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청 차장 ‘측근 내정’설에 공직사회 부글부글

민선6기 2년차를 맞이한 유정복 인천시장의 인사가 베일을 벗으면서 ‘회전문 인사’와 ‘낙하산 인사’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유 시장은 지난 1월 비서실장ㆍ대변인ㆍ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교체했다. 조동암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을 비서실장에, 박현수 전 <경인일보> 편집국장을 대변인에, 박종효 전 비서실장을 대외협력특보에 각각 임명했다.

여기다 시가 개방형으로 바꾼 인천경제청 차장에 황기영 (주)송도아메리카타운 대표 임용이 유력하다. 황 대표는 유 시장 선거캠프 출신으로, 그가 실제로 인천경제청 차장에 임명되면 ‘회전문ㆍ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조동암 비서실장의 경우 유 시장 취임 후 시 안전행정국장과 인천경제청 차장을 지내고 정년퇴임한 후 개방형 비서실장으로 복귀했다. 또, 박종효 전 비서실장은 대외협력특보에 임용됐다.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 할 수 있다.

황기영 (주)송도아메리카타운 대표는 이윤성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 전 의원이 국회 부의장일 때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 뒤 2014년 지방선거 후 민선6기 유정복 시장 인수위원회에서 기획팀장을 지낸 경력으로 특수목적법인인 (주)송도아메리카타운 대표에 임명됐고, 이때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를 두고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민선6기 회전문 인사와 낙하산 인사의 종결판”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해 7월 관련 조례 개정 당시 유 시장은 ‘개방형을 고려한 것은 맞지만 특정 인물을 미리 점찍어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조례 개정 후 첫 개방형 인천경제청 차장에 황 대표가 임명되면, 유 시장의 해명은 거짓이 되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인천경제청 차장은 시 집행부, 의회와 긴밀한 협조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현안을 해결해야할 중요한 위치다. 그런데 황 대표는 (주)송도아메리카타운 대표 임명 때부터 전문성 논란을 빚은 데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때 시의회의 합리적인 비판조차 못마땅해 했다.

이 때문에 황 대표가 인천경제청 차장에 내정된 것에 공직사회 내부의 불만이 상당하다. 우선 청장을 개방형으로 외부에서 임용했으면, 차장을 공무원에서 임용해 균형을 갖춰야하는데 둘 다 외부 인사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을 뿐이다.

또한 지방이사관 자리인 인천경제청 차장을 개방형 공모로 전환하면서 공무원 몫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인천시의 지방이사관 자리는 시의회 사무처장, 인천경제청 차장, 부평구 부구청장, 남동구 부구청장 등 모두 4명뿐이다. 3급에서 2급으로 승진하면서 자리가 나야 나머지 인사에 숨통이 트이는데, 막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에 시 고위공무원 출신이 올 것이라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비상근 회장을 보좌해 상공회의소 업무를 총괄한다. 이 자리에 시 고위공무원이 올 경우, 유 시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상공회의소까지 확대될 수 있다.

유력 언론사 두 곳이 유 시장과 긴밀한 관계

유 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1주년 때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낙하산 논란을 빚고 있는 이번 인사는 유 시장의 ‘집권 2년차 시정 방향’을 해석하는 단초나 다름없다.

우선 대변인에 <경인일보> 전 편집국장이 임명된 게 눈에 띈다. 박현수 대변인은 유 시장이 김포시장일 때 기자로서 김포시를 출입하며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인천일보>는 지난해 12월, 유정복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한 황보은 전 <인천일보>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명희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공교롭게도 인천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언론사 두 곳이 유정복 시장과 ‘긴밀한 인연’을 맺게 된 셈이다. 지역 언론시장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두 언론사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지만, 유 시장 입장에선 시정 홍보에 유리한 지형이 마련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인천 언론에 대한 시민모니터링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조동암 비서실장의 경우 2급 지방이사관으로 정년퇴임한 공무원 출신이다. 퇴임 전 시 안전행정국장과 인천경제청 차장을 지냈다. 그만큼 공직사회 내부에 여러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또 지역 현안에 밝다는 의미다.

집권 2년차에 성과를 내야 하는 유 시장이 시 집행부에서 정책 조정과 소통을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조 전 인천경제청 차장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비서실장이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공직사회 내부에서 역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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