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적인 맑스주의 도시정치경제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자본은 그 잉여생산물의 집적을 꾀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동시에 그 잉여생산물을 흡수 처리하는 공간으로서 도시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은, 자본은 잉여생산물을 더 늘리기 위해서도, 그 시장을 더 키우기 위해서도 자신이 활동하는 공간으로서 도시를 그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에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또 도시 형성과정 그 자체가 자본 축적을 위한 운동의 주요 무대로 작용했다는 점을 그 논거로 삼고 있다. 역으로 얘기하면, 자본의 축적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도시 형성과정 그 자체란 얘기다.

자본은 도시에 조성돼있는 모든 인프라를 활용해 거의 모든 것을 ‘생산’함과 동시에 광범위하고 또 규모도 큰 ‘소비’를 환기하거나 조직한다. 이로써 자본은 도시화 과정에서 막대한 잉여가치, 즉 이윤을 취득하며 또 그것이 대규모 자본 축적 운동의 폭발적 순환의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니 자본은 도시화 그 자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갯벌을 개발해 이른바 ‘경제자유구역’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하비는 도시화 그 자체에 의해 생겨난 막대한 잉여가치는 누가 또 어디서 생산한 것인지를 물음으로써, 도시 전체를 ‘자본의 공장’으로 규정한다. 착취는 개별 공장이나 사무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토지ㆍ주택ㆍ교육ㆍ복지 등, 도시 생활과 관련한 모든 영역과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말이다.

그래서 도시화 과정에서 착취되거나 수탈되는 모든 사람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해 결국 임노동자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시의 구축, 그리고 그 확대 재생산과 같은 도시화 과정 그 자체를 생산하는 주체가 있고, 그 과정의 일환으로 계급적 착취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도시’로 규정한다면, 결국 그 도시 전체는 자본의 공장이자 계급투쟁의 최전선인 것이다.

따라서 도시화와 도시개발에 대한 시민의 견제는 자본의 가치증식 과정을 통제하는 매우 진보적인 계급투쟁의 방식 중 하나다. 하비는 그의 저서 ‘반란의 도시’에서 ‘도시는 땅값을 걱정하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다. 한 도시 안에서의 계급투쟁에 임하는 무산계급은 바로 이러한 ‘도시에 대한 권리’를 인식해야한다. 싸움을 위한 논리로 삼아야한다.

그래서 지역사회의 진보 진영이 벌이는 운동의 목표도 전통적인 계급투쟁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공평하게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하비의 이른바 ‘도시 소유권’으로까지 확장해야한다. 특히 송도와 같은 경제자유구역에 사는 사람들이 최근 교육ㆍ의료ㆍ교통 관련 지역정책을 떡 주무르듯 독점하고 있는 인천에서는 더 그렇다. 하비는 ‘우리의 정치적 과제는 미친 듯 날뛰며 글로벌화하고 도시화하는 자본의 역겨운 혼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유형의 도시를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라 했다. 맞다.

시민의 세금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은 경제자유구역의 귀결로서 잉여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노골적으로 배분되고 있는 인천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시민운동을, 그리고 진보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이들에게 하비가 던져주는 도시정치경제학의 진보적 메시지는 그저 정치경제학의 한 이론로만 스쳐지나가도 되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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