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정비산업 인천 유치에 불리한 국토부 문건 ‘파문’

인천국제공항은 하루 800편 이상의 항공기가 이ㆍ착륙해 민간 항공기 정비 수요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항공기 정비(MRO)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1년에 약 6000억원을 해외에 지불하고 있다.

국내 항공기 MRO산업을 키우는 동시에, 동북아시아 허브공항 선점을 위한 한국ㆍ중국ㆍ일본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의 서비스 경쟁력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종도에 항공기 MRO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오히려 인천의 항공기 MRO산업 추진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일보> 4월 9일자 보도를 보면, 지난 2월 1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국토부는 인천시가 항공기 MRO산업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 회의엔 서승환 국토부 장관과 최정호 국토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충북 청주시는 청주국제공항을 토대로 항공기 MRO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인천과 경쟁하는 도시다. 이날 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충북 청원) 국회의원은 “국토부가 항공정비 산업 육성방안에서 MRO 지원과 함께 LCC(=저가 항공사 기체 정비)를 위한 격납고를 인천 또는 김포공항에 확보하고 이를 MRO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을 재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변 의원의 말대로라면, 국토부는 인천공항 또는 김포공항 주변에 항공기 MRO산업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서승환 장관 앞에 놓인 답변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답변서에는 ‘민간 전문 MRO업체가 지자체와 협의해 입지를 결정하고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정부는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타당성이 있을 경우 정비 시설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답변서에는 또, ‘격납고 등 정비 시설, 절충교역을 통한 안정적 수요 및 기술력 확보 지원 등을 해야 한다’ 의견도 첨가돼있다.

국토부가 민간업체와 지자체의 항공기 MRO산업 추진의지를 토대로 사업타당성이 있는 지자체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토부의 겉모습일 뿐, 속은 달랐다.

서 장관의 답변서 밑에는 ‘보조 자료’가 숨어 있었다. 이 자료에는 항공기 MRO산업에서 인천을 제외하려는 국토부의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민간업체가 MRO 사업 신청했지만, 국토부 ‘보류’
 

▲ 인천국제공항.

이 ‘보조 자료’는 ‘MRO 관련 지역 동향’이란 제목의 참고 자료다. 이 자료를 보면, ‘청주는 항공정비 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부지 매입을 완료했고, 사천은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단지 조성 노력 중’이라는 긍정적 의견을 적었다.

반면, 인천에 대해서는 ‘인천공항 내에 LCC 정비 지원시설 구축 등, 항공정비 특화단지 조성을 희망한다’는 의견만 내놨다. 인천은 항공기 MRO산업을 희망만 할뿐이지, 그에 따른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주)샤프(=샤프에비에이션)는 올해 1월 30일 LCC 정비 격납고 신설계획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제출했고, 공사 허가 검토 중이나, 신규 단지 조성과 연계한 검토를 통해 중복투자 방지를 위해 잠정보류 지시(우리부=국토부)’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민선5기 때부터 줄기차게 항공기 MRO산업 유치를 추진했고, 특히 올해 초부터 (주)샤프 주도의 저비용항공기 전용 정비 사업을 즉시 승인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시는 국토부를 쫓아다녔고, 지역 국회의원을 만나 현안 해결에 나섰다. 시가 이렇게 움직였지만, 국토부의 ‘인천 배제’에 막혀있었던 셈이다. 또한 청주와 사천은 정부가 오는 6월에 항공기 MRO 사업계획서를 접수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인천은 이마저도 전달받지 못했다.

(주)샤프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대상지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유 부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항공기 MRO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부지가 있으며, 장기 임대 또는 현물투자 방식의 투자 참여를 고민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최종 승인권자는 국토부다. 인천공항공사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일 뿐이다. 결국 국토부가 (주)샤프의 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MRO 사업의 기본 요건인 입지(=항공정비 특화단지)가 없어, 인천공항에서 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관련 업무를 협약하는 게 불가능하다.

항공기 MRO 관련 국토부 담당자는 ‘올해 6월 사업계획서 접수’는 부인했지만, 국회에서 서 장관의 ‘보조 자료’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이 담당자는 “MRO와 관련해 연초 발표한 게 전부다. 6월 중 사업계획서를 접수한다고 한 적 없다”고 했고, ‘보조 자료’에 대해서는 “국토부 자료가 맞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해양항공국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에는 하루 800편 이상의 비행기가 다니고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자체 정비시설 말고는 정비시설이 없다. 최근 몇 년간 인천공항의 결항률이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비단지는 안전한 공항시설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ㆍ중ㆍ일 3국 간 허브공항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서비스평가 1위를 지속하려면 여객터미널 확장과 함께 민항기 정비단지 조성이 필수다. 그런데 국토부는 MRO 추진에 반드시 필요한 항공정비 특화단지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정부의 지역 차별이 심하다”고 비판했다.

인천공항 차별, ‘무비자 입국’에서도 드러나

정부의 인천공항 차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양양공항과 청주공항에 중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예외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청주공항을 ‘중국 관광객 72시간 무비자 환승 공항’으로 지정하고, 같은 해 9월 체류기간도 72시간에서 120시간으로 확대했다.

한국과 중국은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하지 않아, 두 나라 국민은 상대국 방문 시 비자를 발급받아야한다. 비자 면제 협정이 이뤄지면 중국인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고, 인천공항 여객과 환승객도 늘어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청주공항이 72시간 무비자 환승 공항으로 지정된 후, 청주공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2012년 3만 2000여명, 2013년 6만 7000여명에서 지난해 18만 여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반해 인천공항은 ‘무비자 입국’에서 제외돼 오히려 환승객이 줄고 있다.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때는 김포공항을 키우느라 홀대하더니, 박근혜 정부는 MRO 산업에서조차 홀대하고 있다. 게다가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선도하는 곳인데, 오히려 이곳을 무비자 입국 대상에서 제외해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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