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구 건축 허가에 주민들 집단민원

▲ 사진 왼쪽 건물이 신축 중인 모텔이고, 주민이 손으로 가리키는 게 구월 선수촌 아파트다.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 단지 인근에 모텔과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 건축을 남동구가 허가해 입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건축하고 있는 모텔촌은 인근 성리초ㆍ중학교와 직선으로 290m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주민 불만을 가중하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 선수촌으로 사용된 이곳 공동주택은 총6120여 호다. 지난 6월 15일 입주를 시작해 현재 입주율은 70% 정도다. 9월 13일까지 입주를 완료할 계획이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설정하게 하는데,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까지 지역’을 말한다. 이 안에서는 호텔ㆍ여관ㆍ여인숙 등 숙박업과 유흥업에 제한을 둘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모텔촌은 학교 경계선에서 200m가 넘는 곳에 위치해, 학교보건법 위반은 아니다.

<인천투데이>은 지난 7월 27일 선수촌 아파트 단지를 찾아갔다. 단지 입구에는 인천아시안게임 때 참가국의 국기를 게양한 만국광장이 있었으며, 아이들과 주민들이 솟구치는 분수대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상업지구는 단지 입구 만국광장에서 2차선 왕복도로 바로 건너편으로 무척 가까웠다. 특히 아파트 단지 지대가 높아 상업지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만국광장에서 모텔촌까지 거리는 직선으로 200m가 되지 않았고, 등ㆍ하교 하는 학생 대부분이 상업지구를 통과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남동구에서 건축을 허가한 숙박시설은 현재 4개다. 지난 1월부터 5월 사이에 관광호텔 1개와 모텔 3개의 건축을 허가했다. 이 숙박시설들의 층고를 보면, 두 개는 8층, 다른 두 개는 5층이다. 5층짜리 모텔을 짓고 있는 건설노동자에게 물어보니, 8월 중순께 완공 예정이라고 했다.

김인택 남동구 건축과장은 “구월 보금자리지구 내 상업지역 관련 계획은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바꿀 수 없고 법에 의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한 뒤 “이미 허가된 숙박시설 4개 외에 추가로 접수 또는 검토 중인 건은 없다. 다만 향후 별도의 숙박시설 건축허가 신청이 제출될 때 주민 의견을 전달해 주거환경을 저해하는 요소가 최소화되게 당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문홍철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 입주자연합회(이하 입주자연합회) 대표는 “지난 7월 24일 815명의 위임장을 받아 집단 진정서를 남동구청에 제출했다. 우리와 유사한 사례가 전국 7곳에 있었는데, 모두 원고 승소했다. 대법원 판례에도 나와 있듯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입주자연합회는 집단 진정서에 요구사항 5개를 첨부했다. ▲행복추구권, 주거ㆍ교육환경권, 재산권 보호를 위해 숙박시설 인허가 전면 보류 ▲향락ㆍ퇴폐 시설인 나이트클럽ㆍ룸살롱ㆍ안마시술소 인허가 불허 ▲현재 시공 중인 구월관광호텔 내 나이트클럽 추후 인허가 불허 등이다.

이에 앞서 남동평화복지연대는 지난 7일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설정 취지가 정온하고 쾌적한 학교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라나는 2세들이 건전하고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할 수 있게 하고자 함이라면, 그 법적 취지 또한 고려해봐야 한다’며 “많은 주민이 이용하는 만국광장 등의 근처에 대규모 모텔촌이 들어서는 것을 남동구민이라면 누구나 용납할 수 없다. 장석현 남동구청장은 숙박시설 인허가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입주자연합회 대표단과 장 구청장은 지난 30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간담회에서 장 구청장은 “이미 건축 허가가 난 호텔과 모텔은 완공 단계이거나 짓는 과정이라 허가를 취소하면 100% 소송이 들어올 것”이라고 한 뒤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니, 추후의 건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법률적 검토를 거쳐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입주자연합회 대표단은 “8월 20일까지 시간을 줄 테니 원론적 답변 말고 소신 있는 확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입주자연합회는 지역 언론은 물론 지상파 방송을 통해 이 사실을 적극 알릴 계획이며, 남동지역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 성리초ㆍ중학교 학부모회 명의로 집단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대응 강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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