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 탐사⑦ - 목수천

<편집자 주> 가톨릭환경연대ㆍ굴포천살리기시민모임ㆍ인천녹색연합ㆍ<인천투데이> 등이 함께하는 ‘2015년 하천탐사단’은 올해 굴포천의 본류와 지류들을 열 차례에 걸쳐 탐사한다. 하천의 열린구간과 닫힌구간을 걸으며 하천과 함께 했던 주민의 삶 이야기를 듣고, 하천 복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 효성농장의 목수천.
6월 16일 오후 2시, 하천탐사단이 일곱 번째 굴포천 탐사를 위해 계양구 효성동에 위치한 시내버스 2번 종점에 모였다. 아직 비 소식은 없고, 낮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린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뿐이다. 탐사단은 그늘에 모여 지난 탐사 때 만난 세월천 수수꽃다리 이야기로 더위를 잠시 잊는다.

탐사단이 처음 찾은 곳은 한남정맥 천마산 기슭의 효성농장.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엔 닭이나 오리 등, 동물을 키웠던 곳이 개발바람이 불면서 빈집들과 허름한 공장들만 이곳을 지키고 있다. 효성농장의 완만한 비탈은 동쪽으로 천마산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를 만나는데 이곳이 목수천의 최상류 계곡이다.

이 계곡은 너른 효성농장이 있어서인지 굴포천의 여느 지류보다 수량이 풍부하다. 계곡까지 집이 들어섰지만 계곡물은 맑다. 물속에선 인기척에 놀란 개구리와 올챙이가 고마리(쌍떡잎식물 마디풀목 마디풀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 그늘로 숨어버린다.

목수천 복개가 시작되는 구간이다. 과거 효성농장에서 발원한 목수천은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계양구를 가로질러 흘렀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로로, 주차장으로 덮여버렸다. 지금 계양구는 물길을 찾을 수 없는 메마른 도시다. 굽은 곡선의 골목길을 보면서 그곳이 과거 목수천이 흘렀던 물길이었음을 짐작한다. 그나마도 봉오대로와 계양대로를 지나면서 그 흔적조차 알 수 없다. 반듯반듯하게 난 도로 위의 맨홀에서 나오는 하수구 냄새에서 도로 아래에 하수도가 있음을 알 뿐이다. 탐사단은 그런 도로의 인도를 따라 걷는다.

동남쪽으로, 아래로 걷던 탐사단은 경인고속도로를 가로지른 고가도로를 만난다. 계양구와 부평구를 남북으로 잇는 주간선도로인 장제로의 천대고가교이다. 경인고속도로변에는 아직 공장이 많다.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 먼지 등으로 주택이 들어서기에 좋은 환경이 아닌 탓이다.

천대고가교 인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로 이곳의 목수천은 아직 덮이지 않았다. 생활하수 등, 오염된 물이 흘러드는 하천은 복개구간에서 수질이 더욱 악화된다. 복개구간이 열리는 곳에서는 호흡곤란, 두통을 유발할 정도의 악취가 발생한다. 그런 악취가 아직 열려있는 도시하천에서 대표적 민원이다. 그런 탓에 주택가 인근 하천들을 먼저 덮었다. 지금은 공장 주변에서만 덮이지 않은 하천을 만날 수 있다.

부평구로 넘어온 목수천은 엠코타운아파트를 만나 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엠코타운아파트 자리는 코리아스파이스가 있던 곳이다. 공장이 떠난 자리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목수천을 덮었다. 2006년의 일이다. 6km가 조금 넘는 목수천은 4.8km가 복개돼있다. 상류구간을 제외하면 천대고가교 옆 약 240m와 굴포천 합류지점 약 600m만 열려있을 뿐이다.

동쪽으로 아스팔트를 걷던 탐사단은 계양과 부평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서부간선수로를 만난다. 서부간선수로에서 목수천은 김포에서 퍼 올린 한강물을 만나지 못하고 수로 아래를 유(U)자로 통과한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을 지나 삼산4지구 논을 만난 목수천은 비로소 하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굴포천까지 이어지는 하천변엔 버려진 쓰레기, 언제 치워질지 알 수 없는 고물상의 재활용품,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은 0.1평짜리 개집에서 외부인을 경계하며 목청을 높이는 개 수 십 마리를 만난다. 수백억원을 들여 자연형 하천 조성 사업을 끝낸 굴포천, 그러나 아직 멀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 하천 살리기 상류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장정구(2015하천탐사단원·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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