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철 인하대 교수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최대한 존중돼야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편안히 보전돼야하고(安保),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어야한다(安全).

그런데 안보와 안전은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안보(安保)로서 전쟁이나 테러가 논해지고 있다. 가깝게는 한국전쟁ㆍ항일독립전쟁ㆍ갑오동학민중항쟁, 조선시대의 임진왜란ㆍ병자호란, 고려시대의 여몽전쟁, 여몽연합군의 일본원정, 후삼국의 통일전쟁, 삼국의 통일전쟁과 백제부흥운동의 백강전투 등이 우리 역사에서 국제적 전쟁으로 치러진 안보 사례다. 전쟁으로 엄청난 인간의 생명이 손실을 입고, 골이 깊어수세대를 잇는 적대적 감정을 양산한다.

항일독립전쟁과 한국전쟁으로 형성된 남북 간 적대는 남북의 통일과 경제공동체 확보라는 대의명제에도 불구, 고비마다 복병으로 등장해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에 북핵이 한반도에서 생존하고 있는 인간의 생명을 한 순간에 앗아갈 수 있다는 공포가 배여 있다. 수천년간 수차례의 한일 간 전쟁과 긴밀한 교류에도 불구, 항일독립전쟁과 갑오동학민중항쟁으로부터 연원한 후한무치와 적대는 아직은 사과와 관용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랑스러운 국사의 국정화’라는 비이성적 논의가 친일과 용공이라는 단어로 함축돼 저열하고 처절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논의에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실종돼있다. 전쟁 그 자체가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행한 비인간적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겸허함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안전(安全)으로서 자연재해로부터 안전, 기후변화로부터 안전, 원자력 안전, 수송수단의 안전, 시설물의 안전, 산업 안전 등이 논의되고 있다. 화산폭발ㆍ지진ㆍ쓰나미ㆍ태풍ㆍ폭우ㆍ산사태 등은 인간의 생명을 엄청나게 위협함에도 불구, 사전조기경고시스템을 구축하는 수준에서 겸허하게 수용해야한다. 인간이 창출하고 있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도 인간의 생명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에도 불구, GCF(Green Climate Fund)라는 유희의 그릇 속에서 그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위한 필요악인 원자력 안전은 한국ㆍ미국ㆍ프랑스 등이 스스로 최고임을 자랑하며 인간의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극도의 보안으로 경쟁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에게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수송수단의 안전은 피안(Jenseits)의 세계로 이행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항공기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공항의 항공정비(MRO) 확보는 매우 더딘 걸음을 옮기고 있다. 선박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항만의 수리조선 확보는 걸음마 수준이다. 자동차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자동차정비는 수천만대의 대규모 운항ㆍ이전ㆍ폐기가 안전체계를 선진화하고 있다. 철도의 선로 위를 운행하고 있는 차량안전은 새벽의 찬 공기를 맞으며 짧은 시간에 우수한 기능공이 매일매일 달라붙기에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항공정비(MRO)ㆍ수리조선ㆍ자동차정비ㆍ철도차량정비 등은 모두 유능한 착한 인간을 전제로 한다. 또한, 항공기ㆍ선박ㆍ자동차ㆍ철도차량의 안전한 운항도 유능한 착한 운영자와 운행자를 필요로 한다. 승무원 없이 운항하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승강기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승강기정비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편, 바다와 육지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의 전문화가 필요한데, 안전문화(safety culture)에 대한 진지한 숙고 없이 물리적 편의를 위해 해양경찰이 해안경비안전본부로 해체되고 전환되고 내륙으로 옮겨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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