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박길상 사장 해임에 시민사회 '상식밖 결정' 쓴 소리
부채 50억원 탕감하고 워크아웃 졸업으로 경영정상화 했는데 '쫓겨나'

[기사보강] 2015년 12월 11일 오후 18:10

상식 벗어난 ‘해임’ 결정에 ‘권언유착’ 의혹 확산

인천일보는 지난 8일 오전 주주총회를 열어 새 이사를 선임했다. 이후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박길상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황보은 전 인천일보 사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2013년 2월 27일 취임한 박길상 전 대표이사는 재임 중 부채 50억원을 탕감했고, 지난 10월에는 워크아웃(기업회생)을 졸업했다. 하지만 33개월 만에 전격 해임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지부와 인천일보기자협회, 직원협의회 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인천일보 정상화에 힘을 보탠 시민사회 또한 ‘상식을 벗어난 결정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이사는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난파 직전에 있던 인천일보의 대표이사를 맡아 워크아웃 과정에서 약 5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탕감하고, 최근에는 워크아웃 졸업 뒤 200만원 미만이던 신입 직원들의 월급을 200만원 이상으로 인상하기로 하는 등, 인천일보를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으면서 구성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박 전 대표이사는 취임과 동시에 대표이사 차량부터 없애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혁신을 시작했다. 아울러 자신의 급여를 부장급 이상 기자들이 민망할 정도로 시민운동가 시절과 큰 차이 없이 받았다. 심지어 직원 자녀들에게 따로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

이렇듯 박 전 대표이사는 인천일보 구성원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인천일보를 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단칼에 쫓겨났다. 그의 해임 후 ‘권언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해임은 단순한 해임에 그치지 않고 언론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노조, 만장일치로 황보은 체제 대응 비대위 구성

인천일보지부는 같은 날 오후 긴급총회를 열어 조합원 만장일치로 황보은 신임 대표이사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황보은 신임 대표이사는 인천일보가 최악의 사태를 겪던 2008~2009년에 전무이사와 사장으로 일하면서 경영 악화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인천일보지부는 “당시 황보은 사장 재임 시기가 인천일보 역사상 최악의 경영난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밝혔다.

2009년 1월에 인천일보 직원들의 임금체불 규모는 월 임금의 650%에 달했다. 2008년 8월 상여금, 9월 임금 50%, 10월 임금과 상여금, 11월 임금, 12월 임금과 상여금이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

일부 직원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자녀 급식비도 못 냈으며,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생계를 겨우 유지했다. 이 시기 많은 기자가 인천일보를 떠났다. 그리고 남은 이들이 박길상 전 대표이사와 함께 부채를 탕감하고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2009년 당시 경영진은 경영상황이 심각하다는 말만 되풀이 할뿐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반발하는 노조 간부를 전보ㆍ인사 조치했고, 2009년 1월엔 단체협약 해지와 임금 반납, 무급휴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인천일보지부는 “황보은 사장은 2009년까지 전무이사와 대표이사를 맡아 노동조합 파괴에 앞장섰다. 이 때 조합원 대부분이 피눈물을 머금고 조합을 탈퇴했다. 그러나 그 뒤 만들어진 노사협의체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 채 유령조직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2009년 8월, 인천일보 이사회는 황보은 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후 부임한 사장 두 명도 인천일보의 장기간 임금체불과 경영난, 경영진과 구성원 간 갈등을 풀지 못했다. 그 뒤 2013년 2월에 박길상 전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번에 박 대표이사를 해임한 이유는 기업회생 기간에 감자로 자본금 150억원을 15억원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박진영 인천일보지부장은 “김정섭 회장은 직원들이 50% 넘는 임금삭감을 감내하는 동안에도 최근까지 자회사로부터 월 150만원을 챙겨갔고, 감사는 일주일에 고작 하루 이틀 출근하면서 200만원을 챙겼으며, 봉사하러 왔다던 김 회장의 동생은 미지급금을 못 받았다며 3000만원을 챙겨갔다”고 했다.

인천일보 회장, “유 시장과 친한 사장 취임시켜 덕 보자”

지난 10일 오전 인천일보사 4층에서 열린 전체 직원회의에서 김정섭 인천일보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유정복 시장과 친한 황보은 사장을 취임시켜 덕 좀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황보 사장이 유 시장 캠프에서 일했다”고 강조했다.

인천일보지부는 “김 회장은 이미 지난 8일 열린 긴급 확대간부회의에서 수차례에 걸쳐 유정복 시장을 언급했다. 정치권력과 야합하자는, 언론사 경영진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발언을 김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내뱉었다”고 밝혔다.

이날 인천일보지부가 '박길상 사장 해임'에 제기한 '권언유착' 의혹에 대해 김정섭 회장은 "(유 시장과) 교감은 없었다. 의논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인천일보지부는 또, “황보은 사장은 ‘사옥 매각과 투자유치에 나서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희생과 노력으로 부채 50억원을 갚으며 사옥을 지켰다. 그런데 겨우 한다는 소리가 사옥 매각인가? 이는 투자유치와 회사 운영에 대한 계획이 없어 스스로 자격이 없음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유정복 시장과 제물포고등학교 동문인 데다 김포 출신이다. 김 회장은 유정복 시장이 김포군수를 지내던 시절에 김포군 고문변호사까지 지낼 정도로 유 시장과 가까운 사이였다. 유 시장은 시장이 된 후에도 김 회장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유지했다.

김정섭 회장의 발언은 ‘권언유착’설로 확산됐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인천일보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유정복 시장을 거론한 것만으로 권언유착설이 나돌기에 충분하다. 유정복 시장은 인천일보의 이번 사태 과정에서 본인 이름이 수차례 언급된 이상 책임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김정섭 회장의 권언유착 발언은 인천일보를 정치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려는 것으로, 언론의 공적 책임을 내팽개친 것이다. 김 회장은 이번 인천일보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야한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김 회장 사퇴와 인천언론 바로 세우기를 위해 인천일보지부, 시민사회단체 등과 대책위를 구성해 연대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 "90% 감자하고 체당금 문제 야기한 사람 사장 안 돼"

하지만 김정섭 회장은 “해임이 아니라 대표이사 교체다. 기업회생에 따라 12월까지가 박 사장의 임기다. 박 사장이 주주총회에서 해임을 요구했으나, 해임으로 처리할 경우 민형사상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새로운 대표이사로 교체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언유착' 의혹제기와 비판에 대해 김 회장은 “박 사장이 90% 감자로 주주들에게 비수를 꽂았다. 자기 체면 유지를 위해 90%를 감자하는 사람을 주주들이 대표이사로 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한 체당금 문제가 크다. 박 사장은 퇴직한 사실이 없는 직원을 마치 퇴직한 것으로 꾸며서 세금을 부당 수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 사람을 인천을 대표하는 언론사의 사장으로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인천일보는 정상화된 게 아니라 기업회생 전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산적한 과제가 많은 상태에서 적임자가 필요했다. 박 사장이 송영길 전 시장과 가까운 사이였던 것과 같은 논리로, 황보 사장이 유정복 시장과 가깝다고 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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