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의료계, “사업 타당성 의문, 결국 부동산 개발”

주안2ㆍ4동 복합의료타운 조성 계획에 대해 인천지역 의료계는 사업 타당성이 있겠냐는 의문과 함께 결국 부동산 개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남구는 지난 2월 15일 SMC개발(주)과 주안2ㆍ4동 도시개발 1구역 내 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용지 매매가는 1050억원이다. SMC개발(주)의 대표이사는 현재 서울여성병원 행정이사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오익환 서울여성병원 원장으로 전체 주식의 94.5%를 소유하고 있다.

주안2ㆍ4동 복합의료타운 조성 사업은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 지역인 주안2ㆍ4동 일원의 재정비 촉진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남구는 밝혔다. 주안2ㆍ4동 도시개발 1구역은 주안초등학교 일원으로 면적은 2만 4440㎡이다. 인하대병원 부지 규모와 맞먹는다.

당초 올해까지 이 지역에 최첨단 의료시설 확보를 중심으로 기타 상업ㆍ업무ㆍ문화 등 다양한 용도가 어우러진 입체적인 복합단지로 만들겠다는 게 남구 등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특혜 논란과 함께 사업의 타당성 의문도 제기된다.

인천상공회의소(이하 인천상의)는 2010년 3월 남구와 해당 부지 개발 사업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각종 업무ㆍ상업시설과 함께 인천경제박물관ㆍFTA(자유무역협정)지원센터ㆍ인천지식재산센터 등을 건립 또는 이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천상의는 사업성이 없다고 보고 사업을 포기했다. 3.3㎡당 2000만원 안팎의 비싼 땅 값이 문제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도 계속됐다.

인천상의가 사업을 포기하자, 남구는 민간사업자 선정에 따른 사업 기본협약을 2012년 3월 28일 체결했고 SMC개발(주)이 최첨단 의료복합컨벤션을 건립하기로 했다. 총5000억원을 투입해 2018년까지 여성전문병원, 레지던스호텔, 상업ㆍ문화ㆍ집회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남구와 SMC개발(주)은 올해 2월 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4월 21일엔 도시개발 1구역 용지 매매계약을 변경해 체결했다.

SMC개발(주)은 서울여성병원이 매출채권 등의 유동화를 실시해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SMC개발(주)은 현재까지 100억원을 투입했으며, 아인의료재단(자산 246억원, 부채 107억원, 부채비율 43.3%)을 700~1000병상의 종합병원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이 복합의료타운에 입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복합타운이 들어설 부지는 내년 완공 예정인 인천지하철2호선 시민공원역에 바로 인접해있다. 남구는 주안초등학교를 신축ㆍ이전시키고, 그에 따른 비용 약 200억원은 SMC개발(주)이 책임진다. 남구는 SMC개발(주)을 대신해 교육청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1934년 건립돼 시설이 낡은 주안초교를 신축ㆍ이전함으로써 교육환경 개선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인천 의료계, 사업 타당성에 ‘글쎄?’

남구는 서울여성병원이 불임 치료에서 국내 최고라며, 여성을 위한 특화된 의료복합타운으로 국내뿐 아니라 의료관광객까지 유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우리의 포인트는 의료관광이다. 인허가 등 시설적인 면에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인천 의료계 인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천투데이>이 인천지역 2ㆍ3급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물은 결과, 사업 타당성에 고개를 저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불임 치료는 여성 관련 치료에서 하위 클래스에 해당한다”고 한 뒤 “서울에 있는 여성전문병원들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종합병원 관계자는 “주변 중ㆍ소형 병원이 타격을 심하게 받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주변에 나은병원을 비롯해 산부인과의원 등이 여러 곳 있는데, 이 중ㆍ소형 병원들이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게 될 것 같다”며 “말이 여성전문병원이지 결국은 산후조리, 미용, 아이용품, 건강식품, 건강검진센터, 화장품점 등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인천 최대 병원인 길병원과 인하대병원이 직경 5km 이내에 있다”며 “인천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고려한다면 7만 세대가 입주한 청라 등에 이런 병원을 신설하면 모를까, 주변에 대형 병원과 중ㆍ소형 병원이 밀집해있는 곳에 이런 병원을 각종 특혜까지 줘가며 만드는 남구의 행정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병원장은 “고령화시대로 진입해 의료 수요가 증가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과포화 상태에 놓였다. 적자를 보는 종합병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몇 년간은 환자가 증가하겠지만, 인구 감소로 인해 의료계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의료복합타운을 구도심에 조성하겠다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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