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이사 선임 놓고 힘겨루기 지속
인천시민사회 ‘시민 참여’ 제안해 눈길

 
전국에서 유일하게 분쟁 사학에서 시립대학을 거쳐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인천대학교(총장 최성을)가 새 이사 선임을 놓고 6개월째 내홍에 빠졌다. 사실은 내홍 수준을 넘어 교육부, 인천시, 최성을 총장 간에 힘겨루기가 지속돼, 지역사회가 걱정하고 있다.

현재 최성을(60) 총장이 법인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엔 이사장을 새로 선출해야한다. 이사회는 총장 선임, 이사의 선임과 해임, 연도별 대학운영계획, 예ㆍ결산 등을 심의ㆍ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

이사 중 한 명인 김월용(59) 한국뉴욕주립대 국제교육원장의 이사 임기가 지난 1월 16일로 종료됐다. 이에 따라 ‘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는 후보자 두 명을 이사회에 추천(1차)했다. 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어, 이사 선임 결의안은 부결됐다. 이후 6개월 동안 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가 세 차례 더 열렸지만, 이사를 선출하지 못했다.

지난 3월에 열린 이사회에선 유정복(57) 인천시장과 제물포고교 동문인 김학준(72) 전 인천대 총장(71)의 이사 선임 결의안(2차)도 부결됐다. 당시 이사 후보로 추천된 승명호(59) <한국일보> 대표이사 겸 동화홀딩스 회장은 이사회 개최를 몇 시간 남겨두고 자진 사퇴했다. 최 총장이 추천했는데, 외부 압력설 의혹이 제기됐다.

김학준 전 총장은 1차 이사 추천 때 교수평의회의 추천을 받았다. 인천시도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1차 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 참석한 A씨는 “인천시 관계자는 ‘김 전 총장이 인천대 발전에 적임자’라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1차 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후보자 두 명에 끼지 못했다. 그래도 유정복 시장은 김 전 총장을 또 추천했는데, 이사 선임 결의안이 부결된 것이다. 당시 승명호 대표이사 외에 현오석(65)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 총장 쪽에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전 총리가 거론된 건 국비 확보를 위해서다.

5월 28일 열린 이사회는 이사 9명 중 6명만이 참석해 새 이사 추천을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교육부 대학정책관,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인천시 기획조정실장이 불참했다. 최 총장 쪽과 정부, 인천시 사이에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월용 이사의 자격 여부를 놓고도 서로 대립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사의 임기가 완료됐는데도 이사회에 계속 참석한다’며,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6월 안으로 유권해석이 나올 전망이다. 인천대 쪽은 새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기존 이사가 연임하는 것은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법인 정관엔 ‘이사의 임기가 이사회 개최일 전에 만료될 때에는 후임 이사가 선임돼 임기가 개시될 때까지 그 임기가 연장된 것으로 본다’고 돼있다.

내년 총장 선출 놓고 힘겨루기

인천대와 교육부, 인천시의 대립은 심화되고 있다. 신임 이사는 내년 총장 선출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 이사는 총9명이다. 총장을 비롯한 3명은 상근이사이고, 나머지 6명은 비상근이사다. 당연직 이사나 관계기관이 추천한 이사는 이사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 뽑히는 이사가 향후 이사장이 된다.

또한 최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라 5월엔 차기 총장 선출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총장은 후보자를 3배수로 압축한 뒤 이사회에서 선임하게 돼있다. 새 이사가 내년 총장 선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최 총장은 승명호 대표이사 등을, 유정복 시장은 김학준 전 총장을 선호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 정권 실세로 통하는 유 시장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시민사회, “국립대학법인이지만 인천시민의 대학”

새 이사 선출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지역사회에 알려지자, 인천시민사회는 “인천대가 인천시민의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시민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등은 ‘인천대 이사 선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인천대가 인천시민의 대학이 될 수 있게 시민사회의 이사회 참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최근 밝혔다.

이들은 “인천대 이사 선출 논란은 인천시와 교육부에서 지원받아야할 인천대 재정 확보에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실시할 이사장과 총장 선출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인천대의 발전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걱정했다.

구체적으론 인천대 구성원과 시민사회, 인천시, 교육부로 구성하는 ‘인천대의 지역 거점 대학으로서 발전을 위한 협의회’를 제안했다.

인천대 역사를 보면, 이들의 주장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국립대학법인 인천대의 전신은 시립인천대다. 인천대가 시립대가 될 수 있었던 힘은 인천시민들과 시민사회의 적극적 지지와 엄호에서 나왔다. 국립대학법인 전환 때도 인천시민 100만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인천시민사회의 이런 요구에 대해 인천시나 인천대 쪽 모두 부정적 의견이라, 인천대가 정치적 힘겨루기의 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인천대 출신의 한 교수는 “최 총장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인천시와 교육부도 더 이상 인천대를 전리품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그것은 인천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인천대의 발전 방향은 300만 인천시민의 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새 이사를 시민 몫으로 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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