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행복배움학교’ 준비 중인 고보선 청라고교 교장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청라고등학교가 최근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 준비학교로 선정됐다. 이를 두고 이 지역 학부모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청라고교는 지난 5월 29일 청라지역 중ㆍ고등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기까지 했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행복배움학교’ 준비학교로 선정된 후, 내년엔 ‘준비학교’를 떼기 위해(오는 12월 시교육청 평가로 행복배움학교 최종 선정) 노력하고 있는 고보선(55ㆍ사진) 청라고교 교장을 지난 3일 교장실에서 만나 그가 꿈꾸는 학교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고보선 교장은 정직과 성실이 학생이 갖춰야할 가장 큰 덕목이라며, 학생들에게 항상 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정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릴 때 부모님이 마늘농사를 지었다. 마늘을 팔기 위해 질이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나눠 담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좋지 않은 것을 좋은 것 사이에 끼워 넣으려 하자, 아버지가 나무라며 하셨던 말씀이 평생 잊히지 않고 가슴에 남아 있다. 그래서 정직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당시 그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한 말은 ‘우리가 아이를 올 곧게 키워 잘 되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비양심적으로 하면 되겠는가. 아이를 위해 정직하게 살자’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도 그에게 ‘늘 정직하게 살아야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전남대학교에 입학해 대학생이 된 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맞은 그는 시위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 후 군대에 다녀와 교사의 길을 걸었다. 그가 교직생활을 하며 가장 좋아한 말은 벤자민 플랭클린의 ‘세상에 어떤 것도 그대의 정직과 성실만큼 그대의 성공을 돕는 것은 없다’이다.

교사의 길에 들어서며 꿈꾼 학교

▲ 고보선 청라고교 교장
그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행복배움학교’는 30년 전 제물포고교에서 첫 교편을 잡으면서부터 꿈꿔온 것이다. 교장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ㆍ교사ㆍ학부모가 함께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생각해왔다.

교장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3주체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이를 ‘행복배움학교’ 준비학교 시절인 지금부터 진행하고 있다. 그 시작은 오는 15일 처음 열릴 예정인 가칭 ‘청라고 행복배움학교 공동체 협의회’(이하 공동체협의회)다. 이 협의회엔 학생ㆍ교사ㆍ학부모가 약 10명씩 참가한다.

고 교장은 “고등학생은 교사들을 평가해 교원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2년 후면 대부분 선거권을 가지는 등, 이미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4주에 걸쳐 반별로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는데, 교사나 학부모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학교 운영에 관한 제안을 하더라. 학생이 학교 구성원의 하나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진정한 학생자치활동을 이뤄내는 학교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협의회’ 구성ㆍ운영 이유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행복배움학교는 전체 교사의 50%를 초빙교사로 할 수 있는데, 공동체협의회에서 논의하고 검증해 좋은 교사와 잘 가르치는 교사를 초빙할 수 있다. 또한 행복배움학교가 되더라도 현재 교육과정이나 정기시험 회수 등은 전혀 변화가 없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면 교장의 독단이 아니라 공동체협의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학생 스스로 공부하고 꿈을 키우는 학교

행복배움학교로 선정되면 지원되는 예산의 40%를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키우는 데, 또 40%를 꿈과 재능을 개발하는 데, 나머지 20%는 민주적 학교 운영에 쓰겠다는 게 고 교장의 생각이자 계획이다.

고 교장은 “이미 시행 중인 수강생 10명 이내의 소그룹 강좌를 많이 개설해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주변에서 우려하는 공부 시키지 않고 대학 보내지 않는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여건만들기를 기본으로 할 것이다. 여기에 다른 재능을 찾고 싶어 하는 학생에겐 재능을 찾게 돕는 그런 학교로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입시를 걱정하는 지역 주민들이 있는데, 평교사 시절 고3 담임을 하며 진학에서 좋은 성적을 낸 노하우를 이미 가지고 있다”며 “수시전형이 67~90%이고,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 종합전형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직접 학생들과 연구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할 것이고 진로진학 상담도 하며 많이 신경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고 교장은 “행복배움학교 준비학교 선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기도나 서울시 등 다른 지역 혁신고교를 예로 들어 ‘대부분 성적이 떨어졌고, 일부 성적이 오른 학교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많은 학군에 속한 학교로 청라고교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청라고교는 타 지역에서 성공한 혁신학교들과는 다른 새로운 모델의 학교를 지향하는 것이라, 다를 것이다. 준비학교를 마치면 반드시 학생ㆍ교사ㆍ학부모의 비밀투표로 찬반 동의율을 반영해 행복배움학교를 신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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