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송도 컴팩스마트시티(COMPACT·SMART CITY)

컴팩스마트시티(COMPACTㆍSMART CITY)라는 건물 이름부터 생소했다. 친숙하지 않은 영어로 된 이름의 기관이, 그것도 인천시립박물관 소속이라는 게 더 이해되지 않았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시립박물관 본관 이외에 송암미술관ㆍ검단선사박물관ㆍ한국이민사박물관 등, 분관 3개를 두고 있다. 부서로는 관리부ㆍ전시교육부ㆍ유물관리부ㆍ컴팩스마트시티부가 있다. 연수구 송도에 있는 컴팩스마트시티는 분관이 아닌 부서로 편재됐다. 지난 24일 김상열(50) 컴팩스마트시티 부장을 만나 컴팩스마트시티의 정체성과 비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도, 상설 전시 내용도 모두 바꿔야”

▲ 김상열 컴팩스마트시티 부장.
“이름을 바꾸려합니다. 시립박물관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해야하는데, 상설 전시 내용에 맞게 관명을 바꿔야합니다. 관명이란 기관의 설립 목적과 내용이 노출되는 건데, 컴팩스마트시티는 지금의 박물관 내용을 표현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관명을 바꾸는 작업을 할 겁니다”

컴팩스마트시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인 화면에 ‘인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보이는 곳 컴팩스마트시티’라는 글귀가 보인다.

컴팩스마트시티는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이하 도시축전) 때 도시계획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지하1층, 지상4층 규모다. 도시축전이 끝나고 운영주체가 인천시시설관리공단으로 바뀌면서 이름도 컴팩스마트시티로 변경됐다.

“당시 시정부는 인천을 국제도시로 만들어 세계도시의 허브 역할을 하는 걸 추구했어요. 그래서 (인천도시철도) 역명이나 기관 이름 중에 컴팩스마트시티뿐만 아니라 영어로 된 이름이 많았습니다”

운영주체가 다시 인천도시공사로 변경되고, 2014년 1월 1일부터 시립박물관에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엔 시립박물관 산하의 컴팩스마트시티부가 만들어졌다.

김 부장은 관명을 빨리 바꿔야하는 이유로 ‘일부 잘못된 정보가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층에 ‘2020년 인천도시계획’을 전시한 코너가 있는데, 시정부에서 추진하는 도시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전시돼있습니다. 3층 IFEZ(Incheon Free Economic Zone,인천경제자유구역) 모형관도 용도가 바뀌어야합니다”

IFEZ는 2003년 8월에 국내 최초의 FEZ로 지정됐고, 송도ㆍ영종ㆍ청라지구로 구성돼있다. IFEZ 모형관은 IFEZ 사업을 홍보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3층 영상실에서 IFEZ를 홍보하고, 세미나실에선 투자와 관련한 의견을 나눌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G타워에 IFEZ 홍보관이 생겨, 내용이 중복될 뿐만 아니라 기능을 상실해 상설 전시 내용 전반을 바꿔야할 상황이다.

컴팩스마트시티 1층엔 인천이 근대도시로 성장해온 모습을 선보인 ‘고대 및 근대 전시관’이 있다.

인천도시생활사 박물관으로 재탄생 준비

▲ 컴팩스마트시티 건물 외부 전경. 이 건물은 지하1층과 지상4층 규모다.
김 부장은 박물관의 기본인 상설 전시의 내용을 ‘인천의 생활사를 주제로 해, 도시계획과 도시기반시설인 교통이나 상수도 등의 변천사, 도시에서 살고 있는 인천시민들의 생활ㆍ문화 등의 변화를 통틀어 다룰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이라는 곳이 꼭 과거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포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하나의 부서로 운영되는데, 리모델링을 해 재개관할 때는 분관 형식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건물 2층의 천장 높이가 6m가량 되는데 그것 또한 복층 구조 등으로 활용도를 높이는 걸 구상하고 있습니다”

인천은 디아스포라(Diaspora,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의 정체성을 띄고 있다. 20세기 초 인천 사람들이 인천항을 통해 하와이로 이민을 간 역사가 있고, 일제강점기엔 군수공장 노동자가 되기 위해 경향 각지에서 인천으로 모였다. 인천은 이주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김 부장은 1883년 인천 개항 이후의 역사를 다뤄 근대도시와 당시 서민들의 생활사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구의 수도국산박물관, 중구의 개항박물관이나 근대건축전시관, 부평의 부평역사박물관과 상설 전시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차별화와 융합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어 공식적으로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송도 주민과 회사원들이 찾는 곳으로

컴팩스마트시티가 있는 송도 신도시는 말 그대로 새로운 도시다. 인천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 많고, 건설 회사나 대학 또는 연구단지가 들어서 직장인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시립박물관 산하라 인천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시나 프로그램 운영을 고민해야겠지만, 인근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죠. 인근 주민 중 성인이나 회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성인 중심의 프로그램 중에는 특히 부모가 우리 박물관의 교육을 받고 자녀와 함께 재방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갖고 준비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외국 박물관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부모 또는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이 자녀나 손자손녀들과 눈을 맞추며 끊임없이 얘기하는 모습이 부럽더라고요. 또 하나는 직장인들이 박물관을 찾게 하려합니다. 회사 행사 때 박물관과 연계해 강의하거나 박물관에 대한 설명을 할 수도 있죠. 인근 회사원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박물관을 둘러볼 수도 있고요”

김 부장은 인터뷰 내내 ‘정주의식’을 강조했다. 인천이 고향인 사람이나 외부에서 온 사람이나 모두 인천을 잘 모르고, 잘 모르니 애정이 생길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인천의 숨어있는 많은 이야기를 컴팩스마트시티에서 담아보고 싶다고 했다.

에코뮤지엄, 작은 박물관이 경쟁력이다

▲ 컴팩스마트시티 2층 ‘인천모형관’ 내부 전경.
에코뮤지엄(Ecomuseum)이라는 게 있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건축유산, 생활방식, 자연환경 등을 그대로 보존ㆍ계승하면서 이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독특한 형태의 박물관이다. 박물관 운영에 주민들이 직접 참가할 뿐 아니라 전시 이외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했고, 일본에도 많이 있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11월 남구 용현1ㆍ4동의 토지금고에 마을박물관을 개관했으며, 부평역사박물관의 ‘신촌 다시보기’ 특별전이나 동구 수도국산박물관은 주민들이 소장한 유물을 기증 또는 대여해 전시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 정주의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원주민들에겐 향수를, 외지인들에겐 지역 정체성을 알리는 데 작은 박물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죠. 또한 전시나 프로그램 내용에 변화를 줘야 해요. 규모가 커지면 운영이 어려워, 작은 박물관이 경쟁력이 있습니다”

‘2019년 2월 재개관’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 김 부장에게 마지막으로 박물관 관람의 팁(tip)을 물었다.

“어느 박물관이든 도슨트(docent, 안내원)가 있어요. 그분들을 잘 활용하세요. 박물관의 안내 문구에서는 볼 수 없는 행간의 깊은 뜻을 그분들의 설명으로 알 수 있어요. 둘째, 박물관에 비치된 팸플릿이나 유인물을 꼭 챙기세요. 방문한 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면 기억이 날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박물관에는 상설 전시 외에 특별 전시가 있어요. 특별 전시는 제한된 소재로 제한된 시기와 공간에서 하기 때문에 상설 전시보다는 집중도가 높습니다. 특별전이 있을 때 방문하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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