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락기 강화고려역사재단 연구위원
얼마 전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인천 근현대 주거문화 관영주택과 사택’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대규모 공장의 인천 진출에 따라 지어진 관사와 직원 사택, 주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인천부에서 공급한 부영주택, 요즘의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했던 조선주택영단에서 건설한 영단주택을 망라했다.

남구는 학익동ㆍ용현동ㆍ숭의동에, 동구는 송림동ㆍ송현동ㆍ화수동ㆍ만석동, 중구는 신흥동과 북성동, 부평구는 부평동ㆍ산곡동ㆍ청천동에 여러 종류의 주택과 사택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한다. 예전과 현재의 항공사진으로 주택과 그 주변의 변화상도 보여주고 있어, 세월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한편 인하대박물관에서는 문학산 자락에 있었던 학산서원의 위치와 의미를 상세하게 살펴본 성과를 담은 ‘박물관지’ 17호를 발간했다. 학산서원의 위치에 대한 검토는 물론 서원 건립의 배경에 녹아있는 조선 후기 인천 선비들의 학풍에 관한 내용도 다루고 있어 인천의 지적 전통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특정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와 연구로 역사 속에서 인천이 가졌던 자산을 하나하나 세상에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인천의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자 성과라 할 수 있다.

또, 3월 5일에는 인천문화재단 주최로 인천이 어떤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고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역 문화의 가치를 토론회 한 번으로 정리할 수는 없겠지만, 인천에서 인천에 주목하려는 다양한 시도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인천의 정체성 찾기’라고 포괄할 수 있는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서울의 변방, 위성도시라는 서울 중심 사고를 알게 모르게 갖고 있는 인천사람이 아니라, 고유한 전통과 흐름을 간직한 도시로서 서울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식의 인천 중심의 사고를 하는 인천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와 연구는 시민들이 접하기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또 꼭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고 있다하기도 주저된다.

그렇다면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를 골라 알기 쉽게 정리해야하는데, 그런 대안의 하나로 동별로 나눠 유래와 역사, 그 속에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지(洞誌)의 발간을 고려하면 어떨까, 한다.

경기도 시흥의 신현동지, 수원의 이의동지나 서울의 성산2동지처럼 이미 여러 군데서 동지를 발간했다. 동지 대신 마을지라해도 좋을 것이다. 인천에서도 강화군 양도면지나 서도면지와 같은 사례가 있다.

아무래도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의 유래나 역사, 특징에 관심을 갖기 쉬울 것이다. 게다가 인천은 인천광역시역사자료관과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10여년에 걸쳐 다양한 자료를 발굴하고 소개해왔다. 시사와 군ㆍ구사 편찬의 경험과 성과로 동별로 동지나 마을지를 편찬할 충분한 기반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인천에서 인천을 이해하고자 하는 긍정적 흐름이 동지나 마을지 편찬으로 확산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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