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검단~장수’ 도로 재추진…2030도시기본계획(안)에 포함
환경단체, “검단 분양률 높이기 위해 도심 녹지축 파손은 안 돼”
시, “검토단계, 인천 남북연결망 부재…인천도시공사 요청 반영”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인천시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행계획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도심 녹지축을 파손할 것이 자명한 ‘검단~장수’ 도로 개설을 다시 추진해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는 2012년 GCF 사무국 유치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송도 신도시를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녹색성장의 롤(=역할) 모델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선6기 유정복 인천시장 취임 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행계획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선4기 시정부에서 환경파괴 논란으로 백지화한 ‘검단~장수’ 도로 개설을 다시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투데이>이 15일 확인해보니, 시는 검단 신도시 건설에 따른 광역교통망 확보 차원에서 ‘검단~장수’간 도로 개설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2030인천도시기본계획(안)에 포함했다.

시 관계자는 “검토 단계이고, 주민과 시의회 의견 청취 등이 남았다”고 한 뒤 “인천은 동서를 연결하는 도로망을 확보했지만,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망이 없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단 신도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인천도시공사에서 요청한 것이냐?’는 물음엔, “검단 신도시의 광역망 도로가 필요하다는 도시공사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검단~장수’ 도로 개설은 기후변화 대응정책에도 배치된다. GCF 사무국 유치를 계기로 녹색모범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한 시가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원인 자동차도로 건설을 위해 녹지축을 파괴하겠다는 것과 같다.

또한 ‘검단~장수’ 도로 개설은 시의 천문학적 부채를 야기한 인천도시공사가 추진하는 검단신도시 분양률을 높여 부채문제를 일부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도 있다.

인천녹색연합을 비롯한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은 15일 성명을 내 “2030인천도시기본계획(안)은 땅 투기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인천도시공사의 부채 청산을 위해 300만 인천시민과 미래 세대의 허파를 내주자는 발상”이라며 “인천은 이미 수많은 녹지와 갯벌을 잃었고, 세계 최대의 쓰레기매립지와 각종 국가산업단지, 항만과 공항, 빼곡한 아파트 숲으로 삶의 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에서 한남정맥은 인천시민뿐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이다. 도로로 난도질돼 시민들의 환경권과 건강권을 해치는 회색빛 미래를 그릴 것인지, 녹지와 갯벌, 하천이 어우러지는 푸른 미래를 그릴 것인지는 이번 2030인천도시기본계획에 달렸다”고 했다.

▲ 2009년 계획 당시 ‘검단~장수’ 도로 개설은 인천 도심 한가운데에 교량 17개, 터널 8개를 신설하는 것이었다. 총연장 20.7km에 달하는 왕복4차선 도로로 인천의 녹지 축인 한남정맥을 어묵꼬치 꿰듯 관통한다. 위 사진은 부평구 백운역 주변과 남동구 간석동, 서구 가좌동 일대 모습이다. 아래 사진은 이 일대를 관통하는 것으로 계획된 ‘검단~장수’ 도로이다.<사진제공ㆍ인천녹색연합>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듯이 ‘검단~장수’ 도로 개설은 환경파괴가 우려돼, 민선4기 시정부에서 폐기한 계획이다.

2009년 계획 당시 인천 도심 한가운데에 교량 17개, 터널 8개를 신설하는 것이었다. 총연장 20.7km에 달하는 왕복4차선 도로로 인천의 녹지 축인 한남정맥을 어묵꼬치 꿰듯 관통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상공에서 인천을 내려다보면, 각종 공단과 빼곡히 들어선 빌딩과 아파트단지 한가운데로 ‘계양산~천마산~원적산~호봉산~만월산~소래산’을 잇는 녹지축이 있다. ‘S’축 모양의 한남정맥이다. 계양산엔 반딧불이, 만월산엔 도룡뇽과 가재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한남정맥 둘레길은 수많은 인천시민이 운동과 휴식을 위해 찾는 명소이다. 또한 한강을 거쳐 서해로 흘러가는 굴포천, 계산천, 나진포천 등과 서해로 바로 흘러가는 장수천, 공천천, 심곡천, 검단천 등의 발원지로 생명의 근원인 물을 품고 있다.

더욱이 ‘검단~장수’ 도로 예정지에서 50m 떨어진 곳에 백운초교, 한일초교, 세일고교, 제일고교, 동인천고교 등 학교와 아파트 등이 있다.

2009년 말 ‘검단~장수’ 도로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발했고, 결국 시는 2010년 4월 도로 개설 계획 폐지를 약속했다. 그후 2012년 수립한 2025인천도시기본계획에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시는 제2외곽순환도로 활용과 장제로, 봉수대로 등 기존 도로 확충 등을 대안으로 찾아보겠다고 했다.

특히 시가 다시 추진하겠다는 ‘검단~장수’ 도로 개설은 그동안 시가 추진해온 자연녹지축 보전 사업과도 배치된다. 시는 도로 개설로 단절된 한남정맥의 녹지축을 연결하기 위해 계양산과 원적산에 예산 수백억원을 투입해 생태이동통로를 건설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더 넓은 도로, 더 많은 도로는 더 많은 자동차를 도로로 끌어낼 뿐이다. 민선6기 시정부가 이미 폐기된 ‘검단~장수’ 도로를 2030인천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면 범시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