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2공장 일부 차종 단종 예정

<기사 수정 : 6월 5일 11시 40분>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엄습한 고용불안이 노동조합의 대응으로 일단은 진압됐다. 하지만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일부 차종이 단종 돼, 고용불안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3일, ‘부평공장에서 내년 4만 5000대를 시작으로 향후 연간 12만대에 이르는 신규 엔진 생산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쉐보레 말리부ㆍ임팔라ㆍ캐딜락 ATSㆍCTSㆍ뷰익 리갈 등에 들어가는 ‘L850 SIDI 엔진’과 쉐보레 크루즈ㆍ볼트ㆍ아베오ㆍ소닉ㆍ트랙스에 들어가는 ‘FAM 0 엔진’을 부평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이 신규 물량 확보는, 정종환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이 지난 4월 말 전미자동차노조(UAW) 대표자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GM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국지엠지부는 “지난달 29일 한국을 방문한 짐델루카 GM 글로벌 생산총괄 CEO와 만났을 때 최종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국지엠지부는 ‘신규 엔진 양산이 본격화되면 현재 1교대 체제에 2교대 체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엔진 양산을 본격화하면, 엔진공장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부평2공장 알페온 등 단종

하지만, 군산공장에서 시작된 고용불안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신규 엔진 물량의 경우, 연간 5만대 수준의 생산이 2년 정도 유지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알페온 등이 단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부평2공장 노동시간을 많이 줄일 계획이다. 기존 주 30시간을 18시간으로 줄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말리부와 알페온 생산에 투입됐던 인력이 신규 엔진 생산 공정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의 고용불안은 작년부터 본격화됐다. GM이 유럽 시장에 주력 차종으로 수출해온 쉐보레 크루즈(군산공장 생산)를 수출하지 않기로 결정한 후 고용불안은 구체화됐다. 한국지엠지부가 지난해 군산공장에 신형 크루즈 생산을 얻어냈지만, 회사는 올해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또한 생산물량을 줄이고, 법원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결이 잇따르자 사내하청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이 군산공장을 떠나야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초, 군산공장 근무형태를 주간연속 2교대제에서 1교대제로 전환하고 시간당 생산 대수를 줄이는 것에 합의했다.

한국지엠의 고용불안 문제는 주기적으로 반복돼왔다. 생산물량의 8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다보니 외부의 작은 충격도 고용불안을 야기했다. 아시아 일부 국가의 외환위기와 러시아 시장 상황 악화는 군산공장과 부평2공장의 생산물량에 영향을 끼쳤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은 계속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때 GM을 살려내는 노릇을 했다. 그러나 완성차 생산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완성차 기준으로 2007년 94만 2800여대에서 2012년 78만 5700여대, 2014년 62만 9000여대로 7년간 32만여대 줄었다.

CKD(반 조립 형태) 방식 수출 물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2008년 108만 2223대에서 2011년 125만 4788대, 2012년 128만 4134대로 늘다가, 2013년 119만 5240대, 2014년 100만 5840대로 2011년 이후 3년 만에 25만대 줄었다. 올해 5월까지 CKD 수출 물량은 35만 685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만 8709대보다 28.4% 감소했다.

▲ 한국지엠의 ‘차세대 스파크’ 외관. 차세대 스파크는 1.0리터 3기통 에코텍(Ecotec) 엔진과 차세대 C-TECH 무단변속기를 장착했다. 또한 전방충돌ㆍ차선이탈ㆍ사각지대 경고시스템 등, 최첨단 안전 사양을 갖췄다.

인천시, 8대 전략산업으로 자동차산업 선정했지만

한편,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관련효과가 큰 산업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약 2만개를 제작하는 업체 1000여개와 손발을 맞춰야 성장할 수 있다. 철강ㆍ금속ㆍ유리ㆍ고무ㆍ플라스틱ㆍ섬유ㆍ피혁ㆍ도료 등에다 공작기계ㆍ자동화설비ㆍ금형ㆍ각종 계측장비 등이 필요하다. 여기다 자동차 관련 금융ㆍ보험ㆍ전자산업까지 감안하면, 자동차 산업의 고용효과는 엄청나다. 인천지역 소재 자동차 부품 업체만 447개에 달한다. 남동 245개ㆍ서구 96개ㆍ부평 39개 등이 분포해있다.

인천시는 인천 8대 전략산업 중 하나로 자동차산업을 꼽았다. 시는 중단기 전략으로 첨단 자동차 부품산업 클러스터 구축과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로써 2050년엔 첨단 자동차 산업으로 생산 유발효과 70조원, 고용창출 3만명을 이뤄내겠다는 것이 시의 포부다. 이를 감안해서인지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2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시의 이러한 구상과 계획의 실현은 요원해 보인다. 한국지엠의 현실은 시의 전략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단순 하청 생산기지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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