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인천투데이>이 주목하는 사람 ⑫] 김웅수 합일초교 신임 교장

인천에서 처음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인 평교사가 교장이 됐다. 지난 2월 16일 합일초등학교(강화군 소재) 신임 교장으로 발령된 김웅수 교사가 바로 그다.

능허대초교(연수구 소재) 교무부장이었던 김 교사는 지난 1월 합일초교가 진행한 내부형 교장 공모에 지원해 선정됐다. 합일초교는 올해 인천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곳이다.

경기도나 서울시 등에선 이미 몇 년 전부터 혁신학교를 운영해왔다. 이 지역들에선 전교조 평교사 출신의 공모 교장이 운영하는 혁신학교가 모범사례로 알려졌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수평적 학교문화와 민주적 운영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합일초교는 인천에서 처음으로 전교조 평교사 출신의 공모 교장이 운영하는 혁신학교라 교육계 안팎에서 기대하고 있다. <인천투데이>이 올해 김웅수 교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긍정적인 교육철학과 즐거운 학교생활

▲ 김웅수 합일초교 신임 교장
1960년 2월 충청남도 당진군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김웅수(55․사진) 교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인천으로 와 부평중학교와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어서 1984년 인천교육대학교(현 경인교대)를 졸업한 그는 그해 3월 1일 사립학교인 효열초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대 졸업 후 사립학교인 효열초교에서 교편을 잡은 것은 당시 국ㆍ공립학교로 가기 위해서는 오래 기다려야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 근무 후에도 국공립학교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효열초교 교사 모집에 지원했다.

그는 교편을 잡은 후 긍정적인 교육철학과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자는 마음으로 교내 수업 공개, 특별활동 지도, 수영부 지도, 청소년단체 지도 등을 도맡아했다. 효열초교 근무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운동회 때 선보인 포크댄스를 지도했던 것이다. 대학교수까지 찾아가는 열성으로 댄스를 배워 학생들을 가르치고 운동회 때 많은 참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선인학원 정상화 위한 활동에 한몫

하지만 당시 효열초교는 선인학원 소유로, 백인엽 선인학원 이사장은 인천대학교와 인천전문대 등 학교 16개를 운영하며 각종 부정부패를 저질러 인천지역 시민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학교 구성원들은 학원민주화 운동을 벌였고 1994년 선인학원 소유의 모든 학교는 시립화됐다. 김 교장은 학원민주화 운동 당시 ‘범선인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선인학원을 정상화하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효열초교는 학생 배정 등 여러 문제로 시립화 1년 후인 1995년 문을 닫았다. 그는 10년을 근무하던 학교가 사라지는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그해 3월 연수구에 위치한 연화초교로 발령을 받았다. 전교조에 가입해 조합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쯤부터다. 연화초교 근무이후 계속 연수구 소재 학교에서 근무했다.

연화초교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과학과 체육에 관심을 가지고 과학ㆍ체육부장을 도맡으며 모형항공기 공작 경진대회 글라이더 부문 최우수상, 전국동계체육대회 피겨스케이트 패어 부문 금메달 등, 다양한 수상 성과를 냈다.

8년간 교무부장 역임, 15년간 학교운영위원 활동

1999년 청학초교로 옮긴 후에는 생태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을 생각하는 인천교사모임’ 활동을 했다. 그가 대표를 맡았던 ‘내 고장 현장체험프로그램 개발 교과연구회’가 학생들의 자연 친화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했다는 이유로 우수 연구회로 선정되는 기쁨도 맛봤다.

이후 2003년 옥련초교로 옮기고 나서는 전교조 인천지부 사무처장으로 활동했으며, 학교 현장으로 돌아간뒤인 2007년 옥련초교, 2010년 서면초교에서 교무부장을 맡아 학생들의 환경 의식과 생태환경의 감수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2014년 옮긴 능허대초교에서도 교무부장을 맡아 모두 8년 동안 교무부장을 했다.

그는 합리적인 학교 경영과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1999년 이후 근무했던 모든 학교에서 교원위원으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참여와 활동이 학교 교육의 만족도를 높이고 학교 구성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이뤄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합일초교 교장 공모에 지원했던 것이다.

교사 자발성 발휘될 때 학생도 행복해져

공모 교장에 선정된 후 뛸 듯이 기뻤지만, 한편으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그는 합일초교의 학생들을 ‘스스로 자신의 앞날을 개척하고 소통하며 배움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길러내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이 하는 교육활동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이 교장의 가장 큰 역할이며, 교사를 믿고 기다릴 때 자발성이 발휘되고, 교사들이 자발성을 발휘할 때 학생들도 행복한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합일초교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교사들에게 최대한 권한을 위임, 그에 따른 책무를 다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를 조화롭게 연결하고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원자이자 책임자로서 구성원을 신뢰하고 존중하며, 함께 나누되 책임질 줄 아는 교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가장 먼저 교사들이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관행적인 전시성 행사를 없애겠다고 했다. ‘과학의 달’이면 항상 하는 글쓰기ㆍ그리기ㆍ독서행사 등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일회성 행사를 한다고 키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면 전시성 행사 없이도 충분한 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기존 틀을 깬 업무분장으로 교사의 행정업무를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

“합일초교에는 이미 열정적인 교사와 학부모가 있다. 교사들은 혁신학교에 걸맞은 교육계획을 충분히 실천하고 있었고, 내가 제출한 교육계획서를 바탕으로 올해 수업계획을 짠 것으로 안다. 민주적인 회의구조를 만들고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을 펼칠 것이며, 학부모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 출신의 첫 교장으로 부담이 되지만, 인천형 혁신학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인천의 모든 초교에서 실현 가능한 혁신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은 바람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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