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별이 될 수 있고, 자신만의 소우주가 있습니다”
“누구나 별이 될 수 있고, 자신만의 소우주가 있습니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6.02.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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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람] 시민창작 낭만뮤지컬 ‘소우주 환상곡’

취업준비생, 백수, 가정주부, 보험설계사,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이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말 그대로 살아온 삶이 서로 다른 사람 30여명이 모였다. 뮤지컬을 하기 위해서다.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은 생활문화예술을 인천에 뿌리내리고자 2006년에 만들어졌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시민 창작 낭만뮤지컬 ‘소우주 환상곡’을 무대에 올린다. 허명희(46) 뮤지컬 기획팀장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시민들이 창작과정에 참여하고 배우로도 출연

▲ 허명희 뮤지컬 기획팀장.
“올해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해입니다. 문화바람의 전신인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를 1996년에 만들었으니 올해가 20주년이에요. 문화바람은 10주년이고요. 문화바람 회원이 500여명인데, 생활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활력을 찾고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걸 배웁니다. 또한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작은 실천을 하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에 쫓겨 자신이 누구인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 지 잊고 살았던 사람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생기를 찾았다. 그런 회원들이 자신들의 얘기를 녹여 뮤지컬 콘티를 짜 직접 무대에 선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겪은 갈등이나 직장생활의 애로사항,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동아리 모임에 참여하는 가정주부가 겪는 일상이 뮤지컬의 내용이에요.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모임에 소홀할 수도 있지만, 회원들과 약속했던 것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에피소드를 극에 담았습니다”

낭만뮤지컬 ‘소우주 환상곡’은 3월 19일 오후 4시와 7시, 20일 오후 4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대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작곡가이자 문화바람 사무처장인 최경숙씨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고, 극단 아토의 대표인 이화정 연출가와 정성원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시민들의 참여에 전문가들의 손길을 더해 3월에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맹연습을 하고 있단다.

누구나 소우주를 갖고 있다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작품의 이름을 정하는데 의견이 많았어요.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누구나 소우주를 갖고 있다고 봐요. 누구는 그럭저럭 살다가 별이 되기 전에 죽을 수도 있고, 누구는 행성이 될 수도 있겠죠. 사람이 서로 부대끼면서 별이 되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별들이 모여 은하수라는 우주를 이루는 것처럼 우리 개인인 별들이 모여서 아름답게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허 팀장은 이번 뮤지컬은 그냥 뮤지컬이 아니라 낭만뮤지컬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은 낭만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덧붙이며. 뮤지컬 제목에 담긴 또 다른 의미는 ‘소우주’를 계속 말하다보면 ‘소주’와 비슷한 억양이라 우리의 삶에서 뒤풀이와 술의 의미를 넣고 싶다고도 했다.

낭만뮤지컬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2016년 사업을 기획하면서 ‘우리 얘기를 일반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출연하는 뮤지컬로 만들자’는 제안에,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흔쾌히 동의했고, 그때부터 흥분하기 시작했다. 뭔가 일을 벌이고 싶어서.

첫 모임을 지난해 12월 28일 한 이후 현재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루 4시간씩 연습하고 있다. 2월 중순부터는 평일에 하루를 더 연습할 계획이란다.

배우 모집 공고 일주일 만에 사람들 모여

▲ 노래연습을 하고 있는 배우들.
“공연을 세 번 하는데 대부분 직장인이라 3회 연속 공연이 어려울 것 같아 ‘더블’이 아닌 ‘쓰리’ 캐스팅을 했어요. 배우를 모집한다고 하니까 일주일 만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문제는, 돈이 없는데 일을 너무 크게 벌인 거죠. 정말 하고 싶어서 시작했으니까요. 포스터 제작비용 등은 나중에 지불해도 되는데 배우들 연습할 때 간식이나 밥을 사주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문화바람 상근활동가들이 사비로 간식을 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문 기획자가 아니라서 꼼꼼하게 셈을 다한 후에 벌인 사업이 아니라 한계도 있었다. 그러나 허 팀장은 마음이 먼저 움직여 시작한 일이라 후회는 없고 참여한 사람들도 모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공연 티켓 예매를 미리 해주시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2월 말까지 예매해주신 분들은 공연 팜플릿에 제작 후원자로 이름이 들어가고요. 기념품도 나눠드릴 계획입니다”

관람료는 2만 5000원이다. 단체 10인 이상이나 대학생ㆍ청소년ㆍ장애인은 20% 할인된다. 인터파크로도 예매가 가능하고 크라우드펀딩서비스 ‘텀블벅’(www.tumblbug.com)을 통해서도 제작 후원할 수 있다.

1월 30일은 캐스팅이 있던 날이다. 배우들이 각자 노래 한 곡 씩을 불렀다. 보통의 오디션이라면 서로 주인공에 욕심을 냈겠지만, 이들의 캐스팅은 축하와 격려의 자리였단다.

“배우들이 정성원 연출가를 참 좋아해요. 연출가도 처음 무대에 서는 시민들이다보니 연기를 잘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시죠. 연출가가 노래를 익혀오라는 등의 숙제를 내 줘요. 배우들이 열정이 많아 숙제를 잘 소화하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엄청 빠릅니다”

오디션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노래를 잘하는데 연기가 안 되면 노래에 비중 있는 역할을 줬다. 노래가 안 되면 연출가나 음악감독과 협의해 대본과 노래를 수정해 최대한 배우한테 맞춰준다. 사투리를 쓰는 배역이 있는데 전라도 출신은 전라도 사투리를, 경상도 출신은 경상도 사투리로 대사를 한다.

생활문화예술은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

▲ 공연 연습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배우들.
“문화바람이라는 단체를 만든 목적은, 회원들이 삶의 주인이 돼 스스로 결정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배워나가는 것이에요. 회원들이 이곳에 오면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대요. 그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나요?”

알 듯 말 듯한 ‘생활문화예술’이라는 말의 정의를 허 팀장에게 물으니, 일회성 취미활동이 아닌 문화 활동으로 자기 본연의 모습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문화예술운동의 기본은 동아리 활동이에요. 동아리 활동이라고 하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아마추어로 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아니죠. 더 많은 시민이 동아리 활동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삶을 찾게 하는 겁니다. 1990년대는 대학교에서 서클 활동이 왕성했던 때였죠. 그때 대학에서 서클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포기하고 살잖아요.

문화바람은 시민들의 놀이터가 되고 싶어요. ‘이곳에서 놀자’라는 생각으로 생활문화예술 동아리 연합 ‘놀이터’를 만들었고요. 우리는 주민자치센터나 백화점에서 하는 문화강좌프로그램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문화센터의 프로그램은 일회성 취미활동 중심에 강사와 수강생의 관계가 중심이에요. 우리는 나이와 사회적 직책을 내려놓고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나와 다르지만, 나와 다르지 않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어서 허 팀장은 “어른들의 건강한 문화 놀이터인 문화바람이 10주년을 맞아 동아리 활동을 하는 모습을 뮤지컬로 풀어냈습니다”라고 한 뒤 “전국에서 생활문화예술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초대하려고 합니다. 이것을 계기로 전국에서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홍보하고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