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이적표현물 소지로 집행유예 선고
“유ㆍ무죄 다투는 재판 중 처분은 부당”

진보 성향의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검찰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탄압을 위해 끼워 맞추기식 기획수사를 했다’며 전교조와 피고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관련 교사들의 직위해제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1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로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박아무개(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씨 등 인천지역 교사 4명의 직위해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1심 판결 후, 교육부는 지난달 10일 시교육청에 ‘유죄 판결 교원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부당하며 앞으로도 유죄 판결을 받을 개연성이 높은 사안임을 고려해 해당 교사들의 직위해제를 요구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시교육청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교육부는 같은 달 30일 ‘직위해제 직무 이행 명령’ 공문을 다시 보냈다. ‘해당 교사들의 직위를 해제하고 4월 13일까지 보고하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시교육청에 ‘직무 이행 명령 불응 시 직권으로 해당 교사들의 직위를 해제하고 이청연 교육감을 고발 조치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교육청은 보고 기한인 13일 교육부에 ‘사안 검토와 이행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행 기간 연장을 거부할 경우 직위해제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교육청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와 당사자들은 ‘1심 판결에서 검찰의 부당한 끼워 맞추기식 기획수사였음이 드러났고, 이적표현물 소지 유죄 판결도 부당한 판결이며, 2심과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은 상황에서 직위해제를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2013년 2월 해당 교사들의 불구속 구공판(=범죄를 저질렀다고 강한 의심을 받는 자를 형사재판 절차에 회부해 재판을 받게 한다는 의미)을 청구한 후 이를 시교육청에 통보했으나, 시교육청 징계위원회는 ‘징계 의결 보류’를 결정한 바 있다. 유ㆍ무죄를 다투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을 두고 공무원 직위를 사실상 빼앗는 직위해제 처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상 ‘임용권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의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강제 사항이 아니라 당사자의 상황에 따라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임의 규정이다.

윤재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보수적인 나근형 전 교육감 시절에도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징계위에서 징계 의결을 보류했는데, 전교조 출신의 이청연 교육감이 교육부의 압력으로 직위해제를 추진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최소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직위해제 추진을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이 ‘변혁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교육운동 전국준비위원회(이하 새시대교육운동)’를 구성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이적단체 구성 등)로 기소한 교사 4명은 1심에서 ‘이적단체 구성’과 ‘이적 동조’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는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전교조와 해당 교사들은 “재판에서 이적단체 구성이나 이적 동조 혐의 등, 핵심적인 기소 내용이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적표현물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와 자격정지를 판결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종북’몰이에 발을 맞춘 부당한 판결”이라며 “이적표현물이라는 것은 남북화해 분위기 때 북한의 교육을 연구하기 위해 가지고 있었던 것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끼워 맞추기식으로 조작한 기획수사였음이 명백히 드러났기에 무죄 선고가 마땅하다”며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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