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독일인들에게 주말 아침은 늦잠은 물론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주말에도 시간을 할애하는 일이 있다. 바로 신문읽기다. 평일에 매일 읽던 신문과 달리, 주말에 배송되는 특별판은 주말 전용이다.

주말 특별판이 평일보다 비교적 두껍게 배송되는데, 한 주간의 정치적 이슈를 종합하거나 좀 더 많은 이의 의견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딱딱한 기사도 있으나 여행이나 소설을 소개하는 장문의 기사도 할애된다. 평일 판보다 가격도 비싸게 판매되는 이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나눠 소비된다. 우리와 조금 다른 신문 구독 습관이다.

한국에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종이활자를 보는 사람을 이제 좀처럼 찾기 힘들다. 출·퇴근길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은 쉽게 눈에 띄지만, 책을 읽거나 종이신문을 펼쳐 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아직까지 책이나 신문을 소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잠시 잠깐 신문을 읽거나 두꺼운 신문을 손에 들고 다니는 이가 많다. 독일인들에게는 또 다른 구독 습관이 있다. 한국인들에게 뉴스와 정보는 무료라는 인식이 크다. 어디서든 똑같은 문체와 사진이 뉴스로 전달되는 무료 인터넷 기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인들 가운데 4명 중 1명은 신문사에 구독료를 지불하고 인터넷 기사를 접한다. 인터넷에서도 유료 기사와 공짜 기사가 구분된다. 오랜 시간 다양한 이유와 경위에서 비롯한 이들의 습관, 즉 문화일 것이다.

이제 한국의 신문사들과 상이한 독일 신문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은 신문사 1개가 평균 신문과 잡지 서너 개를 동시에 발행한다. 지역신문을 발행하는 신문사가 전국지를 발행하는 신문사보다 더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지로 대표되는 신문사 7개에는 진보·보수·중도를 대변하는 신문사와 지나치게 선정적인 ‘황색’신문사까지 있다.

조선·중앙·동아의 지배적인 한국의 전국지 시장과 비교할 때 전혀 다른 구조이다. 각자 정치색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권력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독일의 지역신문사를 살펴보면, 먼저 지역 일간지가 제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일간신문 351개 가운데 지역 일간신문이 336개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오래된 지역 분권화로 지역의 정치적 독립은 물론 신문의 존재적 가치가 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니다.

이에 반해, 지역 주간신문의 수가 21개로 비교적 적은데, 독일의 신문시장은 언론의 자유를 앞세워 시장의 경쟁논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400여 년간 이어진 신문시장의 치열한 생존 싸움에서 지역 주간지들이 지역 일간지로 통폐합된 이들의 신문사(史)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독일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는, 한국 언론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바로 대안 언론이다. 1988년 창간된 <한겨레>를 시작으로 시민이 주인 되는 신문사의 등장은 오늘날까지 지속된다. 그 가운데 20여 년 전 전국에서 활발히 시작한 지역 주간신문들의 창간이 있다. 오늘날 전국으로 확대된 지역 주간신문사 540여 개 가운데 다수가 민중언론, 풀뿌리언론으로서 기존 언론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창간했다.

이 같은 대안 언론의 활동은 인터넷의 성장과 함께 확대됐는데, 2000년에 시작한 시민저널리즘 <오마이뉴스>, 뉴스협동조합으로 활동하는 <프레시안>, MBC 해직 기자들의 <고발뉴스> 등, 모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저항언론이다.

기존 언론들이 권력과 자본에 노예가 된 오늘날, 인터넷 언론으로 활동하는 <국민TV>와 <뉴스타파>, 그리고 팟캐스트 등의 대안 언론은 끊임없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독일에선 대안언론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안언론들을 찾아볼 수 없다.

두 나라의 신문읽기 문화와 상이한 신문시장 구조는 서로 다른 역사적 경위에서 지금의 모습을 형성했다. 우수함이나 열등함을 비교하는 논리가 아니다. 서로 다른 형태와 차이를 분석하는 일은 복잡하고 난해할 것이다. 그러나 두 나라에 공통된, 신문이 지닌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있다.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신문이 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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