렇게 기획한 6편과 대구의 영화인이 함께 만든 프로젝트 ‘블루-옐로’까지 총7편의 독립된 단편 다큐멘터리로 구성돼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를 중심으로 세월호의 진실에 접근한 ‘도둑’. 유가족을 비롯해 세월호를 둘러싼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원고등학교 교실 존치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교실’. 참사 이후 70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는 기억과 이미지로 구성된 ‘자국’.

대구지하철 참사라는 아픈 기억을 가진 대구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기억투쟁을 하고 있는 시민들 이야기 ‘블루-옐로’. 세월호가 가라앉은 바다가 바로 코앞에 펼쳐진 동거차도를 지키는 유가족과 민간 잠수사 이야기 ‘인양’. 자본의 논리로 기계부품보다 더 허접한 취급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세월호 참사를 통한 성찰을 확장시키는 ‘살인’.

여기에 세월호 참사를 하나의 특정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계기로 삼아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러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질문하는 ‘선언’까지. 일곱 편 모두, 허투루 넘길 작품이 없었다.

이 모든 작품의 러닝타임을 합하면 190분. 거기에 유경근 세월호 유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의 간담회까지 도합 다섯 시간을 극장에 앉아 있었지만, 시간이 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참사 2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에 빠져 있던 내게 이 프로젝트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렴풋하지만 분명한 희망의 신호를 깜빡이고 있었다. 간담회를 하는 내내 목에 걸린 노란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온 몸으로 그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생각했다. 세월호 때문에 울었던 사람들, 막막함에 허물어졌던 사람들, 모두 이 영화를 함께 보면 좋겠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가 극장에 개봉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많은 사람이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찾은 희망의 신호를 발견하면 좋겠다.

3시간을 훌쩍 넘기며 무리해서 전편을 내리 보지는 못하더라도, 각각의 작품 러닝타임이 30분 내외이니 이중 2~3편을 상영하고 간담회나 토론회를 하면 어떨까. 2년 동안 쌓인 무력감을 떨치고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보면 어떨까. 세월호를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세월호를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내 이야기로 해석하는 것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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