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낮추려 무인운행에 역 20개엔 역무원도 없어

내년 7월 개통을 목표로 건설공사가 한창인 인천지하철(인천도시철도)2호선의 안전운행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각했다.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와 인천교통공사노동조합,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등 단체 40개가 구성한 ‘안전한 인천지하철2호선 개통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2호선시민대책위)’는 14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무원 미 배치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인천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호선시민대책위는 “시가 2호선의 경영 효율성만 앞세워 무인차량 운영, 무인역사 운영, 2량(1량=차량 1칸) 1편성 등으로 인천시민의 안전과 편의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호선 인력운영에 관한 시의 공식입장 표명을 요청한 뒤, 역사 내 상주인력 배치와 현행 ‘2량 1편성’을 ‘4량 1편성’으로 전환, 시설물 안전 보장을 위한 기술인력 확보를 요구했다.

인천지하철2호선 개요

 서구 오류동에서 시작해 환승역으로 검암역(공항철도)과 주안역(경인전철), 인천시청역(인천지하철1호선)을 지나 인천대공원을 잇는 총연장 29.2km의 경전철이다.
전체 정거장(역)은 인천지하철 1호선(31.1km, 지하 27ㆍ지상 2)보다 2개 적은 27개(지하 21ㆍ지상 1ㆍ고가 5)로 총사업비는 2조 1800억원(국비:시비=60:40) 규모이다.
2호선 개통 시 당장 우려되는 점은 예측한 수요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가이다. 2호선의 예측 수요인원은 26만명으로 1호선과 비슷하다. 하지만 1호선은 중량 전철인 데다 1편에 8량을 편성하고 있는 반면, 2호선은 경량 전철임에도 1편에 2량을 편성했다. 이렇게 편성해놓고 1호선과 비슷한 인원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 1호선은 8량씩 34편(1편당 정원 970명)을 편성해 하루 평균 310회 운행한다. 이에 비해 2호선은 2량씩 42편(1편당 정원 202명)을 편성해 하루 평균 210회 운행하는 것으로 계획돼있다.

하루 수송인원을 단순계산해보면, 1호선은 30만명이고, 2호선은 4만 2400여명에 불과하다. 26만명을 수용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2호선시민대책위가 ‘4량 1편성’을 요구한 것이다.

2호선시민대책위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무인운영시스템이다. 시는 비용 절감을 위해 경전철을 무인시스템으로 운행하고, 전체 27개 역 중 20개 역에 역무원을 한 명도 배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시의 2호선 기본계획을 보면, 투입할 인력을 당초 268명으로 계획했다. 유지보수 111명, 차량보수 47명, 운전사령 11명, 역무 70명 등이다. 1호선은 현재 1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2호선의 경우 역무원을 7개 역에 순환 배치하는 시스템이라, 역당 역무원 0.5~0.7명이 근무한다. 나머지 20개 역에는 역무원이 단 한 명도 없다. 특히 2호선 27개 역사 중 21개 역사가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시ㆍ도의 지상 역 위주 경전철과는 매우 다른 구조다. 안전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인천교통공사가 의정부경전철(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의정부경전철이 무인역사로 운영되고 있는데, 무인시스템의 위험성은 의정부경전철의 숱한 사고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2호선시민대책위는 “안전한 지하철 이용을 위해 역무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인천지역 교통약자 78만여명은 어떻게 지하철을 타야한단 말인가? 게다가 대부분의 역이 지하에 있는데 승무원과 역무원 없이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와 인천교통공사노동조합,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등 40개 단체가 구성한 ‘안전한 인천지하철2호선 개통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무원 배치와 차량 증편 등의 대책 마련을 인천시에 촉구했다.

