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교육국장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안’이라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안’이라고 부르는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정위원회 막판 논의가 한창이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장외투쟁’으로 정부 입장에 발본적인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안’을 추진하며 내세우는 명분은 여러 가지인데, 최근에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가장 앞세운다.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역으로 열연한 연예인을 내세워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것을 보면, 지난 2월 기준 청년실업자는 48만명, 청년실업률은 11.1%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정부의 실업률 통계는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만을 포함한다. 48만명에 더해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 취업준비생 56만명과 구직 단념자 50만명을 합산한 150만명이 진짜 청년실업자 규모이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20%도 계약기간 1년 미만의 비정규직이니 잠재적 실업자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구상대로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면 청년실업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안’에는 정년 연장-임금피크제 관련 의제가 포함돼있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법이 시행되는데, 고용을 연장하는 대신 50세가 넘으면 임금을 하락시키는 임금피크제를 함께 도입하라는 것이 정부의 요구이다. 본인의 노후대책은커녕 자녀 학자금과 결혼자금 마련, 취업 뒷바라지에 어느 때보다 많은 소득이 필요한 50대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대놓고 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1955~1963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세대가 약 7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250만~300만명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향후 5~6년 안에 대거 퇴직하는데, 매년 20만~30만명이 노동시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퇴직속도는 더 빠를 수도 있다. 정년 연장 대상자를 최소화하고 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 50대 노동자들을 인위적으로 퇴출하는 프로그램이 이미 많은 기업에 확산되고 있다. 이들이 떠난 일자리를 이제 청년들이 메우게 될 것이다.

세대적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안’은 여러 노림수를 가지고 있다. 장년층 노동자의 임금 삭감이나 퇴출 등으로 기업의 비용을 절감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더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베이비부머세대를 대신해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청년세대 일자리의 새로운 규범을 만들고자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진정한 노림수이다. 해고의 자유, 낮은 임금, 기간제와 파견 노동의 무제한 사용, 노동조합의 권리 박탈. 이러한 노동시장을 청년세대에 안겨주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장그래와 오 과장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싸우게 하고 있다.

“욕심도 허락받아야 하는 겁니까?” 장그래의 대사 중 하나다. 욕심뿐 아니라 실낱같은 가능성과 권리조차도 그들에게 허락하지 않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안’이다. ‘장그래’들의 미래를 함께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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