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구술로 보는 인천 민간소극장사
저자 장구보, “시대정신 표현할 공간 사라져”

“한국 민간소극장은 1969년 ‘까페 떼아뜨르’로부터 시작된다. 이 극단의 멤버 이우용씨가 5년 후 인천 (중구) 용동에 ‘까페 깐느’를 체인점 형태로 개관하는데, 이게 인천 최초의 민간소극장이다. 부산의 ‘까페 떼아뜨르’(1975년)가 그동안 지방 민간소극장의 시작으로 알려졌는데, 이것보다 일 년이나 빠르다”

▲ 옛 돌체소극장.<장구보 대표 제공>

1974년부터 2015년까지 인천지역에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는 민간소극장의 역사를 되짚은 책 ‘구술로 보는 인천 민간소극장사’가 나왔다.

인천학연구원의 ‘인천학연구총서’ 35번째로 출간된 이 책은 현대무용 전문예술단체인 구보댄스컴퍼니(부평구 십정동 소재)의 장구보 대표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인천의 민간소극장 20여개의 관계자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현존하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국악전용극장(2004년), 떼아뜨르 다락 소극장(2010년), 플레이캠퍼스 소극장(2009년)의 역사를 역으로 추적해 지난 40여 년간 인천에 존재했던 민간소극장 20여개의 흥망성쇠를 가감 없이 기록했다.

장 대표가 이 책을 내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인천의 민간소극장을 다룬 역사적 자료가 거의 없었어요.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고 신문 기사와 보도 자료를 발췌해 역사의 흔적을 찾아나갔죠. 이렇게 미친 짓인지 정말 몰랐어요.(웃음) 최대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사실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이 책의 의미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 민간소극장이 인천에 문을 열었다는 것과, ‘돌체’가 인천에서 처음으로 생긴 민간소극장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던 것을 바로 잡은 거예요. 민간소극장은 상업화된 문화공간이나 대형화된 공공극장과는 달리 시대정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돌체’는 1978년 인천에 만들어진 최초의 소극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돌체’는 극단 마임의 주요 활동무대였고, 팬터마임을 중심으로 수많은 공연이 올랐다. 현재는 ‘플레이캠퍼스(대표 장한섬)’로 명칭을 변경해 운영 중이다.

▲ 현대무용 전문예술단체인 구보댄스컴퍼니 장구보 대표.
장 대표는 민간소극장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인천에서 민간소극장을 힘겹게 운영했던 과거사를 듣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은 당시 자신들의 예술혼이 담긴 창작 작품을 만들었고, 그것을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그들의 창작정신은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이것들을 듣는 과정이 나에겐 참으로 잔인했다”

장 대표는 ‘민간소극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인천에서 창작실험정신이 설 곳을 점점 잃었다’고 했다. ‘이 책이 공공극장에 가려진 민간소극장이 다시 조명을 받고, 예술을 통한 순수하고 정신적인 활동들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천이 직할시가 되고, 시청사가 남동구 구월동으로 이전하면서 민간소극장들도 동인천에서 인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도시가 급격히 커지고, 지방자치 실시 후 공공극장들이 생기면서 중구 신포동을 중심으로 있었던 민간소극장은 더 설 곳을 잃어버렸다. 민간소극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시대정신을 반영한 창작예술들을 만날 수 없게 된다”

한편, 장 대표는 오는 18일 오후 4시 30분, 부평아트센터 호박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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