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601, 1667. 6월 4일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 확진 환자, 감염 의심 환자, 격리자 수이다.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자가 확산되면서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4일 6박 8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떠났다.

물론 해외 출장을 강행한 목적과 명분은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20세기폭스사를 방문해 중구 영종동에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투자유치를 협의한 뒤,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도시 정상 시장포럼에 참석해 인천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유 시장은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출국 전까지 고심했으나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기 어려웠다’며, ‘메르스 확진 환자가 인천에서 발생하면 곧바로 귀국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고, 시교육청은 환자 발생 지역 현장학습과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 자제를 일선학교에 지시했고, 보통 5~6월에 실시하는 학생들의 건강검진도 미루기로 한 상황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인천에서 발생하면 바로 귀국할 것이라 했지만,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보건현장을 진두지휘해야할 최고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것은 유감이다.

게다가 유 시장의 출국에 이어, 인천시의회 의원들도 중국 출장을 떠난다고 한다. 노경수 의장과 이용범 부의장, 이한구 문화복지위원장을 비롯한 의원 8명은 3박 4일 일정으로 오는 7일 중국 후난성으로 떠날 예정이다.

이 출장은 후난성인민대표회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후난성인민대표회의와 우호자매도시 의향서를 주고받기 위해서 가는 것이라고 한다. 시의회는 ‘국제외교 관례상 이미 3개월 전에 확정된 일정이라 취소하기 어렵고, 중국 쪽의 초청으로 이뤄진 거라 번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이 메르스 관련 한국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러한 상황에서 우호자매도시 의향서를 주고받기 위해 꼭 가야한다는 것을 납득하기는 어렵다. 특히 시의회 의장과 부의장, 문화복지위원장은 누구보다 메르스 사태를 예의주시해야할 위치에 있다. 메르스 상황이 악화되자, 국민정서를 감안하고 사태 추이 파악을 위해 해외출장을 취소하는 다른 지방의회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우선할 일은 없다. 그래서 시장과 시의원들의 이번 해외출장은 매우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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