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인천투데이>이 주목하는 사람 ⑩] 김종호 ‘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 간사

인천엔 수도권매립지와 서해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 현안이 많다. 항만ㆍ항공 산업과 경제자유구역, 그리고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 과제도 널려있다.

<인천투데이>은 다양한 현안과 과제의 중심에서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 사람들을 만나 새해 포부와 계획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가 동구에서 산 지 6년째 접어든 지난해 9월, 동구는 위ㆍ수탁 계약기간이 2년 이상 남은 청소년수련시설과 사회복지시설 등 7개를 느닷없이 직영하겠다고 했다. 공무원들은 ‘방만 운영’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새누리당 이흥수 구청장의 의지로 결정됐다는 게 중론이었다.

동구의 일방적인 행정에 반발한 시설 종사자와 이용자, 지역 시민단체 등은 ‘동구청의 사회복지시설 불법적 위탁계약 파기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주민비대위)를 구성했다. 그는 주민비대위 집행위원장을 맡아 실무를 총괄했다.

주민비대위는 동구에 시설 직영ㆍ폐쇄 방침을 철회하고 주민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 1인 시위 등을 하며 4개월 가까이 싸웠다. 화수청소년문화의집 폐쇄 등을 막지 못했지만, 주민과 시설 종사자, 시민단체 등이 현안 해결을 위한 연대를 경험했다는 성과를 남겼다.

이러한 한계와 성과는 주민비대위가 일상적 연대를 지향하는 단체(=‘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로 새롭게 시작하는 밑바탕이 됐다. 그는 이곳에서도 실무를 맡아 행복한 주민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실험을 할 예정이다. 그는 김종호(41) ‘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 간사다.

주민공동체 해치는 비상식적 행정에 분노한 사람들

▲ 김종호 ‘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 간사

충남 당진 태생인 그는 인하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인천에 살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남구에 살다가 동구로 이사 온 건 2008년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지역 활동가로 나선 것은 그로부터 2년 뒤다.

“푸른나무교실 지역아동센터 운영위원장, 동구 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정의당 중ㆍ동구옹진군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몸은 힘들어도 지역 주민과 관계 맺으며 의미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즐거워 여러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초 주민비대위 집행위원장을 맡아야 했을 때, 그는 잠시 고민했다. 6.4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소속 동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난 뒤라, 그 위치가 다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시설ㆍ주민과 한 약속을 깨는 동구의 행정은 말 그대로 비상식적이었다. 또 그 행정은 시설 종사자와 이용자의 관계를, 주민의 주권을, 나아가 공동체를 해치고 있었다. 화가 났다. (낙선에 초점을 맞춘) 남들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집행위원장으로서 동구에 소신껏 맞서기로 했다”

주민비대위가 남긴 한계와 성과

무소불위의 행정권력과 싸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영혼 없는’ 공무원은 구청장 뜻이라면 아무리 불합리한 것이라도 관철하려했다. 구를 견제하고 구와 주민 간 갈등을 중재할 의무가 있는 구의회는 수수방관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주민비대위에 함께하는 주민의 폭이 다소 제한됐다. 아무래도 구를 상대로 한 싸움이다보니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시더라. ‘내 일 아니’라거나 ‘구에서 그렇게까지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었다. 주민과 각 시설, 시민단체 등도 각자의 울타리에 안에 머물러 네트워크도 약했다”

그 사이 화수청소년문화의집은 폐쇄됐고, 동구청소년수련관 종사자 수는 축소됐다. 노인복지관 관장은 구의 압력으로 교체됐다. 이를 막아내지 못한 안타까움이 컸다.

하지만, ‘사회복지시설 폐쇄ㆍ직영 반대 주민 서명’에 주민 1만 4400명이 동참했다. 또, 청소년수련관과 노인복지시설의 위ㆍ수탁 계약기간이 보장됐다. 건강가정ㆍ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 대다수도 직영 이후에 고용이 유지됐다.

“무엇보다, 주민과 각 시설, 시민단체가 동구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 미약했을지라도 연대를 조직했다는 경험이 가장 값진 성과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 조직한 주민 연대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일상적 연대가 실현할 ‘행복한 마을’

주민비대위 안에선 주민들이 지역 현안과 미래를 일상적으로 논의하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독단적 행정과 무력한 의정도 당장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활동을 중단할 수 없었던 주민비대위는 ‘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로 조직을 개편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보통 행정이 문제를 일으킨 이후에나 그 사실을 알고 대응한다. 만약 주민들이 일상에서 지역 현안을 계속 논의하며 행정의 문제를 예감할 수 있었다면, 구가 그렇게 대놓고 불통 행정을 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상적 연대는 구 행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3월 초 출범하는 이 조직은 ▲지속가능한 동구 모색 ▲지역복지공동체 연구 ▲주민 행정참여 실현 ▲다양한 지역공동체 실험을 목적으로 분과별로 다양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포럼분과는 지역 현안을 주제로 강연회와 토론회를 개최한다. 동구에 시설관리공단 설치가 적합한지를 따지는 토론회는 하나의 예다. 지역복지분과는 사회복지 종사자와 주민을 대상으로 ‘지역복지아카데미’를 운영하려한다. 주민참여분과는 구정ㆍ의정감시단을 조직해 활동할 계획이다.

이밖에 화수청소년문화의집 폐쇄에 대응해 새로운 청소년 공간을 마련하고,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등 지역 공동체와 교류하는 활동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서도 그는 간사를 맡아 주민들의 지역 현안 민감도를 높이는 활동에 힘쓸 계획이다. 인터뷰 끝에서, 그는 ‘행복한 마을’을 이렇게 정의했다.

“‘마을 주민과 그 마을에 직장이 있는 사람,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가, 지자체 등이 자신들만의 울타리에서 나와 더 나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함께 모여 고민하는 마을’이 행복한 마을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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