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들도 집시법 허점 악용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의 허점 악용으로 사회적 약자의 ‘집회나 표현의 자유’가 여전히 침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집시법은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접수된 경우, 그 목적이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면 뒤에 접수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기업 등이 이를 악용해 노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집회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인천투데이>은 2014년 7월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인천지역 집회 신고 다발지역 상위 30개소’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해 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대기업과 대형 병원 등이 집시법의 허점을 악용해 집회 장소를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존 기독교계에서 사이비 종교로 지목한 종교단체들도 집시법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가장 많은 집회 신고가 접수된 곳은 인천시청이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한 민원 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년 동안 총1534건의 집회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실제로 집회가 열린 것은 102건(6.64%)에 불과했다.

다음으로는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1256건(1.03%), 남동구청 939건(15.54%), 인천국제공항공사 입구 816건(1.83%), SK인천석유화학 앞 좌우 인도와 나비공원 772건(16.19%) 순으로 집회 신고가 접수됐다.

 
최근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들이다. 남동구청은 구청장과 노동조합 사이에 갈등이 첨예한 곳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노사 분쟁이 많은 곳이다. SK인천석유화학의 경우는 주민들이 회사 쪽에 안전 대책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몇 년째 제기하고 있다.

다음으로 집회 신고가 많이 접수된 곳은 부평역 쉼터 광장과 부평지하도상가 분수대(688건), 남구 길파로 핸즈코퍼레이션(673건), 핸즈코퍼레이션 본사(589건), 서구청 정문(557건), 우진빌딩(544선)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인천시교육청(511건), 길병원(461건), 롯데백화점 인천점(401건)과 에스오일 인천저유소 정문(365건), 현대제철 정문(365건), CJ제일제당 정문(365건), 인하대 정문(365건), 대한통운 인천지사(365건), 이마트 부평점 정문(358건) 등이 집회 신고 다발지역으로 나타났다.

<인천투데이>은 2007년부터 인천지역 집회 신고 다발 지역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해 분석했다. 골목 상권까지 침투한 대기업들이 ‘유령 집회’ 신고로 사회적 약자들의 ‘집회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무력화했다고 수차례 보도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마트 계양점은 총2590일 동안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뒤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이마트 연수점은 2582일 동안 집회를 신고하고 56일만 개최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2336일 동안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해놓고 단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 7년 반 동안 설과 추석 명절 등을 제외하면 집회 장소를 독점한 셈이다.

집회 장소를 독점한 경우는 더 있다. 가천대길병원의 경우 2402일 동안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해놓고 단 한 차례만 개최했다. 현대제철은 2103일 동안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해놓고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신천지’와 ‘하나님의 교회’ 앞 유령집회 만연

몇 년 전부터 인천에서 종교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양상이 집회 신고에서도 그래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기존 기독교계로부터 이단으로 지목된 ‘신천지’와 ‘하나님의 교회’ 앞에도 집회 신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역 집회 신고 다발 상위 30개소 중 종교 관련 시설이 6곳에 달했다. 대부분 ‘신천지’나 ‘하나님의 교회’가 있는 곳이다. 집회가 한 건도 열리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가족 등이 이 종교시설들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벌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계산동 하나님의 교회 앞은 이 기간에 총365건의 집회 신고가 접수됐지만, 실제로 집회가 열린 경우는 없었다. 청천동 하나님 교회의 경우 집회 신고 365건 중 10건만 개최됐다. 계산동 신천지교회 앞은 415건의 집회 신고가 접수됐지만, 개최된 경우는 없다.

인천시 부평구에서 교회를 운영 중인 한 목사는 “특정 종교에 심취해 가족과 직장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부모들이 이들 종교 시설 앞에서 시위를 벌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허위 집회신고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과거엔 중복 집회를 차단했지만, 이제는 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마찰이 예상되지 않을 경우 동일 장소의 중복 집회 신고도 받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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