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인기종목의 운동선수로 키우는 데 학부모의 등골이 휜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운동을 중도에 포기할 때 따르는 학업과 진로문제 때문에, 일단 시작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대거나, 불합리한 면이 있어도 참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축구나 야구와 같이 인기종목의 운동부에는 학부모회가 조직돼 운영된다. 교육청의 지원이 지도자 급여 정도라, 운동부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대부분 학부모들이 후원 형태로 부담한다.

이 때문에 학교체육진흥법은 운동부 후원금을 학교회계에 편입해 운영해야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교육청은 대회 참가나 전지훈련 경비를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하게 했다. 운동부 학부모회에서 임의로 회비를 걷는 것은 불법찬조금 모금 행위이며, 임의로 지출하는 것 역시 위법 행위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위법 행위를 관례처럼 여겨,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실제 인천의 명문 학교 야구부 두 곳에서 이러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된 내용을 보면, 학부모회에 연간 1000만원이 넘는 회비를 내도 통장 입출금 내역이나 영수증 한번 보지 못한다. 학부모회에서 회의 때마다 종이 한 장에 지출내역만 프린트해 보여줬다가 다시 가져가는 게 전부다. 제보자는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제기를 했다가 자녀가 경기에서 선수로 뛰지 못하고 벤치에만 있게 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엘리트체육의 폐단 속에 자녀가 볼모로 잡혀있는 셈이다.

학부모회에선 자녀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학부모들한테 추가로 돈을 걷어 감독이나 코치에게 성적상여금이라는 걸 준다. 전국대회 4강 진출 시 감독 200만원ㆍ코치 100만원, 전국대회 준우승 시 감독과 코치 모두 급여의 50%, 전국대회 우승 시 감독과 코치 모두 급여의 100%를 지급하는 식이다. 현행 학교체육진흥법 등을 보면, 학교운동부 지도자 인건비 보조나 출전ㆍ훈련비 명목으로 정당한 회계 절차 없이 모금해 집행한 코치 인건비ㆍ우승 사례비ㆍ명절 휴가비, 출전ㆍ진학 관련 접대성 경비는 불법찬조금에 해당한다.

연회비를 내고 매달 회비도 내는데 성과급을 주기위해 또 돈을 걷으면, 학부모들의 등골이 휠 수밖에 없다. 결국 운동을 좋아하고 실력이 있어도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운동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을 학교당국과 교육청이 모를 리 없다. 알고서 가만히 있는 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학교운동부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철저한 지도·감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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