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마을동구사람들, ‘지금은 없는 이야기’ 저자 최규석과 대화

▲ 최규석 작가가 동구주민들과 ‘지금은 없는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3시, 동구청소년수련관 3층 소극장에서 웹툰 ‘송곳’ 등으로 유명한 최규석 작가와 동구주민들의 대화가 진행됐다.

<인천투데이>이 주최하고 책읽는마을동구사람들추진협의회(이하 추진협의회)가 주관한 ‘책 읽는 마을 동구사람들 대표도서 선포식’ 직후 대표도서로 선정된 ‘지금은 없는 이야기’의 저자와 만남 행사를 한 것이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2011년 가을에 사계절에서 출간한 우화집이다. 주제에 따라 세 개 파트로 구성했으며 단편우화 총 20개가 수록됐다.

최규석 작가는 인사말에서 “몇 년 전 출간한 책인데 뒤늦게나마 가치를 알아줘 고맙다”며 “우화는 속담하고 비슷하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압축적으로 패턴화해 전달하는 이야기구조다. 현대에서는 작가들이 우화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주제를 빗대어 말하기엔 강력한 무기다”라고 말했다.

최 작가는 군대에서 우화를 처음 접했다. 그 경험으로 제대 후 ‘TV동화 행복한 세상’을 제작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조례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줄 정도로 당시는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전통적인 우화의 형식을 띄었는데 어려움을 극복한 미담이 주요내용이었다.

최 작가는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사례는 극소수다.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린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해서도 안된다. 성공사례에서도 분명 배울 것이 있다”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우화 20편 중 사람들에게 많이 기억됐으면 하는 우화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최 작가는 ‘가위바위보’와 ‘까마귀’ 이야기를 꼽았다. ‘가위바위보’는 사회에서 법질서를 유지하는 기존 세력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까마귀’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망각한 채 유행을 좆는 세태를 풍자했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로 책 이름을 지은 이유를 묻자, “오래 전에 멸종된 어떤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어떤 동물’이라는 우화가 있다. 거기서 제목을 변용했다. 우화 형식의 글이 사라졌다는 의미를 담아 그렇게 지었다”고 답했다.

이 책에는 끝없는 경쟁으로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 파멸로 몰아가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우화 여러 편이 등장한다. ‘농장의 일꾼들’과 ‘팔 없는 원숭이’는 누군가의 처지가 나아지는 것을 반대해 결론적으로 본인에게도 해가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작가는 ‘인간의 우매함’을 비유하고 비판한 것이라 해설했다.

또한 그는 ‘팔 없는 원숭이’를 예로 들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희망과 인간의 의지력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난하는 것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고 한 뒤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사람에게 존경심을 갖는 것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을 병행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어떻게 소재를 찾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상상과 깊은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 책은 10월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여러 모임에서 읽힐 것이고, 책을 읽고 난 후 토론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토론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지, 저자는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들려달라는 질문도 이어졌다.

최 작가는 “우화는 자기 삶과 결부되지 않으면 이야기에 불과하다. 언젠가는 이와 비슷한 일에 직면하는데 그때 우화가 떠올라 새삼 유의미하게 다가올 것이다”라며 “청소년들이 이 책을 가지고 토론한다면, 세계관이 다른 사람과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논리를 갖추는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원주민’이라는 책을 낸 최 작가는 그 책의 배경이 본인의 경험이라 했다.

“가난한 집에서 자랐지만 공부도, 외모도, 성격도 나쁘지 않아 비뚤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사회를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불만만 갖고 있는 사람은 자기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사람들을 속이는데, 그건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림과 함께 읽어 이해가 더욱 빠른 이 책은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다. 동구 주민이 아니어도 이 여름, 이 책을 읽는다면 삶을 통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인천투데이>은 조만간 작가 최규석과 최근에 단행본으로도 발행된 웹툰 ‘송곳’에 관해 인터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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