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법 위반ㆍ배임증재ㆍ사기죄 적용

▲ 인천지검은 지난 10월 분뇨 무단투기 장소로 알려진 곳에서 잠복해 무단투기 현장을 적발했다. 하수도법 77조에 따르면, 분뇨를 무단투기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사진제공ㆍ인천지검>
무단투기로 3억 5000만원 부당이득 혐의

인천 남동구 소재 아파트나 대형마트, 은행 등에서 수거한 분뇨를 다른 아파트나 하수구 맨홀에 무단으로 버린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건물 관리소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도 받고 있고, 여기에 전 인천시의회 의장도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지방검찰청 형사2부(부장검사 정지영)는 수거한 분뇨를 무단투기하고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남동구분뇨처리업체조합(이하 조합) 이사장인 김아무개(J환경 대표)씨와 조합 감사 김아무개 전 인천시의회 의장을 구속 기소하고, 분뇨처리업체 운전기사와 건물 관리소장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23일 공개한 보도자료 내용을 정리하면, 남동구 소재 분뇨처리업체 9개는 임의로 조합을 결성한 뒤 건물 정화조를 청소하면서 수거한 분뇨를 서구 가좌하수처리장이 아닌 인접한 아파트 정화조나 하수구 맨홀에 무단 투기했다.

이들은 또, 분뇨를 실제 수거하지 않은 채 분뇨 수거차량만 건물에 출입시키는 이른바 ‘공차 돌리기’를 했고, 계량증명서를 위조하거나 중복 사용하는 방법으로 분뇨 수거량을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렇게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이들이 가좌하수처리장이 아닌 곳에 무단 투기하거나 ‘공차 돌리기(=수거량 부풀리기)’로 편취한 부당이득은 약 3억 5000만원 에 달한다. 이는 분뇨 약 3만톤 분량이다.

이들은 또,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건물 관리소장 등에게 200여 차례 금품을 제공했고, 자치구별 ‘분뇨 반입량 쿼터제’를 악용해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남동구 소재 경쟁업체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월 무단투기 장소로 알려진 곳에 잠복해 무단투기 현장을 적발했다. 검찰은 현장에서 분뇨 수거차량 운전기사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동시에 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11월 13일 운전기사 구속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 당했다.

그 뒤 보강 수사해 뇌물공여장부를 확보한 뒤 이번에 조합 이사장과 감사를 구속 기소하고, 운전기사 4명과 건물 관리소장, 대형마트 총무팀장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한 것이다.

검찰은 조합 이사장이 올해 4월 무렵부터 분뇨 수거차량 운전기사들에게 수거한 분뇨를 다른 아파트 정화조에 버릴 것을 지시하고, 운전기사들과 공모해 총22회에 걸쳐 분뇨를 무단 투기했다며, 하수도법 위반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또, 조합 이사장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건물 관리소장 등에게 계약관계 유지와 정화조 청소 시 감독 소홀을 청탁하며 약 3000만원을 제공했다며, 배임증재죄를 적용했다. 아울러 같은 기간에 계약한 만큼 분뇨를 수거하지 않고 계량증명서를 중복 사용하는 방법으로 1억 2000여만원에 달하는 사기를 쳤다며, 사기죄를 추가했다.

검찰은 조합 감사인 김아무개 전 인천시의회 의장에게도 무단투기에 따른 하수도법 위반죄를 적용했다. 김 전 의장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부정한 청탁을 하고 건물 관리소장에게 약 1800만원을 제공했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계량증명서를 위조하거나 중복 사용하는 방법으로 약 1억 2000여만원에 달하는 사기를 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쟁업체 고사ㆍ분뇨 수거 수수료 인상’ 의혹도

특히, 김 전 의장은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경쟁업체를 고사시켜 남동구에서 분뇨 처리를 독점하려한 의혹을 받고 있다. 가좌하수처리장의 자치구별 분뇨 반입량이 정해져있는데, 김 전 의장은 이를 악용해 조합 소속 업체로 하여금 분뇨 이외의 물질까지 채워 남동구 반입량을 채움으로써 경쟁업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 전 의장은 조례로 지정된 분뇨 수거 수수료까지 인상하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남동구 분뇨 수거 수수료는 현재 1000리터당 1만 1350원인데, 내년부터 1만 6200원으로 43% 인상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인천의 다른 기초지자체에서도 조합을 결성하고 수수료 인상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검찰은 또, 이 두 사람의 지시를 받아 분뇨를 무단 투기(하수도법 위반)한 혐의로 운전기사 4명을, 조합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정화조에 무단투기를 눈감아준 혐의로 A아파트 관리소장 B씨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본사로부터 분뇨 처리비를 매달 20만원 교부받고 실제로는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총1160만원 편취한 혐의로 C대형마트 총무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인천지역 분뇨수거업체들에 널리 퍼져 있는 비리의 실체를 확인한 만큼 다른 분뇨수거업체들도 점검할 예정”이라고 한 뒤 “향후 인천시와 간담회를 열어 전 지역을 점검해 불법이 자행되지 않게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승기천에서 발생한 악취의 원인이 이들이 무단 투기한 분뇨일 가능성이 커졌다. 아파트 정화조에서 걸러진 오ㆍ하수는 정화조 관을 타고 하수도로 유입돼 차집관로를 따라 승기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다.

이때 무단투기로 정화되지 않은 분뇨가 유입될 경우, 하수처리시설의 과부하를 야기한다. 또, 비가 오면 하수도 유량이 늘어나 정화조에서 걸러진 오ㆍ하수가 하수처리장으로 통하는 차집관로로 모두 유입되지 못한 채 하천으로 바로 유출돼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