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비대위 집회 1000여명 참가

▲ ‘내항 8부두 개방과 내항 재개발 및 국제여객터미널 존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집회를 열고 내항 8부두 완전 개방과 국제여객터미널 현 부지 존치를 주장했다.
“내가 기자로, 특파원으로 전 세계 160개 항구도시를 돌아봤지만, 항만에 철조망으로 시민들 접근을 차단하고, 공해 유발 하역업체가 있는 곳을 한 곳도 못 봤습니다. (중구)청장님은 12만 시민을 대표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하셔야 합니다”

인천의 원로 언론인으로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신용석(73)씨가 지난 23일 ‘내항 8부두 개방과 내항 재개발 및 국제여객터미널 존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인천항비대위)’가 개최한 총궐기대회에서 한 말이다.

중구 주민을 중심으로 구성된 인천항비대위는 이날 중구 항동 인천우체국 앞 공영주차장에서 집회를 열고, ‘인천 내항 8부두 전면 개방과 국제여객터미널 이전 반대’를 주장했다.

인천 내항은 국내 최초의 근대 개항도시의 대표 항구다. 내항 주변의 신포동 등은 인천의 명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가 팽창하면서 내항이 있는 중구와 동구는 대표적 구도심으로 전락했다.

여기다 내항 부두의 원목ㆍ고철 등 하역ㆍ운반과정에서 나오는 분진과 소음, 교통문제 등은 이 지역 주민들의 고질적 민원이다. 새벽과 심야에 하역ㆍ운반 차량의 과속 질주로 인해 일부 주민은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환경개선 차원에서 전ㆍ현 정부에 내항 재개발을 요구했고, 정부는 올 6월에 내항 8부두부터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월 9일 해양수산부가 고시한 ‘인천 내항 1ㆍ8부두 항만재개발 사업계획’은 수십년 동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처지를 반영하지 못했다.

8부두 일부만 시민에게 개방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총28만 6395㎡의 면적에 400억 6200만원을 투입해 해양문화관광지구와 공공시설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오는 6월 8부두 일부(5만 865㎡) 기능을 폐쇄하고, 연말까지 시설 정비를 거쳐 개방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약속한 ‘전면 개방’에서 ‘일부 개방’으로 후퇴한 것이다. 해수부는 당초 2013년 5월 8부두 기능을 폐쇄하고, 올 6월까지 시민 친수공간으로 개방한다고 약속했다.

여기다 부두 운영사의 대체 부두 확보와 항운노동조합원 고용승계 문제가 걸리면서 8부두 개방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역업체인 동부ㆍ대한통운ㆍ영진공사가 인천항만공사로부터 내항 8부두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데, 동부와 대한통운은 정부 약속대로 올 6월까지 이전을 약속했지만, 영진공사는 이전 준비가 안 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중구 주민들은 국제여객터미널의 송도 이전 문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연안부두 제1국제여객터미널과 중구 사동에 있는 제2국제여객터미널이 2017년까지 송도 아암 물류단지로 이전할 계획이다.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용하는 여객터미널이라, 주변에서 생계를 잇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천항비대위가 개최한 이날 집회엔 중구 주민 1000여명이 참가했다. 상당수는 60대 이상의 고령층이었다. ‘관제 데모’란 느낌도 났지만, 집회 열기는 나름 뜨거웠다.

하승보 인천항비대위 대표는 대회사에서 “우리를 지켜달라고 뽑은 인천시장과 국회의원들은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고 항만업계의 눈치만 보며 방관하고, 구청장과 구의원들은 국회의원 눈치만 보고 우리를 지켜주려 하지 않고 있다”고 정치권에 날을 세웠다.

이어, “인천 북항과 신항이 개발됐는데, 항만업계는 꼼수만 부리며 떠나려하지 않고 있다. 영진공사는 10년 전과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며 “영진공사는 주민 고통을 담보로 13개 계열사를 가진 그룹이 됐고, 인천상공인들의 대표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홍섭 중구청장도 “내항 재개발과 국제여객터미널은 대중국 여객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인천항비대위에 힘을 실어 줬다.

김흥규 인천내리교회 목사는 “퇴근하면 와이셔츠 목덜미가 새까맣고, 집에선 창문을 열기도 힘든 게 중구”라며 “하느님은 인간답게 살기를 희망한다. 중구가 사람 사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독교 대한감리회 인천서지방연합회 소속 교회 43개도 공동성명을 통해 8부두 전면 개방과 국제여객터미널 송도 이전 반대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날 집회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인들의 포석이 깔린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집회장에서 만난 한 지역인사는 “여객터미널 존치는 주민들이 혹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이미 정부와 지자체가 2006년에 합의한 사항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몇 몇 정치인의 정치적 포석이 깔린 집회”라고 주장했다.

한편, 내항 재개발 사업비 분담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수부 고시엔 ‘기반시설은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분담, 상부시설은 공모를 통한 민간 시행’이라 돼있다. 이는 정부가 내항 재개발 사업에 재정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사이고, 인천시는 재정난 때문에 내항 재개발 사업에 팔을 걷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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