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비 논란, 1차 3등 업체 ‘당선’ ...“특정 업체 로비가 결국 승리한 셈”

▲ 구월농산물 도매시장 설계용역 당선작<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건립 사업’ 설계 용역 공모에서 (주)행림종합건축사무소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7일 밝힌 가운데, 이 선정 과정에서 설계 공모 지침서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시는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건립 사업에 1767억 6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농산물도매시장을 남동구 남촌동 177-1번지 일원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신설될 농산물도매시장은 부지 면적 17만 3188㎡에 연면적 10만 752㎡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2층 7개 동(관리사무동은 4층 이하)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농산물도매시장 이전 건립 사업을 위해 지난 2월 17일 설계 용역 공모를 시작했고 4월에 1차 심사를 마무리했다.

설계 용역비가 65억원으로 꽤 큰 액수라 설계 용역을 어느 업체가 맡을지 관심이 쏠렸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건축사사무소 5개가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주)포스에이앤에이건축사사무소, (주)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주)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등 업체(컨소시엄 대표회사)가 해당했다.

시 종합건설본부(이하 종건)는 6일 2차 심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설계 용역 업체로 (주)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행림)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종건은 이달 중으로 행림 컨소시엄과 기본ㆍ실시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한 후 8월에 설계 용역에 착수하게 할 예정이다.

모처럼 큰 액수의 설계 용역이 발주되자, 메이저 업체들은 가점을 받기 위해 인천지역 업체들을 컨소시엄에 참여시켰다. 메이저 업체는 주로 설계를 담당하고, 인천지역 업체는 로비를 맡았다. 심사위원 명단은 이미 공개됐다.

2차 심사는 1차 심사(투표제)와 달리 배점제로 시행됐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가 설계 용역 수의계약 권한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1차 심사 후 인천지역 한 업체 관계자가 설계 공모 심사위원장인 정대유 종건 본부장과 골프회동을 한 것이 언론을 통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정 본부장과 골프를 친 사람이 1차 심사 후 종건을 상대로 전방위로 로비 활동을 벌인 정황이 지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2차 심사에 정 본부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아무개 종건 부장이 심사위원장을 대신해 참석, 심사를 이끌었다. 이번 설계 용역 공모 공고엔 ‘심사위원장은 채점 등, 심사의결권이 없다’고 돼있다. 그런데 김씨는 심사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위원장 부재 시 채점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2차 심사에서 탈락한 업체 관계자들은 “분명히 공고에 위원장은 심사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고, 이 같은 경우 보통 위원장은 심사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설계 용역 공모 공고에 예비 심사위원 2명이 있다고 했는데, 김씨가 심사위원장을 대신해 참석, 심사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종건이 설계 용역 공모 공고 사항을 지키지 않은 건 또 있다. 해당 공고를 보면, 심사일로부터 7일 이내에 심사 결과(평가점수, 평가사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야함에도, 점수만 공개했고 평가사유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2차 심사 과정에서 설계 용역 공모 지침서를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2차 심사에서 심사위원장을 대신한 김씨는 이 지침서 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설계 용역 공모 지침서상 ‘심사 및 입상작 선정’을 보면, 심사위원의 평가항목별 상대평가 등급은 수ㆍ우ㆍ미ㆍ양으로 하고, 등급별 배점을 차등 채점(수 100점, 우 90점, 미 80점, 양 70점)해야 한다.

업체(컨소시엄) 5개가 심사를 받을 경우 수 1곳, 우 1곳, 미 2곳, 양 1곳으로 심사해야함에도 불구,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특히 김씨와 일부 심사위원은 평가의 변별력이 없게 점수를 줬다. 결국 1차 심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업체가 2차 심사에서 3등이 됐고, 1차 심사에서 3등이었던 업체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

▲ 업체(컨소시엄) 5개가 심사를 받을 경우 수 1곳, 우 1곳, 미 2곳, 양 1곳으로 심사해야함에도 불구,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인천건축사회협회 소속 한 건축사는 <인천투데이>과 한 인터뷰에서 “특정 업체의 로비가 결국 승리를 본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차에서 1등 한 업체가 탈락하고, 평소 로비가 뛰어난 것으로 소문난 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결국 1등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심사위원별로 배분한 것이다. (=상대평가 등급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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