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후폭풍에, 강화군 여권분열 심화

집권여당 강세지역인 인천 서구ㆍ강화군<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전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여권 텃밭’이라 불려온 강화군에서 여권이 분열하고,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현 정권 심판’론이 젊은 유권자가 밀집한 서구 검단 지역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로 인해 후보 지지율에서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덕수 전 의원, 꾸준히 활동…강화 유권자 혼란?

입법부(=의회)가 행정부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는 전통적으로 정부와 집권여당 ‘중간 심판의 장’ 성격이 짙었다.

서구ㆍ강화군<을>은 최근 20여 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야권의 무덤’이었다.

하지만 이번 재선거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야권은 선거 구도와 상황이 예전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권 지지율이 70% 안팎으로 나타난 강화군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다 경제 파탄과 양극화 심화, 세월호 참사 1주기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검단지역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유인할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새누리당 안상수 후보는 인천시장을 두 번이나 지냈지만, 강화군과 특별한 연고가 없다. 상대 후보인 새정치민주연합 신동근 후보는 해당 선거구에서 25년째 살고 있고, 네 번째 출마라 ‘동정론’도 상당하다. 유일한 강화 출신인 정의당 박종현 후보도 강화에서 선전을 자신하고 있다.

특히 전ㆍ현직 강화군수의 특수한 관계도,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재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강화군에는 이번 재선거의 원인제공자인 안덕수 전 국회의원(전 강화군수), 유천호 전 군수, 이상복 현 군수의 특수한 정치역학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관련기사 581호 [4.29 재보선] 야권분열 속, 인천은 여권분열?)

▲ 4.29 인천 서구ㆍ강화군<을> 재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안상수, 새정치민주연합 신동근, 정의당 박종현 후보.<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이들의 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덕수 전 의원이 의원직 상실 후에도 얼굴을 자주 비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해 강화군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봄맞이 꽃놀이’를 가는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이 자리에 안상수 후보는 나타나지 않아, 유권자들은 누가 후보인지 헷갈려했다고 한다.

안 전 의원은 의원직 상실 후 지역 내 농협과 수협 조합장 이ㆍ취임식 등에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강화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내년 총선 출마의 뜻을 보이고 있다.

윤여균 <강화뉴스> 대표는 “안덕수, 안상수 둘 다 ‘안’씨이고 연령대도 비슷해 헷갈려하는 노인이 많은데, 안 전 의원이 꾸준히 나타나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다보니 안 전 의원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안 전 의원과 유천호 전 군수의 관계를 잘 아는 전직 시의원은 “강화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특수하다”며 “둘의 관계가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당이 예전처럼 표를 얻기는 어렵다”고 귀띔했다.

“선거 구도나 조건은 야당에 최상”

강화군은 군수, 광역의원, 기초의원까지 여권 일색이었다. 관변단체와 자생단체들도 집권여당 성향 인사들이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상복 현 군수 취임이후 이 인사들이 교체됐고, 이 군수는 ‘선거 중립’을 선언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지지한 공무원들에게 ‘과거 불문’을 천명했지만, 향후 정치개입은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야권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강화군 공무원 A(40대)씨는 <인천투데이>과 한 인터뷰에서 “군수와 지방의원 모두 특정 정당 소속이라 공무원이나 단체들이 알아서 움직였는데, 무소속 군수의 취임 이후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요즘엔 술자리에서도 선거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교흥 새정치민주연합 서구ㆍ강화군<갑> 지역위원장은 “보수 성향이 강한 강화군 특성과 재ㆍ보선의 낮은 투표율로 인해 우리 후보에게 불리한 것은 분명하다”고 한 뒤 “하지만 선거 구도나 조건은 최상이다. 여기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커져 검단지역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11~12일 4.29 재ㆍ보선 4곳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를 입증하듯 서구ㆍ강화구<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신동근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 후보가 46.8%의 지지를 얻어 새누리당 안상수(43.8%)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3.0%포인트 앞섰고, 정의당 박종현 후보는 7.4%의 지지를 얻었다.(만19세 이상 유선전화가입자 500명 대상, 임의전화걸기(RDD),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응답률은 1.51%)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자 서산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10일 베트남 하노이시를 방문해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ㆍ국립백화대학과 장학사업 자매결연을 협약했다. 여기에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충청포럼 운영위원들과 함께 참석했다.<사진 출처ㆍ서산장학재단 홈페이지>

안상수 후보, 성완종 전 회장과 어떤 관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국의 태풍으로 부상한 가운데, 안상수 후보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친분이 있었던 사이로 뒤늦게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같은 충남 서산ㆍ태안 출신자, ‘충청포럼’ 회원이다. 성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1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연 서산장학재단의 ‘베트남 해외 장학사업’ 행사에 안 후보가 참석하기도 했다.

경남기업 소유의 랜드마크 72 빌딩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다오응옥중 베트남 당서기, 팜꽝흥 베트남 교육부 차관, 응우옌반캉 하노이 국립백화대학교 총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전옥현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박찬우 전 안전행정부 1차관 등과 서산장학재단 회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안 후보는 이외에도 서산장학재단 행사에 종종 참석했다.

이 때문에 확산되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안 후보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일각에선 보고 있다.

안상수 후보 쪽 관계자는 “충청포럼 회원인 것은 맞다”며 “아무래도 (성완종 전 회장과의) 관계 만으로도 (선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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