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항공 산업 특화 산학융합지구 지정 응모 예정 … 인하대·NASA, 송도에 공동연구소 건립하기로

공항서비스 세계 1위 이면에 숨겨진 성적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여객 운송에선 세계 23위라는 사실이 가려져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경쟁관계에 있는 베이징서우두공항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2위를 지키고 있고, 도쿄하네다공항은 3위에 랭크돼 있다. 김포공항은 2000년에 14위에 오른 바 있는데, 김포공항 아래에 있던 베이징ㆍ두바이ㆍ홍콩첵랍콕ㆍ싱가포르창이ㆍ상하이푸동공항이 모두 인천국제공항보다 상위에 랭크돼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여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내 노선 개설 제약부터 없애야한다. 김포공항에 국제선을 허용하면서 인천국제공항에 국내선 취항을 제한하는 것은 모순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중국 노선 40여개, 일본 노선 28개가 있다. 하지만 국내 노선은 제주ㆍ부산ㆍ대구 세 개뿐이다. 도쿄하네다공항의 국내선이 50여 편인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게다가 인천국제공항 제주행이 주 14편에 불과할 정도로 운항 편수도 적다. 이 모순된 정책으로 인천국제공항의 환승률이 떨어지고 있다.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두 나라 사이의 항공 수요는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두 나라는 2006년부터 항공 자유화를 추진했다. 항공 자유화로 아직 항로가 개설돼있지 않은 중국 중서부지역의 성도(성의 수도)에 항공 노선을 추가로 개설해야한다. 나아가 ‘한ㆍ러’처럼, ‘한ㆍ중’ 간에도 민간인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해야한다.

인천국제공항의 국내외 항공화물량은 세계 4위다. 한ㆍ중 FTA 발효로 인천국제공항의 항공화물량 증가 또한 기대된다. 하지만 반도체 업체인 스태츠칩팩코리아가 공항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뒤 공장을 확장하면서 여유 부지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2 여객터미널 개장에 맞춰 공항자유무역지역 2단계 확장을 마무리해야한다. 나아가 물동량 창출을 위해 밀라노디자인시티와 운북항공산업단지, 영종도준설토투기장 등에 항공물류산업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ㆍ중 FTA 발효 시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돼 ‘메이드인 코리아’로 인정됨에 따라 이를 지원할 물류단지가 있어야한다.

이상용 인천국제공항공사 미래전략팀장은 “인천국제공항의 여객은 연평균 약 6%, 화물은 3% 정도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항공 수요가 성장하기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항공 수요를 바탕으로 항공정비 산업을 육성해 동아시아 허브공항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낙후한 항공정비, 인천국제공항 경쟁력 저해

▲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인천국제공항의 여객과 화물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취항하는 항공사와 항공기가 늘기 마련이다. 이에 걸맞은 항공정비 산업을 갖춰야한다. 여객 운송 등에서 인천국제공항보다 상위에 랭크돼있는 공항들은 모두 항공정비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초단계인 항공기 운항 정비에서 중정비에 해당하는 기체 정비, 고급 정비에 해당하는 엔진ㆍ부품정비와 분해ㆍ조립까지, 모든 정비가 공항에서 이뤄져야한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신들의 비행기에만 중정비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고, 엔진정비 등 고급 정비는 대한항공만이 하고 있다. 외국 항공사의 기체 중정비는 2017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세계 20위권에 있는 국제공항들에 견주면,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정비가 가장 낙후하다. 하네다공항의 경우 항공정비단지와 정비격납고를 모두 갖추고 있다. 두바이공항과 창이공항은 부품산업단지까지 갖추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만 없다. 이제 겨우 운북지구에 대한항공과 프랫앤휘트니의 합작으로 자체 정비용 엔진정비센터가 들어선다.

