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어촌계, “이름만 서해5도 내건 수자원공사 임대사업시설”

서해 5도 어촌계, 수산물센터 건립 보고회 불참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서해 5도(백령, 소ㆍ대청, 소ㆍ대연평) 어업소득이 심각하게 감소하자,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62억 5000만원(정부 50억원)을 투입해 경인아라뱃길 인근에 ‘서해 5도 수산물 복합문화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센터는 공항철도 검암역 인근(서구 시천동 162-58)에 지하 1층과 지상 4층 규모(연면적 2616㎡)로 건립될 예정이다. 서해 5도 수산물판매장과 홍보관, 식당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와 수자원공사, 서해아라뱃길정책추진단은 지난 3일 건립 보고회를 열고 내년 1월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고회에는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이학재(서구ㆍ강화군 갑)ㆍ안상수(서구ㆍ강화군 을)ㆍ신학용(계양구 갑) 국회의원, 홍순만 인천시 경제부시장, 강범석 서구청장, 장경호 옹진수협 조합장,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서해 5도 어촌계는 “서해 5도에서 잡은 수산물을 취급해 어민 소득을 올리겠다는 수산물복합문화센터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수자원공사 자회사와 옹진수협을 위한 임대 수익시설로 전락했다”며 불참했다.

서해 5도 어촌계를 대표해 수산물복합문화센터 건립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박태원 연평도어촌계장은 “어민들이 해상시위를 해가며 어렵게 일궈낸 게 수산물센터다. 그런데 수산물을 보관할 수 있는 냉동ㆍ냉장시설과 활어 수조 등이 없다. 필수 시설을 갖춰 달라고 숱하게 요청했다. 어민들을 기망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서해 5도 어촌계는 손을 떼겠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 “어촌계 과도한 요구, 이해하기 어려워”
어촌계, “의견 낼 때마다 무시하고 맘대로 결정”

▲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3일 시천교 남단에서 서해5도 수산물복합문화센터 건립 현장보고회를 진행했다.<사진출처·한국수자원공사>
서해 5도 어촌계는 지난달 17일 센터 건립 사업 시행사인 수자원공사 자회사 (주)워터웨이플러스 쪽에 ▲수산물판매장 확대 ▲냉장ㆍ냉동시설, 활어수조 반영 ▲수산물 운반선 확보 ▲사업 추진에 어민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어민들은 센터 전체 매장 면적 중 서해 5도 수산물판매장 면적이 210평(1층 판매장 115평, 2층 식당 95평)에 불과해 냉장ㆍ냉동시설과 활어수조를 1층 판매장에 조성할 수 없다며 판매장 면적 확대를 요구했다.

박태원 서해 5도 어촌계 대표는 “수산물센터를 지어놓고 냉동고와 냉장고가 없으면 팔고 남은 물건을 어떻게 보관하라는 말인가? 특히 활어는 수산물센터의 백미이자 최고의 부가가치 수산물이다. 그런데 활어수조 없이 수산물센터를 운영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그래서 판매장을 확대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계속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백령도나 대청도의 경우 어선으로 아라뱃길까지 수산물을 운반할 수 없다. 그래서 운반선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 또한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서해 5도 어민들을 지원하겠다고 50억원을 투입한 수산물센터가 경인운하 홍보관과 수자원공사 자회사의 수익을 위한 임대형 식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반면, 서해아라뱃길정책추진단은 서해 5도 어촌계 쪽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냉장ㆍ냉동시설과 활어수조를 1층에 모두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해 5도 어촌계 쪽에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아 해당 시설의 위치를 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서해아라뱃길정책추진단 관계자는 “1층(115평)에 냉장과 냉동시설, 활어수조 모두 들어가 있다. 어촌계에 어떻게 배치할지 의견을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아서 (설계에) 반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동안 회의 때 다룬 내용인데 왜 이제 와서 그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위치가 확정되지 않은 1층 판매장 내부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태원 대표는 “회의 때 다뤘다. 회의 때 냉동ㆍ냉장시설 확보를 위해 판매장을 늘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어민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그 때마다 ‘당신들 맘대로 하라’고 했다. 의견을 제시할 때마다 무시해놓고 이제 와 딴소리다”라고 반박했다.

윤보훈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아라뱃길본부장(공동추진단장)은 “사업자(=워터웨이플러스)와 어촌계 간 입장차이가 너무 크다. 우선 추진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재원이 한정 돼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성공해야 하는데, 박태원 계장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박 계장의 의견을 전체 어민들의 의견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해5도를 직접 방문해 지금까지 진행과정과 향후 추진계획을 설명할 계획이다. 서해5도 지원사업은 수산물복합문화센터를 기점으로 서울까지 확대해야하는 만큼, 오해 없도록 설명하겠다.”며 “갈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추진단에서 (어촌계와) 조정을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서해 5도 수산물, 인천서 찬밥신세 되나

박태원 대표는 “수공 측에 수산물센터 설계도면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판매장만 보여줬다. 나머지는 아예 보여주지도 않았다. 115평에 냉장ㆍ냉동시설과 활어수조가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수자원공사 쪽에 판매장 밖에라도 설치해달라고 했다. 수자원공사는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며 어민들에게 그 비용을 떠넘기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할 거면 이 사업에서 손 떼겠다’고 했다. 그 뒤 아무런 답이 없다. 서해 5도 수산물센터는 서해 5도가 빠진 센터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평도 어촌계는 경인아라뱃길 수산물센터에 어민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서울 성동구와 함께 추진하는 ‘뚝도 서해 5도 활어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인천에선 찬밥신세인 서해 5도 수산물이 서울에서 환대받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성동구는 뚝도시장 활성화와 서해 5도 어민 지원을 위해 지난 10월과 11월에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성을 확인한 성동구는 내년 4월까지 뚝도나루의 수산물 판매시설을 정비하고, 5월부터 7일장 형태로 주 1회 정기적으로 ‘서해 5도 활어시장’을 개장할 계획이다.

성동구와 연평도 어촌계는 우선 연평도 수산물부터 판매하기로 했다. 연평도 어촌계가 활어 등 수산물을 싣고 뚝도나루에 오면, 뚝도시장기획단이 매입해 서울시민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성동구는 판매시설과 수산물운반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 다음 운반선이 확보되면 대청도와 백령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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