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 투자비 회수 여부 내년에 가시화 전망

인천시는 2월 12일 홍콩 재벌 주대복(周大福, Chow Tai Fook Enterprises Limited)그룹과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미단시티에 카지노리조트를 조성하기로 한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주대복그룹은 미단시티 내 토지 9만 4121㎡(약 2만 8000평)에 2조 625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복합카지노리조트를 짓기로 했다.

그러나 3월에 체결하기로 한 토지매매 계약이 불발되면서, 주대복그룹이 진짜 투자할 것인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주대복그룹은 MOU 체결 당시 1단계(2015~2019년)에 1조 1250억원을 투자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특급호텔, 쇼핑시설 등을 짓고, 2단계(2019~2022년)에 1조 5000억원을 투자해 MICE산업(=기업회의ㆍ포상관광ㆍ컨벤션ㆍ전시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 시설, 엔터테인먼트 시설, 부동산 투자이민제 시설(=콘도ㆍ골프빌라ㆍ별장ㆍ관광펜션ㆍ일반 숙박 또는 생활 숙박용 호텔) 등 복합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해 3월에 인천도시공사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 미단시티개발(주)과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대복그룹은 본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텀 시트(Term Sheet)’ 작성 기간 연장만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텀 시트’란 일반적으로 MOU를 체결한 뒤 본 계약을 작성하기 전에, 본 계약에 필요한 다양한 세부조건(=금융 조건이나 기술이전 조건, 자금조달 계획, 투융자 제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 작성하는 구속력이 있는 약정서를 말한다. 계약내용협의서 또는 경영이행약서라 부른다.

주대복그룹의 ‘텀 시트’ 작성 기간은 3월 31일까지였다. 주대복그룹은 이 기간에 미단시티 내 토지 9만 4121㎡(약 2만 8000평) 독점개발권을 가지고 있었다. 주대복그룹은 미단시티개발(주)에 3월 30일 ‘텀 시트’ 작성 기간 연장을 요구했으나, 미단시티개발(주)은 이를 거부했다.

이로써 MOU만 남게 돼 주대복그룹이 미단시티에 복합카지노리조트를 조성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주대복그룹은 카지노리조트 개발을 위해 현재 국내 로펌회사 A를 법률자문으로 두고, 회계법인 B에 회계를, 건설사 C에 건설부문을 맡긴 상태다.

주대복그룹이 본 계약을 하지 않은 것은 해당 카지노사업이 문화관광체육부의 사전심사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리포&시저스(LOCZ)도 미단시티에 카지노복합리조트를 개발하고 있는데, 주대복그룹은 이 리포&시저스를 통해 인천시와 미단시티 등에 대한 정보를 구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고자하는 포석도 깔려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리포그룹 회장이 주대복그룹 주식의 일정량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두 그룹은 긴밀하다.

이에 미단시티개발(주)은 주대복그룹의 ‘텀 시트’ 작성 기간 연장 요구를 마냥 들어줄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단시티에 카지노 3개 목표
인천도시공사 부채해결 관건

▲ 유정복 인천시장(가운데)과 조동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왼쪽)은 지난 2월 12일 인천시청에서 주대복그룹 창온입 패트릭(Tsang Patrick, 오른쪽)CEO와 카지노복합리조트 조성을 위한 MOU(=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도시공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주대복그룹과 토지매매 계약 체결이 급하다. 인천도시공사는 미단시티개발(주)에 32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줬다. 미단시티의 토지가 매각돼야 인천도시공사의 숨통이 트이는 구조다.

인천도시공사는 미단시티 내 카지노리조트 집적화로 단지 조성 투자비를 회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했지만, 이는 내년에서야 가시화될 전망이다.

주대복그룹의 ‘텀 시트’ 작성 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한 미단시티개발(주)은 오히려 느긋한 모습이다. 주대복그룹 이외에 NAGA그룹과 GGAM, GLK 등이 미단시티에 카지노리조트 개발 투자 의향을 밝힌 만큼, 업체 간 경쟁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지난 2월 국내에 카지노리조트 2~3개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설명회에는 국내외 투자기업 관계자 40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는 오는 6월 말까지 투자제안서(RFC= Request For Concepts: 콘셉트 제안요청서)를 받은 뒤, 올해 12월에 카지노리조트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김용주 미단시티개발(주) 부사장은 “6월까지 정부에 제출하는 투자제안서에 반드시 개발 부지와 투자금액을 명시한 MOU를 포함해야한다. 또한 투자기업은 9월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한다. 투자 규모가 총1조원 이상이어야 하고, 외국자본은 반드시 5000억원 이상 이어야한다”며 “미단시티에는 현재 리포&시저스 개발부지를 포함한 4만 2000평(=13만 8600㎡) 부지와 5만평(=16만 5000㎡) 부지가 있다. 미단시티개발(주)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또, “4만 2000평 중 주대복그룹이 2만 8000평(9만 2400㎡)에 대해 MOU를 체결하고 ‘텀 시트’ 권한을 지녔는데, ‘텀 시트’ 해지로 개발독점권이 사라졌다. 즉, 다른 업체가 이 부지에 대해 MOU를 체결하자는 의향을 밝히고 있다”며 “현재 각 투자기업의 신용도ㆍ투자의지ㆍ사업성ㆍ개발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미단시티에 카지노리조트 집적화를 이룰 계획이다. 리포&시저스 이외에 카지노리조트를 2개 더 유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가장 먼저 미단시티에 카지노리조트를 짓고 있는 리포&시저스는 토지매매대금 9586만 달러(=약 1048억원) 중 계약금으로 1000만 달러(=약 109억원)를 지난해 12월 냈다. 중도금 917만 달러(=약 100억원)를 오늘 6월 30일까지 납부해야하며, 잔금 7669만 달러(=약 838억원)는 올해 말까지 내게 돼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리포&시저스의 토지대금만으로 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계약금도 당장 빚 갚는 데 사용했다”며 “카지노리조트 집적화에 따른 주변지역 개발이 관건이다. 미단시티에 카지노리조트 집적화가 이뤄지면 주변지역 개발 활성화로 공사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