최정철 인하대 융합기술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모항이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에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정비격납고를 넘어 기체 중정비와 엔진정비 등에 투자할 수 있게 하고, 외국 항공사와 항공정비업체도 들어 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외국 항공사는 이미 다른 국적 항공사에 항공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베트남 저가항공사인 비엣젯항공은 지난달 25일 항공정비 전문 회사인 루프트한자 테크닉(Lufthansa Technik AG)과 에어버스 A320시리즈 기종 엔진에 대한 기술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최정철 교수는 “항공정비는 항공 안전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중국과 동남아와 경쟁하더라도 우리가 고급 기술로 정비시간을 단축하면 인천국제공항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한 뒤 “청주냐 사천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정비 산업을 국제적으로 키우고 이를 토대로 김해공항과 제주공항으로 중정비와 엔진정비를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정비와 드론 산업 이끌 산학융합지구

항공 산업 분야에서 항공정비와 더불어 각광 받고 있는 게 있으니 바로 드론 즉, 무인항공기 산업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연구기관 등은 향후 5~10년에 드론 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로 추산된다.

한국은 독일ㆍ일본 등과 더불어 자동차ㆍ조선ㆍ철강ㆍ석유화학ㆍ전자ㆍ반도체 등의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몇 안 되는 나라에 꼽힌다. 여기에 IT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추가됐고, 최근 바이오와 신소재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이제 항공 산업을 갖출 때다. 그 중에서 무인항공기로 불리는 드론 산업은 전자ㆍ통신ㆍ신소재ㆍ기계 산업이 발달해야 이룰 수 있다. 인천은 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산학융합지구 지정으로 인천에 무인항공기 산업을 꽃피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항공 운송과 공항 상업이 특화돼있는 인천의 항공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고도화하려면 항공정비 산업과 드론 산업을 육성해야하는데, 유 교수는 그 시작을 산학융합지구에서 하자고 했다.

유창경 교수는 “드론 산업과 항공부품 산업의 기초가 되는 기계ㆍ전기ㆍ전자ㆍ통신 등의 기초산업 역량이 인천에 충분하다. 인천국제공항에 항공정비가 필요하다고 하고, 외국 항공사와 정비업체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항공사ㆍ항공사ㆍ중소기업ㆍ지원기관ㆍ대학ㆍ생산기술연구원 등, 항공 산업 육성 산학연을 실현할 토대도 탄탄하다. 그런데 이를 꿰맬 조직체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교수는 “그래서 송도에 항공 산업 산학융합지구를 지정하자는 것이다. 지구를 지정하고 이를 운영할 산학융합원 내지 본부를 만들어 항공 산업 발전 종합체계를 구축할 때가 됐다”며 “항공 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시급한 건 항공 산업을 전문적으로 다룰 조직체계 확립이다”라고 덧붙였다.

인하대ㆍNASA 공동연구소 설립
송도 산학융합지구 탄력 기대

유창경 교수의 제안은 인천시와 인하대, 인천테크노파크가 송도지식정보단지에 항공 산업 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인천시와 인하대는 이 달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시하는 산학융합지구 지정 공모에 참여할 계획이다.

구체적 방안을 보면, 송도지식정보단지에 있는 인하대 교육연구 부지 5000평에 인하대가 항공우주산업 분야 캠퍼스를 짓고, 산학융합지구 선정 시 국비(120억원)와 민간자본 유치해 항공 산업 입주업체를 위한 건물을 짓는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은 인하대가 최근 나사(NASA: 미국 항공우주국)와 함께 송도에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인하대와 나사의 공동연구소가 설립되면 최첨단 항공우주 분야 공동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

인하대와 나사는 산학융합지구가 선정되지 않더라도 항공우주 분야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하대는 인천이 산학융합지구에 선정돼 규모를 키워가는 게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인천시와 공조를 약속했다.

항공정비와 드론 산업과 함께 항공 산업에 항공기 부품 산업도 중요하다. 부품 산업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게 부품 인증이다. 부품 인증을 해주는 기관은 현재 영종도에 있는 항공안전기술원이다. 인천시는 송도에 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하기 위해 이 항공안전기술원을 송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현재까지 지정된 산학융합지구는 10개로 주로 영남과 호남, 충청에 편중돼있다. 시화ㆍ구미ㆍ군산ㆍ오송ㆍ대불 등, 5개 산학융합지구는 준공을 완료해 ‘대학 11개-학과 25개-학생 5515명’과 기업연구소 173개가 이전을 완료했다. 나머지 울산ㆍ당진ㆍ창원ㆍ부산ㆍ여수도 산학융합지구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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