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한-중 경제협력 활발해, 남-북-중-러 다자 간 경협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과 일대일로 정책

중국의 ‘항일(抗日) 전쟁·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을 열어 한-중 경제 교류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동북아시아 안정을 위해 10월께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으며,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6자회담을 재개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한-중 교류협력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중 FTA는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시 간 교류도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동북아시아 환황해경제권의 교두보로서 인천의 역할이 기대된다.

인천은 중국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인천항과 북중국 항만 간 정기 컨테이너와 카페리가 끊임없이 물자와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고, 중국 사람들의 인터넷쇼핑으로 중국으로 갈 물량이 인천항에 줄지어있다.

인천시는 중국 웨이하이시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체육 등 다방면에 걸쳐 교류를 진행 중이다. 두 도시 간 교류협력을 증대할 최종 협의안 작성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또, 지난 6월에는 인천시의회가 허난성인민대표대회와 우호교류를 협약했다. 허난성은 중원이라 불리는 중국 서부내륙으로 가는 길목이다.

한-중 FTA 발효와 더불어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과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맞물리면 동북아시아 경제벨트는 크게 환동해권과 환황해권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박근혜 정부의 통일 로드맵이다. 유라시아 역내 국가 간 경제협력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나아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을 세계와 연결하는 실크로드경제벨트(一帶)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一路)를 일컫는다. 일대일로 정책으로 중국 경제에 필요한 주변국의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 또 인접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물류라인을 구축해 교역을 활성화해 경제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환동해권은 중국의 동북 3성 개발 정책 중 창지투(창춘-지린-투먼)라인과 북한의 나진선봉 경제특구, 러시아 하산이 한국 동남권이 맞닿아 있는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경제권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가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한 합작회사에 지분을 투자해 남-북-러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방안을 이미 검토했다.

환황해권은 중국의 동북 3성 중 요녕성부터 중국 동해안을 따라 허베이성ㆍ톈진시ㆍ산동성ㆍ장쑤성ㆍ저장성을 북한의 황금평ㆍ위화도 경제특구, 남포, 해주 등과 함께 한국의 서해안을 묶는 경제권이다. 인천의 역할이 기대되는 경제권이다.

중국의 동북 3성 개발과 북한의 경제특구

환황해권 중 중국의 요충지인 요녕성 단동시는 압록강을 경계로 북한 신의주시와 맞닿아 있는 항구도시다. 지린성 도투먼시ㆍ훈춘시와 더불어 북-중 경제협력의 요충지 역할을 한다. 중국 기업과 북한 기업 외에도 다수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있다.

중국은 지난 8월 요녕성 성도인 썬양과 단동을 잇는 고속철도를 개통했다. 그리고 다음 달에 단동~다롄 구간을 개통할 예정이다. 고속도로는 이미 개통돼있다. 여기다 내년에 단동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개통하면 북-중 교역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중국은 2010년부터 동북 3성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북한은 환황해권으로 압록강하구 황금평ㆍ위화도 경제특구를 중국과 합작해 개발하고 있다.

요녕성과 더불어 북-중 경협의 요충지는 지린성 훈춘시다. 훈춘은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 경제협력의 통로이고, 중국 입장에선 북한의 나진항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다. 북한은 이 두만강 하구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중국과 합작해 개발하고 있다.

훈춘시는 동북 3성 개발의 한 축인 창지투(창춘-지린-투먼) 선도구 개발사업의 창구역할을 하는 곳이다. 중국의 창지투 개발은 북한 난진선봉 경제특구과 맞물려 있다. 나진선봉지구는 동북 3성이 태평양으로 나가는 관문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은 훈춘과 나진선봉을 잇는 철도와 육로를 건설했다. 두 나라는 나진선봉지구 공동개발 면적 470㎢ 중 30㎢를 우선 개발하기로 했다.

북-중 경제협력, 긴밀해지고 활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7일 발표한 ‘최근 북-중 경제협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북-중 경제협력은 더욱 긴밀해지고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중 교역 총액은 2010년 34억 7000만 달러에서 2014년 68억 6000만 달러로 5년간 연평균 18.6%씩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전체 교역 중 중국 비중이 2010년 57%에서 2014년 69%로 늘었다. 북-중 인적교류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으로 입국하는 북한 인구는 2010년 약 12만명에서 2013년 약 21만명으로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일자리를 찾아 입국한 비중이 2014년 상반기까지 전체의 4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대북 투자액 또한 점차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주요 투자처는 ‘창지투 개발 개방 선도구’와 ‘나진선봉특구’를, 요녕성과 황금평ㆍ위화도 경제특구를 연결하는 철도ㆍ도로ㆍ항만 구축사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상무부 자료를 토대로 중국의 대북 연간 투자액이 2003년 1000만 달러에서 2013년 5억 9000만 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북-중 경제협력이 긴밀한 만큼, 최근 강화되고 있는 한-중 관계를 남북 경협 활성화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남북 경협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추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중 접경지역 인프라 개발을 중심으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 접경지역에서 남-북-중-러 다자 간 공동 경협 사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출발점

경상북도는 환동해시대를 준비하고 북방 진출의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중국 지린성과 우호교류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린성은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그리고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북-중 사이에는 창지투에서 나진선봉으로 이어지는 지역이다.

이처럼 한-중 정상회담을 전후로 환황해권과 환동해권 경제벨트에 대한 기대치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엔 핵심이 빠져있다. 바로 북한이다. 동북아시아 번영을 얘기하면서 북한을 빼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환동해권이나 환황해권을 가동하려면 육로ㆍ철길ㆍ바닷길ㆍ하늘길이 대륙과 해양으로 열려야하는데, 이는 남북의 협력이 없으면 기형적인 형태가 된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 또한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 경협 활성화와 접경지역에서 남-북-중-러 다자 간 공동 경협 사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정철 인하대 교수는 “철로와 육로의 경우 개성과 평양을 거쳐 신의주에서 중국 단동으로 진출하거나, 철원에서 원산, 나진선봉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진출할 수 있다. 남북은 개성공단에 철길과 육로를 연결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개성공단을 주목하고, 개성공단을 더 확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남북 경협을 확대하는 것은 곧 개성공단을 원래 계획대로 조성하고 가동하는 일이다. 또 남북 경협은 남북 갈등에 따라 늘 위협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개성공단에 중국자본 등 외국자본을 유치해 남북 갈등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을 국제화하고, 개성~강화 간 육로를 구축하는 게 곧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시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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