인천교통공사, 터미널 매각으로 수익 줄고 법인세 늘고

2호선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역무원과 승무원, 유지보수 기술인력 등을 적정하게 확보해야 한다. 또한 예측 수요인원을 수용하려면 편성 차량을 늘려야한다. 하지만 인천교통공사(이하 공사)와 시 재정상황과 맞물려 있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난 12일 공사가 발표한 ‘2014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보면, 공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691억원이다. 수익의 경우 전년보다 45억원 줄어든 1482억원이다. 운수 수익과 기타 수익이 각각 19억원과 15억원 늘었지만, 영업외 수익에서 시 보조금이 전년 152억원에서 52억원으로 100억원 줄었다.

시는 인천종합터미널을 매각하면서 공사가 상실한 터미널 임대수익(1년 250억원)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2013년에 150억원, 지난해 50억원만 보전해줬다. 총500억원 중 200억원만 지원한 것이다.

반면 공사의 비용은 전년보다 1000억원 넘게 늘어난 3174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크게 늘어난 비용은 법인세다. 2014년 기준 법인세는 약 1170억원규모다. 통상 적자 기업은 법인세를 내지 않지만, 2012년 ‘5.30 재정위기 대책’에 따라 터미널을 시로 넘기는 과정에서 자산 이득에 따른 법인세를 부과 받았다.

공사가 취득할 당시(1997년) 터미널의 자산 가치는 1600억원이었고, 2012년 시에 넘길 때 신고한 자산 가치는 5600억원이다. 국세청은 공사가 4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본 것으로 보고, 법인세 750억원을 부과했다. 공사는 이를 5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그런데 터미널 매각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세는 지난해 말 더 늘었다. 국세청은 매각 당시 평가된 자산 가치가 5600억원보다 3000억원 더 많은 8600억원이었다며, 2012년 기준 추가 이득 3000억원에 대한 법인세 650억원과 미 징수 기간만큼의 이자 240억원을 합한 890억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터미널 매각으로 공사가 떠안은 법인세가 1700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다만, 적자분에 따라 매해 내야할 법인세는 달라지게 돼있어, 750억원 중 올해 납부할 부가세 약 280억원에 890억원을 더하면 약 117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민선5기 때 실시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공사가 간접 고용하던 인력을 지난해 직접 고용하면서 인건비가 약 165억원 늘었다.

재정 위기에 발목 잡힌 시민 안전
‘적정인력과 요금인상’ 사회적 대타협 필요

공사의 비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4년 기준 재무제표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2호선 건설공사에서 추가될 사업비가 약 900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시의 재정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것이다. 시는 오는 6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서 예산 5000억원 규모를 조정할 예정이다. 본예산보다 세입예산을 약 3000억원 늘리고, 세출예산을 약 2000억원 줄일 예정이다.

시는 세출예산 삭감기준을 ‘협의 등으로 진행하는 시책사업’이라고 밝혔다. 시는 터미널 매각에 따른 임대수익 보전분, 건설부채상환비와 각종 보조금 명목으로 매해 1100억원 안팎을 공사에 지원했다. 지난해에 임대수익 보전분 250억원 중 50억원만 지급했는데, 이제 이마저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볼 때 2호선 안전운행을 위해 차량과 인원을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이에 먼저 공사 내부 구조조정으로 2호선에 적정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사와 노동조합, 시, 시민 간 대타협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공사는 지난 2월 하위직을 줄여 고위직을 늘리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공사 입장에서 좀 더 손쉬운 방법은 지하철요금 인상이다. 현재 기본요금은 1050원(교통카드 기준)이다. 100원 인상하면 연간 약 70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공사는 지하철요금 인상을 검토해왔다. 현 기본요금이 원가 1400원보다 350원가량 낮아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또한 시내버스요금 150~200원, 지하철요금 200~300원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과 서울, 경기가 수도권 통합 환승제로 묶여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도 서울과 비슷한 폭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2호선 안전운행에 필요한 것은 재원이고, 이는 수익과 비용의 문제이다. 먼저 2호선 운영에 필요한 적정인력을 확보해야한다. 시는 개통을 1년여 앞두고서야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할 계획이다. 결국, 2호선 안전운행을 위해 적정인력과 요금 인상에 대한 시와 공사, 노조, 시민 간 사회적 대타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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