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인천투데이>이 주목하는 사람 ⑨]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

인천엔 수도권매립지와 서해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 현안이 많다. 항만ㆍ항공 산업과 경제자유구역, 그리고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 과제도 널려있다.

<인천투데이>은 다양한 현안과 과제의 중심에서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 사람들을 만나 새해 포부와 계획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인천의 유일한 공공병원인 인천의료원이 지난달 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 인증을 획득했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에 앞서 인천의료원은 적정진료지원단을 신설하고 각종 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각종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의료 기기와 장비, 전산시스템 정비 등에 집중 투자했다.

이는 2010년 10월 부임한 조승연(52ㆍ사진) 원장과 직원들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확대와 강화를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12일 인천의료원에서 만난 조 원장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원장 임명권자인 인천시장이 바뀐 후 시로부터 자진 사퇴를 종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잘못해서 이러는 건 아니니 섭섭해 하지 마라. 새 시장이 왔으니 새 판을 짜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할 뿐이었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확대와 강화

▲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

인천의료원은 시가 100% 출자한 특수법인이다.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전국의 지방의료원처럼 인천의료원도 매해 적자를 본다.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가 30~40%면 적자를 면하는데, 5% 정도밖에 안 된다. 그만큼 취약계층이 많이 이용하고, 과잉진료가 아닌 적정진료를 한다는 뜻이다.

조 원장은 부임한 후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확대와 강화에 역점을 뒀다. 그가 생각하는 인천의료원의 역할은 이렇다.

우선 취약계층 의료안전망 구축이다.
“지방의료원이 전국에 33개 있다. 시골의 의료원은 그 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주민 진료행위가 우선이다. 시설ㆍ장비를 보강해 주민건강을 보살피는 데 중점을 둔다. 인천의료원처럼 대도시 의료원은 다르다. 주변에 병원 천지다. 그래서 취약계층 진료가 중요하다. 입원 환자의 70~80%가 취약계층이다. 그중 의료급여 수급환자가 30% 정도를 차지한다”

다른 하나는 재난이라 할 수 있을 만큼의 질병 발생에 대응하는 것이다.
“에볼라 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민간 병원은 의심환자를 받지 않는다. 예전에 사스가 왔을 때 서울의 유명한 대학병원도 의심환자를 받지 않았다. 공공의료기관에서 다 받았다. 최근에 해외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 보건복지부는 의심환자가 생기면 공공의료기관에서 받으라했다. 받는 걸 거부하지는 않지만, 에볼라 환자로 판명나면 다른 환자들이 다 나갈 텐데, 그러면 당신네들이 보상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일단 받아두고 보자. 아니길 바라면서’ 하더라. 그럴 때 누가 해야 하나. 공공의료기관이 해야 한다”

병원에 환자 많은 게 좋은 일인가?

‘엉터리’라 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는 것도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다.
“동네 병원과 대학병원이 경쟁하고 있다. 환자 몇 명 돌파했다고 샴페인 터뜨린다. 미친 짓이다. 허준이 어떤 동네를 간 뒤 그 동네에 환자가 없어져야, 명의다. 그런데 우리는 병원 지어놓고 환자가 많으면 좋다고 한다. 의료 민영화로 공공성을 잃어왔다”

그의 말은 더 이어졌다.
“유럽의 의사들 급여는 진료 환자 수와 관계가 없다. 독감이 유행할 조짐을 보이면 의사가 직접 나가서 주사를 놔주고 다닌다. 독감 환자가 많이 생기면 의사들이 힘들다. 예방하는 게 나은 것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환자가 많이 생기라고 기도한다. 그래야 장사가 되니까. 민간 병원이 돈 안 되는 것 하겠나. ‘닥터헬기’도 사실 병원 홍보용이다. 인천의료원이 맡아야 했는데, 능력이 안 됐다. 세금으로 왜 민간 병원을 지원하나. 망가진 의료시스템을 그나마 정상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정책을 바로 잡아야한다”

그는 과잉진료를 없애는 것도 공공의료기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과잉진료가 만연해있다. 모두 공공병원으로 만들면 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공공병원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공공병원이 수준 높은 의사들을 데려오고, 그들이 ‘그 정도를 왜 수술하려 하느냐’고 하면 말발이 먹힌다. 그런데 지금 수준에서 ‘수술할 필요 없다’ 하면 믿겠나? 적정진료를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을 정부와 지자체가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공공의료시스템을 만들고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 원장은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민선5기 때 시가 공공의료지원단을 만들고, 인천의료원이 수탁 운영하고 있는 건 그 일환이다. 공공의료지원단 설립 목적은 시 전체 공공의료의 계획을 세우고, 시스템을 만들어 강화하는 것이다.

“서울에 먼저 생겼다. 이걸 조례로 만든 건 인천이 처음이다. 1년 동안 구ㆍ군별 건강지표를 만들었다. 지표가 있어야 지역 실정에 맞는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시 재정여건이 어렵다고 올해 예산 10% 정도를 삭감했다. 조 원장은 ‘시는 공공의료 비전이 없다’고 단정했다. 서울시립 병원은 13개이다. 인천은 인천의료원 하나다. 게다가 요양병원이 없는 광역시의료원은 인천의료원뿐이다. 시 소유 요양병원 두 개를 민간에 맡긴 지 오래다.

“입원 환자를 오래 잡아놓으면 병원의 손해다. 그래서 웬만한 병원은 요양병원을 가지고 있다. 취약계층 환자가 많은 인천의료원은 요양병원이 더욱 필요하다”

300만 시대, 제2 인천의료원 설립해야

조 원장은 제2 인천의료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0년 인천발전연구원 연구 용역 결과, 인천엔 시립병원이 최소 4곳은 있어야 한다고 나왔다. 2012년 인천시민 설문조사에도 제2 인천의료원 설립 열망이 두 번째로 높았다.

조 원장은 “대부분의 OECD 국가는 공공병원이 의료시스템의 주를 이루고 민간이 나머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공공병원이 6% 미만이고, 병상수도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극히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인천의료원의 접근성이 아주 낮은 문제도 제2 의료원 설립으로 해소할 수 있다.
“택시 타고 5000원에서 1만원 내고 와서 진료비 1000원 내고 다시 돌아가라면 오겠나? 제2 의료원을 지으면, 이곳은 요양병원이나 장기입원, 정신과 병동, 산업재해 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제2 의료원의 최적지는 곧 반환될 부평미군기지이다. 민간 병원이 아니라 명분도 있고, 땅도 있고, 교통도 편리해 접근성이 좋다”

조 원장은 인천의료원뿐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을 이대로 두면 우리나라 의료는 망한다고 단정했다. 인천의료원 400병상 중 현재 300병상 정도만 사용한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으로 1등급에서 6등급으로 나누는데, 인천의료원은 6등급이다. 환자 수 대비 간호사 수가 아주 적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지역 출신 간호사가 60% 이상인데 기숙사가 없다. 국비가 내려왔는데, 시비를 편성하지 않았다.

조 원장은 “의료시설ㆍ장비 투자가 거의 끝나, 이제 그 인프라를 가지고 공공의료 활동을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주춤거리거나 축소되는 부분도 있다. 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이러니(=사퇴 종용) 답답하다.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할 땐, 내가 있어서 직원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할 때일 것이다. 그것을 판단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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